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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상파 Jan 29. 2024

책제목으로 시쓰기 18

아저씨 우산

아저씨 우산, 사노 요코, 박상희 옮김, 비룡소


아저씨 우산


아: 아저씨 우산 좀 씌워주세요.

저: ‘저기 가실 거면 저 좀 씌워 주세요.’

씨: 씨이, 씌워주지 않으면 홀랑 젖는단 말이에요.

우: 우산은 쓰라고 있는 거지

산: 산책할 때 멋으로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잖아요.


멋진 우산을 가지고 있는 아저씨가 있었지요. 그 멋진 우산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외출할 때면 언제나 들고 다녔지요. 비가 오면 어떻게 했을까요? 우산이 젖을까봐 품속에 끌어안고 다녔지요. 그러니 비가 오는 날이면 아저씨는 비에 젖거나 비가 그칠 때까지 처마 밑에서 기다리거나 남의 우산속으로 들어가 신세를 지거나 했지요. 이쯤되면 우산에게 사람이 먹혔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사람마다 아저씨 우산처럼 떠받들어지는 물건이 있게 마련이지요. 이 작품은 수단과 목적이 전도된 현대인의 물질에 대한 소유욕을 그리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저씨가 빗속에서 우산을 펼치게 된 계기는 아주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합니다. 그날도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남자아이가 우산을 씌워달라고 부탁을 하지만 모른척 딴청을 피우지요. 그때 지나가는 여자 아이가 남자 아이를 불러 씌워주며 둘은 노래를 부르며 멀어져가지요. 아저씨는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비가 내리면 또롱 또롱 또로롱’에 꽂혀 빗방울이 또롱 또롱 우산 위로 진짜로 떨어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우산 젖는 것따위는 상관하지 않고 마침내 빗속으로 우산을 활짝 펼치고 들어가지요. 사노 요코는 ‘독특한 발상을 토대로 깊은 심리를 잘 묘사’하는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도 우산의 목적과 수단을 도착하고 있는 아저씨를 통해 현대인의 물질에 대한 집착, 어린아이들보다 못한 어른들의 무지와 이기심, 제 것만 소중하게 여기는 몰염치 등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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