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까투리
엄마 까투리, 권정생 글, 김세현 그림, 낮은산
엄마 까투리
엄: 엄마 사랑해요
마: 마음속 깊이 반성해요
까: 까불지 않을게요
투: 투정 부리지도 않을게요
리: 리라 빛 꽃다발을 드립니다
타오른 날개, 꺼지지 않은 사랑
<엄마 까투리>를 통해 우리는 작가가 어머니의 사랑을 노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어머니를 애타게 불렀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그가 평생 품었던 모정을 짐작케 하지요. 아홉 마리의 새끼를 품은 엄마 까투리가 산불 속에서 새끼들을 끝까지 지켜내는 이 작품은 말 못 하는 동물도 그토록 절절한 사랑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며 인간의 사랑에 대해 되묻게 합니다. 새끼들을 품은 채 불길에 휩싸인 어미 까투리의 모습은 숭고한 모성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종종 인간답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향해 ‘짐승 같다’라고 비난하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까투리의 행동을 보고 있자면 그 말이 얼마나 경솔하고 부끄러운지 깨닫게 됩니다. 동물의 모성이 인간보다 결코 모자라지 않으며 오히려 더 본능적이고 절대적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엄마 까투리>는 인간 중심적인 시선을 벗어나 생명의 평등함과 어미의 헌신 앞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이야기 속 산불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매년 겪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은 인간의 부주의로 시작된 불길이 자연과 생명을 집어삼킵니다. 그 앞에 풀이며 나무, 곤충과 짐승 등, 작고 나약한 존재들이 얼마나 쉽게 희생되는지요. 결국 이 작품은 한 어미 새의 모성애를 넘어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과의 공존을 묻는 이야기입니다. 새끼를 보호하려는 엄마 까투리의 타오른 날개처럼, 세상 어머니들의 사랑도 그토록 숭고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