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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집과 결혼 준비

<말이 질려버린 결혼 일기> 4화

by 이봄



상견례까지 마쳤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결혼 날짜를 어느 계절에 언제쯤으로 확정하면 좋을지 둘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건 몰라도 역시 집이 관건이었는데 20대 초반 나이에 많이 모았으면 얼마나 모았을까. 수중에 갖고 있는 돈으로 최대한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알아보려니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이 나이에 집을 알아보면 얼마나 알아봤겠나 스스로 찾아본 적도 처음인 데다가 둘이 같이 살기 적당한 집으로 구해야 했어서 위치, 평수를 고민하기 이전에 호락호락하지 않은 안산 바닥 집값에 위축이 됐었다. 마음 같아선 조금이라도 빨리 한 집에 살고 싶었지만 24살, 25살에겐 역시 쉽지 않은 문제였다.


아쉽지만 돈을 조금 더 모으기로 하고 내년 가을이나 겨울쯤으로 생각하려던 그때, 너무 감사하게도 주변 지인의 도움으로 좋은 조건에 둘이 살기 딱 좋은 집을 구할 수 있었다. 지인분 부부는 계약기간이 많이 남은 상태에서 이사를 가야 했던 상황이라 세입자를 빨리 구해야 했었고 그때 마침 집을 찾고 있던 우리가 딱 알맞은 세입자였던 것이다.





결혼을 미루려던 찰나에 집을 금방 구하게 됐다. 그렇게 해서 남은 계약기간에 우리가 들어가 살기로 하고 지인분께는 소정의 보증금과 매달 18만 원씩 월세만 드리면 됐었다. 조용한 동네에 방 두 개, 거실 겸 부엌, 화장실이 있는 8평 남짓의 아담한 집이었다. 보자마자 너무너무 좋았다. 우리 둘이 살기 딱이었고 거기다 말도 안 되는 금액에 이렇게 쉽게 신혼집을 얻게 되어서 정말 감사했다.





감사한 첫 신혼집





사람 인연이 참 신기하게도 마치 우릴 위해 준비해 둔 것처럼, 타이밍이 너무 신기하게 맞아떨어졌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사용하지 않는 냉장고, 티브이까지 주셨다. 이분들 덕에 결혼할 수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글을 빌려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해드리고 싶다. 대망의 첫 신혼집은 이렇게 주변 지인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얻게 되었다.



난제였던 집이 해결되니 나머지 다른 준비들은 수월하게 흘러간 것 같다. 신혼집 인연도 놀라운데 또 대학에서 만난 친한 친구 중에 20살 때부터 꾸준히 웨딩홀에서 알바하다 냅다 웨딩플래너가 되어버린 친구가 하나 있었다. 뭘까 이 인복. ‘내 결혼 책임져’ 하자마자 역시나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먼저 사무실로 가서 친구에게 간단히 상담을 받았고 든든한 웨딩플래너 친구의 도움으로 대관료 100만 원 돈도 안 되는, 무려 70만 원에 웨딩홀을 예약했다. 이외 스드메까지 엄마가 준 500만 원으로 결혼 준비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내 친구와 우리 엄마에게도 이 글을 빌려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누구나 고장이 난다는 웨딩촬영날, 나 역시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입꼬리는 바들바들 떨리고 팔다리는 열심히 삐걱거려 가며 스튜디오 촬영을 했고 본식 때 입을 턱시도와 예쁜 드레스도 입어봤다. 살다 살다 내가.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다니. 용 됐다. 누가 날 데려가긴 데려가는구나. 본식 드레스도 입어보고 고민하던 중 그 시기에 딱 내가 원했던 디자인의 드레스가 봄에 맞춰 신상으로 나와 고민 없이 바로 결혼식 드레스로 정했다.


결혼식 주례는 목사님께, 그리고 사회, 축의금 접수는 교회에서 함께 잘 지냈던 사람들에게 부탁을 드렸고 흔쾌히 받아주셨다. 그 후에 청첩장을 열심히 돌렸다. 아마 결혼 준비 중에 가장 시간이 많이 걸렸던, 그리고 제일 어려웠던 게 청첩장 돌리는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직접 전해드리기 힘든 분들에게는 모바일 청첩장까지 돌리고 나서야 모든 결혼 준비가 끝났다.


삐걱삐걱 웨딩촬영




내가 진짜? 결혼? 그것도 25살에? 하는 생각이 뜨문뜨문 들었다. 실감이 안 났다. 그땐 정말 주변에 결혼한 사람이 흔치 않았던 데다가 어린 나이었어서 가족들도 물론이고 모두에게 놀라운 소식이었다. 근데 우리 엄마는 되려 무덤덤했다. 워낙에 그런 편이긴 했지만 엄마도 그땐 실감이 안 났던 건가? 딸 결혼에도 그럴 수 있구나. 역시 우리 엄마 확신의 T. 아무튼 엄마는 같이 교회 다니고 좋은 사람 만났으면 빨리 가는 게 낫다며 남자친구도 맘에 들어했고 우리의 앞날을 응원해 줬다. 나 정말 가긴 가는구나.





그렇게 2016년 4월 16일 토요일 오후 4시 30분 AW컨벤션, 안산에서 뷔페가 제일 맛있다는 예식장에서 날 좋은 봄에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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