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빠는 미아 18

아빠는 미아

by 인상파

아빠는 미아, 고미 타로 글‧ 그림, 비룡소


아빠는 미아


아: 아빠가 사라졌어요

빠: 빠빠이도 없이

는: 늘 가던 상점에도 없고

미: 미용실과 편의점에도 없어요

아: 아앗, 저기서 내 선물을 고르고 있어요

어른도 길을 잃을 수 있어요

<아빠는 미아>는 고미 타로의 유쾌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산케이 아동문학상’ 수상작인 작품은 아빠가 아이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아빠를 잃어버렸다고 착각하며 벌어지는 반전의 묘미가 있습니다. 아빠만 길을 잃으라는 법은 없지요. 엄마도 길을 잃겠지요. 이 그림책은 ‘엄마는 미아’를 다룬 라틴어 그림책 파울라 카르바예이라의 <엄마가 길을 잃었어요>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합니다. 두 작품 모두 ‘역전된 역할’을 통해 어린이의 세계를 넓혀주고 있습니다. <엄마가 길을 잃었어요>는 딸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도서관 독후감 대회에서 수상하며 부상으로 받았던 책인데, '이티'를 연상케 하는 아이의 독특한 모습과 천연덕스러운 행동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그림이 무섭다고 조금 겁을 먹기도 했지요. 아쉽게도 지금은 절판되고 말았지만요.


<아빠는 미아>는 백화점에서 장난감을 구경하던 아이가 갑자기 보이지 않는 아빠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헤매는 과정으로 전개됩니다. 아이는 아빠의 양복과 구두, 모자와 닮은 사람을 보며 아빠의 존재를 확인하지만 그때마다 아빠보다 훨씬 멋지고 세련된 외양의 남자들이 등장합니다. 그림책의 일부를 잘라서 아빠의 소지품과 유사한 그림을 보여주면서 책장을 넘기며 직접 확인하게 하는 즐거움을 줍니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지만 아들을 위해 기꺼이 백화점에 나선 아빠의 마음을 엿보게 하는 장면입니다. 아이에게 있어 경제적 여유와 상관없이 그런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존재’라는 순수한 시각이 깔려 있는 게 아닐까요.

결국 아이는 아빠를 찾아내고, 되려 자기가 아빠를 찾았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아빠를 안심시킵니다. 길을 잃은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아빠였다는 당당한 말투에 웃음이 터지면서도 뭉클한 감정이 전해지지요. 참으로 맹랑한 아이입니다. 이제 아이는 아빠 손을 잡고 장난감 가게로 신나게 달려가겠지요? 독특한 그림체와 ‘어린이의 관점’을 기발하게 되살린 그림책이라 하겠습니다.



keyword
이전 17화아저씨 우산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