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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만식 Jul 11. 2023

떡갈나무와 노란 리본

여름 기운이 꺾인다는 처서(處暑)가 지나갔다. 요즘은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하늘은 높고 새파랗다. 며칠 전만 해도 목청 높여 짝을 찾던 매미 소리가 지금은 수그러들고, 대신 풀벌레가 가을이 왔다고 힘차게 우는 다. 어김없이 사계절이 바뀌는 것을 보면, 인생은 불확실하지만 자연의 법칙은 확실하다고 느낀다.


양재천공원을 산책할 때, 노란 리본 스티커를 붙인 승용차가 지나갔다. 아마도 2014년,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리본이라고 생각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노란 리본을 자동차에 부착하거나 가방끈에 매고 다니는 사람들이 가끔씩 눈에 띈다. "노란 리본의 유래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리를 스쳤다.


노란 리본은 전쟁에 참여하는 군인의 아내나 가족이 나무에 노란 리본을 묶고 무사 귀환을 바라며 기다린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약 400년 전, 사랑하는 연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여성을 노래 한 곡, '그녀는 노란 리본을 착용했어요(She Wore a Yellow Ribbon)'를 통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특히, 1973년에 '토니 올랜도와 돈(Tony Orlando & Dawn)'이 발표한 팝송,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늙은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주오)'를 발표한 후, 멀리 있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기억하는 상징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노래는 19세기 미국 남북전쟁 당시, 3년의 형기를 마치고 교도소에서 출소한 한 남자가 애인에게 자신을 잊지 않았다면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 달라는 부탁의 편지를 썼는데, 그 여인이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잔뜩 달아놓았다고 전해지는 이야기를 노래한 것이다.

남성 취향의 노래이자 다소 예스럽지만 리듬이 있는 곡조로 여성도 좋아한다. 이 노래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난 집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내가 받은 형기를 마쳤어요.


노란 리본을 떡갈나무에 매어둔다는 약속,

3년이 지났지만 나를 사랑하고 있나요?


만약, 큰 떡갈나무에 노란색이 보이지 않으면

나는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두 사람의 일은 잊어버릴게요.


지금 버스에서 환성이 터졌어요.

난 믿을 수 없어요.


늙은 떡갈나무에 백 개의 노란 리본, 나는 드디어 집으로 가고 있어요.'


나는 이 노래를 대학 시절부터 좋아하고 지금도 즐겨 부른다. 노란 리본이 두 사람의 변치 않는 사랑을 상징하고 마음을 설레게 한다. 노란 리본을 쳐다보고 환성이 터졌다는 노래 가사에 애틋한 감동도 자아낸다.


떡갈나무(Oak)의 떡갈이란 잎이 두껍다고 붙여진 이름으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옛적 우리 집 뒷산에도 많았다. 친구들과 산에 올라가 떡갈나무 잎으로 모자를 만들어 쓰고, 병정놀이하던 그 옛날이 아련하다.

1989년 9월, 해외지점 발령을 받아, 시카고에 갔다.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더니 이 선배가 밴(Van)을 몰고 와,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우리 가족이 주거할 집을 먼저 구경시켜 주겠다고 30여 분 차를 몰아 숲이 우거진 어느 마을로 갔다. 그곳은 시카고 시내에서 20여 km 떨어진 Northbrook 시(市)현지 주민들은 교양이 있고 친절하였으며 곳곳에는 아름다운 호수와 초록색 잔디로 펼쳐진 골프장이 있다.

내가 살던 집 주소는 'Big Oak Lane 2057'이다. 집은 아담했지만 정원에는 8개 큰 떡갈나무(Big Oak)가 있고 늦가을엔 떡갈나무 잎이 노란색 단풍으로 물들어 잔디밭에 우수수 떨어졌다. 그 낙엽을 누런 친환경 봉투에 담아 버렸던 추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노란 리본은 여러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는 인식 리본이다. 이 리본은 무사 생환을 기원할 때를 비롯하여 다양한 의미로 많이 사용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이 무사귀환을 바라는 순수한 마음으로 노란색 리본이나 배지를 달고 다녔다.


노란 리본과 배지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평화로운 세상이 오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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