저물녘 목례
저물녘
묻어둔 옛사랑을 꽃피우고선
곧 시들까 염려했지만
꽃 진 자리마다
능금처럼 익어갈 사랑을 믿었기에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은 늘 설렘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랑도 사람의 일이기에
만나면 헤어짐이 있으니
이별이 다가오면
그땐 등을 보이지 말고
다정히 안아줍시다.
그것이 우리 사랑에 대한 예의일 것이니,
뒷모습을 남긴 채 ‘잘 가요’ 하지 말고
살가운 눈빛을 마음속에 묻어둔 채
더 사랑하지 못한 것에 가슴 아파하며
기약 없는 눈빛을 마지막으로 나눕시다.
그것이 우리 사랑에 대한 예의일 것이니,
이 쓸쓸하고 서러운 세상에
우리가 몸과 마음으로 써 내려간 선연한 사랑
허망하게 지워지고 상처로 남을지라도
오직 사랑으로 서로를 사랑했음을
조용히 자랑스러워합시다.
그것이 우리 사랑에 대한 예의일 것이니,
그러니 그대여
부디 안녕이라 하지 맙시다.
서로 미안해하지도 맙시다.
함께한 시간은 넘치도록 사랑이었으니
저물녘
내 인생 목련처럼 청초한 순간이었으니
우리의 마지막 인사는
그저 고요한 목례로 충분하겠습니다.
지금의 아파트에서 15년 넘게 살고 있습니다. 작은 방 창가 화단에는 5미터가 넘는 목련 나무가 있어 해마다 꽃등을 내밀어 화사한 얼굴로 반겨줍니다. 아침이면 그 꽃에게 말없이 눈인사를 나누고 그 나무 또한 가지를 흔들며 나에게 인사를 건네오는 듯 했습니다. 절정의 순간을 지나 꽃이 떨어지는 걸 봐야할 때는 가슴 한쪽이 찌릿하게 아파왔습니다. 하지만 붙들 수 없는 일이었고 보내야하는 일이었습니다. 사랑 또한 그렇겠지요. 지는 꽃이 마냥 섭섭해서 그 마음을 담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