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카페, 우리 카페.

일단, 시간을 끌자.

by 민시

따끔따끔, 가만히 있어도 피부가 덥다고 신호를 보내왔다. 얼음을 밥처럼 씹어댔다. 수아는 곧 출산이 임박했다. 바퀴벌레 떼가 우리 카페를 점령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 케이크를 가져다주겠다는 말에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지자체 민원을 넣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보건소에서는 카페 앞 하수구와 공사 현장 주변을 소독한다고 했다. 구청 환경과와 건설과에 이 사실을 알리며 같은 민원을 넣었다. 그러나 기다리는 것도 일이고, 카페 내부는 내가 직접 방역해야 했다. 검색하고 또 검색하며 강한 식독제를 틈새 사이에 짜두었다. 방역 업체의 도움을 받기로 했으나 당장 카페 수입은 적은 상황이었다. 유입 경로를 파악하며 매달 정기적으로 관리해야 했지만, 추가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야말로, 환장할 노릇이었다.

결국 단발성이라도 방역을 맡겼다. 여유 자금을 생각했어야 했는데, 앞 일은 아무도 모르고 당장 내 앞길도 어찌 될지 모르는 운명이었다. 고개를 수시로 돌려가며 찾았다. 무서워서 피하면 내 카페와 집이 점령당할 것 같았다. 나오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쯤, 한 마리씩 눈에 띄어 약이 올랐다. 두더지 게임을 하듯이 내려치고, 또 내려쳤다. 두려움은 인내심을 건드리기 시작했고, 나의 인내심은 신경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나 수아에게 전화가 왔다. 맘 카페가 난리가 났다고.

“혜선아~ 내가 만든 케이크가 맛있다는 글이 올라왔잖아~ 너희 카페에서 샀다고. 내 케이크 말고 더 있어? 엄마들 반응이 좋더라고~ 그런데 카페가 잠시 쉰다고 하던데 무슨 일이야?”

눈 한 번 깜빡한 사이, 시간은 성격도 급했다. 벌써 일주일이 지나있었다.

“어~ 수아야~~ 별일 아니야~~ 오픈 준비하면서 신경 썼더니 몸살 기운이 돌더라고. 내일부터 오픈할 거야~”

“아~ 그래~~ 참, 나 여기 앞 신축 아파트에 곧 들어갈 거야. 일단 전세로. 오빠는 처가살이가 싫대. 나도 시집살이는 싫다고 했어. 애 낳고 천천히 알아보려고 했는데, 부동산 들렸다가 원래 사시던 할머니가 손녀딸 봐주러 가신다며 급하게 전세를 내놓으셨다고 하더라고? 이때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바로 계약했어~”

“아~ 잘 됐다! 다음에 만나서 얘기하자. 곧 출산이지? 출산하고 보자!” 내 말에 수아는 어딘지 모르게 낯설어하며 목소리가 떨려왔다. 그러나 신경 쓰이게 할 수 없었다. 정신도 없었고. 당장 케이크를 가져다주겠다는 수아, 만삭의 몸으로 왔다가 기절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쉬는 김에 내가 가지러 가겠다고 말한 뒤 받아왔다. 출산 앞두고 놀라 자빠지면 그 원망은 평생일 테니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다음 날 오픈한다는 소문을 맘 카페에 슬쩍 흘렸다. 불을 켜 놓은 채로 겨우 잠이 들었다. 눈 뜨자마자 1층까지 뛰었다. 오픈하기 전 어떻게든 바퀴벌레 떼를 겁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투둑, 투둑, 지잉”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요구르트 아주머니가 도착하자마자 캐노피를 열었다. 요거트를 꺼냄과 동시에 누군가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는 것 같았다.

“어~ 거기 공원 앞 큰 유치원~? 알았어~ 내가 갈게~!”

곧장 원두 그라인더를 작동시켰다. 포타 필터에 원두를 넣고 에스프레소를 추출했다. 픽업 창을 열어 요거트를 받아 들고, 연한 아메리카노 한 잔 건넸다. 아무렇지 않은 듯 평소와 다르지 않게. 아무에게나 들키고 싶지 않았다는 게 맞겠다.

“고마워요~~ 며칠 쉬는 것 같던데~~ 나 오늘은 바빠서 수다 떨 시간이 없어~~ 갈게요~~”


정신이 어디에 팔렸을까, 언제 올라왔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 2층이다. 아무래도 요거트를 올려다 놓으려 했을 거다.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손님이 찾아왔다. 맘카페 글이라도 보고 왔을까? 손님은 케이크부터 찾는데, 나는 바퀴벌레를 찾는 듯 눈이 바빴다. 잔뜩 긴장했다. 망할, 단발성이어도 방역 업체를 믿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정성스레 케이크를 포장했다.


내가 왜 이럴까, 케이크 주문 시 아메리카노 한 잔 서비스로 드린다는 말이 내 마음보다도 빨랐다. 감사 인사를 하고 나간 손님을 뒤로하고 곧장 다시 2층으로 향했다. 핸드폰부터 찾았다. 수아에게 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했다.

“수아야, 케이크 더 만들어 줄 수 있어?”

“지금도 만들고 있지~ 벌써 손님 왔다 갔어~?”

“응, 케이크 팔고 아메리카노 한 잔 서비스로 건넸어.”

“어? 그거 좋다~! 내가 맘 카페에 슬쩍 홍보할까?”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그런데, 여름 한정이고 포장 손님만! 무료 커피로 주야장천 앉아 있다 가면 곤란해.”

“당연하지~ 좋은 생각이다~!”

갑자기 힘이 났다. 경쾌한 분위기의 팝송을 틀어놓고, 정작 나는 바쁘지도 않은데 우당탕탕 뛰어다녔다.

‘바퀴벌레야, 몸 사려야지? 꺼져라.. 모조리 밟아 죽이기 전에..’


수아가 만들어 준 떠먹는 케이크는 인기가 좋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매일 선착순으로 30명, 포장 손님에 의해서만 아메리카노 한 잔이 서비스였다. 아침마다 오픈과 동시에 줄을 섰다. 카페 안과 밖으로 빵빵 터지는 경쾌한 팝송은 내 기분을 대변했다. 얼른 모아서 방역 업체에 매달 정기적으로 관리받고 싶었다.

매미가 울기 시작하고 얼마나 지났을까, 수아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고맙게도, 내게 레시피와 함께 미리 영상을 찍어 보냈었다. 레시피는 의외로 간단했다. 나는 그 빌미로 1층과 2층에 불을 끄지 않아도 되었고, 방방 뛰며 늦은 밤까지 케이크를 만들었다. 혼자 운영하다 보니 이벤트 종료 시까지 실내 이용은 할 수 없음을 알렸다. 탁월한 핑계였다. 선착순 30명은 40명, 그리고 60명까지 이어졌다. 아쉽게도 냉장 쇼케이스와 내 체력은 60개가 한계였다. 카페 앞은 차 한 대만 겨우 들어설 수 있었지만, 맘 카페의 입소문은 주차장도 필요 없었다. 대신, 포토존을 만들어 얼마든지 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배보다 배꼽이 큰 건 여전했다. 요구르트 아주머니의 불만도 상당했다. 하지만 나도 먹고살아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