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무문(無門)

by 인상파

무문(無門)


문 없는 땅에서

문이 돼 오래 기다렸다


어둠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무덤 같은 문을 들어서자

내가 태어났다


내장 같은 세월을 통과하자

내가 죽었다


문 없는 땅에서

문이 돼 태어나고 죽었다


어머니

이제 그 문은 없습니다

돌같은 마음으로

저는 다시는 그 문을

통과하지 않을 거예요


바람이 지나가는 자리에서

흙먼지를 들이마시며

영원을 꿈꾸는

먼지의 먼지가 되겠어요


문 앞에서 서성였습니다. 선뜻 들어서지 못했습니다. 문이라고 여겼지만 문이 아니었습니다. 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끝엔 나도 없었습니다. 한때 문 앞에서 무너지고, 문이 돼 가며, 더는 통과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어두운 시절 먼지처럼 가라앉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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