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불길한 예감

나 하나쯤이야?

by 민시

나름 단골이었던 엄마들이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본인들도 불편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웃으며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이니 아이들 등교시키고 찾은 듯했다. 눈웃음치던 엄마가 아침부터 누군가를 향한 뒷말을 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이마를 맞대기 시작했다. 대단한 결속력이었다. 목소리는 내 귓가로 날카롭게 꽂혔다. 차분했던 오전은 엄마들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난데없이 수아가 만들어 준 떠먹는 케이크가 맛이 있네, 없네. 티스푼으로 난도질을 해놓으며 내 기분까지 난도질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라도 기분을 풀어보려 했을까, 누구 탓을 하는 걸까. 수아가 이 장면을 봤다면, 난도질된 케이크를 엄마들 얼굴에 팩하듯 친절하게 펴 발라줬을 거다.


마침,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오던 정민시, 그녀가 빈자리를 보고도 앉지 않았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했다.

“사장님, 오늘은 가져갈게요.”

테이크아웃은 픽업 창을 통해 주문해도 되었을 텐데, 문 열고 들어왔다가 분위기가 시끄러워서일까, 그녀는 평소처럼 노트북 가방을 들고 있었지만 앉지 않았다. 그녀는 그녀만의 자리를 등지며 엄마들도 등졌다. 우연이 아닌 듯 오전에 엄마들이 있을 때면, 늘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가지고 갔다. 다른 손님들도 마찬가지였다. 우연이라기엔, 그녀들만 모였다 하면 손님들은 발을 돌렸다.


어느 날부턴가 어느 운전기사님이 방문하기 시작했다. 웃으며 말을 걸어오시니 친절하게 웃으며 에스프레소 추출을 기다렸다. 우리 카페의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으셔서 주문하신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멋쩍게 웃으시며 화장실만 이용하셨다. 한두 번은 괜찮았다. 그러나 한두 번이 한두 분이 아니었다. 기사님들이 차례대로 방문하시며 화장실만 이용하기 시작했다.

“커피 주문하셨을까요~?” 나는 능청스럽게 기사님을 불러 세워 말했다.

“아니요. 커피 안 마셔요. 미안합니다.”


이 상황만으로 뜨끔해서 주문 없이 화장실을 찾는 일은 없기를 바랐다. 내가 너무 야박한 걸까? 손님이 있든 없든 화장실만 들렸다 나가는 이기심에 팔짱을 끼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화장실을 잠갔다.

“주문 없이 화장실은 이용하지 못하세요~!” 바쁜 척하며 커피를 내리고 있으니, 기사님은 헛기침만 하고 나가셨다. 이후, 기사님은 근처까지 왔다가도 눈을 마주치기라도 할 때면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며칠 후, 카페는 한가한데 밖은 공사 중이라 땅을 수시로 뒤집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밖으로 나가보니 보도블록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더 나은 환경이 되려면 공사는 반갑지만, 주변에 쓰레기는 정말 볼 때마다 반갑지 않았다. 사람이 지나가는 데도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걸 보기도 했다. 일부러 경악하며 쏘아보니 담배까지 꽁초를 버리고 돌아섰다. 양이 워낙 많아서 대신 치울 수도 없었다.

‘플라스틱 용기부터 잡다한 쓰레기들이 많아. 나중에 여기도 본인들이 버린 쓰레기 치우겠지? 설마, 흙으로 그냥 덮어버리는 건 아니겠지?’


공사가 진행 중이라 골목으로 손님이 들어오기도 애매했다. 기대하지 않기로 하고 등 돌려 카페로 향하는 길, 카페 앞 임시로 세워둔 벽 앞에 고양이 몇 마리가 보였다. 귀여운 마음에 다가서니 고양이는 사라졌다. 아침에도 없던 음식물 쓰레기가 색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밥알 하나하나 살아있었다. 이게 무슨, 곧장 카페로 향해 외부 cctv를 확인했다. 이 대낮에 누가 양심을 버리나 싶었다. 기가 막혀, 허리를 굽히며 다가오더니 바가지를 엎어 쏟고 가셨다. 처음 보는 할머니였다. 그대로 쭉 직진, 카메라 밖으로 사라지셨다.

‘음식물 쓰레기봉투 살 돈도 없으셔?’


어느 날은 초등학생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우르르 뛰어왔다.

“저기 벽에 어떤 아저씨가 오줌 싸요!”

CCTV를 돌려보니 익숙한 차림새였다. 안쪽 은밀한 곳으로 들어갔다. 한숨을 내쉬며 얼음을 와그작와그작, CCTV가 기다렸다는 듯 찍고 있는데 왜 이렇게 무책임한 어른들이 많은지, 대체 누구더러 치우라고. 이후로 쓰레기도 더 많아졌다. 화가 나 며칠을 더 꼼꼼하게 CCTV를 돌려보았다. 카페 운영에만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카페로 들어오는 길목 하나하나가 신경 쓰였다. 공사 현장에 포클레인이 척박한 땅을 뒤집을 때마다 내 마음도 뒤집어졌다. 설상가상, 언제부턴가 불쾌한 손님이 카페 안을 헤집고 다녔다. 행여 손님이 있을 때 나올까 봐 급하게 방역 조치를 했으나 빠지직, 밟히는 소리에 목 뒷덜미가 서늘했다.


카페 밖으로는 CCTV 영상을 확보하기 시작하고, 카페 안 위생관리는 더욱 신경 썼다. 한동안 불안한 마음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새벽 한 시, 1층으로 내려가 토글스위치를 딸깍, 순간적으로 잘못 본 듯 샤라락, 소리와 함께 검은 무언가가 떼로 흩어졌다. 순식간에 사라진 게 무엇인지, 잘 못 본 건 아닌지 눈동자를 키우고 샅샅이 훑었다.

‘젠장.’

예감이 좋지 않았다. 온몸에 돋은 닭살은 화가 난 듯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불을 켜고, 끄고를 반복하며 발걸음을 옮기는 공간 하나하나가 낯설었다. 손가락 하나도 닿고 싶지 않았다. 바닥도 천장도 훑느라 바쁜 고갯짓과 눈동자 운동은 2층 주거 공간도 위협하듯 불을 끌 수가 없었다. 끄지 않았다.

2층으로 향했다. 새벽부터 청소기를 돌리고 또 돌리고, 침대 이불을 털고 또 털고. 누울 수도 기댈 수도 없었다. 손님들의 표정과 어투, 그 입김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맘 카페에 누군가 바퀴벌레가 나왔다며 글을 올린다고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문을 닫아야만 했다. 급한 대로 A4용지에 개인 사정으로 당분간 쉬겠다는 글을 끄적였다. 1층 밖으로 나갔다. 붙이려던 종이를 빤히 바라보다 촤악, 찢었다. 다시 2층으로 향했다. 디저트 메뉴 개발로 며칠까지 쉬겠다고 다시 끄적였다. 내친김에 CCTV 녹화 중이라는 경고문도 카페 앞 벽에 부착했다. 전부 뜯어 리모델링하며 오픈 준비하던 시간에 비해, 실제 오픈해서는 몇 달 되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믿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