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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자기만의 색

자기만의 색

by 인상파

자기만의 색, 레오 리오니 그림· 글, 김난령 옮김, 시공주니어


자기만의 색


자: 자신의 색깔을 말하라고요?

기: 기쁜 일이 가득하고요,

만: 만사가 늘 감사하고요,

의: 의욕 넘치게 활달해요

색: 색깔로 치면 저는 빨강이라고요!


같이 있어서 더 나은 색


카멜레온은 주변 환경에 따라 색을 바꾸는 동물입니다. 이 그림책 <자기만의 색>은 그런 카멜레온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이야기입니다. 앵무새는 초록, 금붕어는 빨강, 돼지는 분홍, 코끼리는 회색처럼 다른 동물들은 고유한 색을 가지고 있지만, 카멜레온은 장소에 따라 노란색, 보라색, 줄무늬 등으로 변하지요. 자신의 색이 없다는 사실은 카멜레온에게 큰 고민이 됩니다. 나뭇잎 위에서 살아가면 영원히 초록색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나뭇잎조차 계절에 따라 변하니 그것도 헛된 바람이 되었습니다. 겨울엔 까맣게 변하기까지 하고요.


그러던 어느 봄날, 카멜레온은 나이가 많고 지혜로운 카멜레온을 만나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자기만의 색을 갖고 싶다는 소망을 말했을 때 그 카멜레온은 불가능하지만 함께 다니면 항상 같은 색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제안을 받아들인 카멜레온은 그 뒤로 지혜로운 카멜레온과 늘 함께 다니며 둘은 언제나 같은 색을 지니게 되지요. 자신과 꼭 같은 존재가 곁에 있다는 사실은 위안이 되고 불안하던 자아는 안정감을 얻게 되지요. ‘나만의 색이 없다’는 불안은 자기와 색을 공유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극복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기만의 색>은 자기 정체성에 대한 탐색을 통해 공감과 교감의 힘을 이야기합니다. 혼자일 때는 외롭고 불안하던 존재도 서로를 이해하는 누군가와 함께라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음을 말하지요. 세상에 혼자만 있다고 느낄 때 우리는 위축되지만 자기와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과 함께 모이면 ‘함께’라는 고유의 색을 만들 수 있는 거지요. 작가 레오 리오니는 이처럼 개인과 공동체, 자아 인식이라는 주제를 섬세하고 따뜻하게 풀어내며 어린이를 하나의 독립된 주체로 바라봅니다. 다른 쥐들과 달리 겨울을 보내기 위해 햇살을 모으는 이야기 <프레드릭>처럼, 이 책 역시 아이들에게 자아와 공감의 의미를 전하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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