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뭇한 미소
4월, 따듯한 아침을 알린 건 어느 꼬맹이의 조잘거림이었다. 2층 창가에서 바라본 밖은 산책을 나온 가족으로 환했다. 뭐가 그렇게 궁금한 건지, 아이는 호기심에 카페 앞을 서성이며 발걸음보다 많은 말수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엄마 아빠의 가자는 말도 들리지 않고, 돌 하나하나 말을 거는 것이 어찌나 귀여웠는지. 나는 간단히 씻고 1층을 향해 내려갔다. 화장실 점검부터 하고 조명을 켜며 주방 카운터로 다가가 픽업 창을 열었다. 다음은 커피 머신을 켜고 음악을 틀고. 그사이 사라진 가족, 귀여운 꼬맹이로 인해 시작이 좋은 아침이 되었다.
30분쯤 흘렀을까, 다시 서성이는 가족이 보였다. 팔짱을 낀 채로 픽업 창 가까이 상체를 기울였다.
“안녕하세요~!” 나도 모르게 지어지는 미소와 평소보다 한껏 올라간 목소리는 그 가족에게 반가움의 표시였다.
“안녕하세요~” 아이의 아빠는 받아치듯 인사하며 오픈했는지 묻고, 아이의 엄마는 수줍은 듯 눈웃음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원래 아홉 시 오픈인데, 오늘은 일곱 시부터 오픈이네요~ 아까도 오셨었죠? 아이 목소리에 깼어요~ 하하”
“어머, 죄송해요. 조용히 지나갔어야 했는데.” 아이의 엄마는 연신 죄송하다며 세 식구가 원래 아침형이라고 난처해하며 말했다.
“아니에요~ 쫑알거리는 게 귀여워서 얼마나 흐뭇했는데요~ 들어오세요~ 첫 개시는 제가 쏠게요~” 이런 마음은 아깝지 않은 것이, 나는 이 가족이 마음에 들었다.
아이는 이전까지 보여준 모습은 없이 엄마의 바지를 붙들고 눈만 가린 채로 숨바꼭질하듯 조용히 들어왔다.
“안녕~! 몇 살이야?” 아이의 부끄러운 모습이 자꾸만 말을 걸고 싶었다. 아이의 엄마가 아이에게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수줍음도 엄마를 빼닮았다 싶었다.
“저희가 갈 데가 있어서 커피는 가져갈게요. 따듯한 커피로 두 잔 주세요.” 아이의 아빠는 공짜 커피가 부담스러웠는지 계산해야 다음에 또 올 수 있다며 카드를 내밀었다.
“자주 오시면 케이크도 서비스로 드릴게요. 이건 아이 주세요~!” 수아가 만들어 준 쿠키와 요구르트를 함께 건넸다.
“참, 저희 쿠폰 도장 찍어드리는데, 하나 만들어드릴까요~?”
“네, 있으면 주세요. 앞으로 자주 올 것 같으니.” 아이의 아빠는 흔쾌히 받아 들고 카페 이름의 뜻을 물었다. 시간이 머물고, 사람이 머물고, 마음이 머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따듯한 물을 받는 소리에 어느새 커피 머신의 에스프레소 추출은 끝났다.
“카페 이름이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려요.” 아이의 엄마가 말을 더하며 아이와 함께 다가왔고, 나는 커피를 건넸다.
“감사해요~ 자주 들러주세요~! 쿠폰에 이름 쓰시고 여기 우드 보관함에 넣어두셔도 되고요~!” 아이의 엄마에게 펜을 건넸다. 이름을 끄적이며 보관함에 넣는 손끝을 보다가 곧장 눈이 마주쳤다. 아이의 손을 잡고 웃는 모습이 예뻐 보였다.
“수고하세요~!”
“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인사하며 나서는 가족, 배웅하듯 나가며 그들의 뒷모습을 보았다. 신축 아파트로 향했다. 나는 뒤돌아 카페에 들어섰다. 눈에 띄는 우드 보관함에 다가갔다. 넣어둔 쿠폰을 들어 뒤집었다.
‘정민시.. 이름도 예쁘네.’
누군가 다가오는 인기척, 다시 보관함에 넣어놓고 다음 손님을 받았다.
며칠 후, 어쩐 일인지 아이는 혼자 카페를 찾아왔다. 작은 손에 쥐고 있는 파란색 물건, 어찌나 꼭 붙들고 있는지 나야말로 아이를 꼭 붙들고 싶을 만큼 앙증맞은 녀석이 너무 귀여웠다.
“치익, 치익. 사장님께 인사드리고 커피 한 잔, 아이스티 한 잔 사 오면 돼~!”
맙소사, 말로만 듣던 심부름, 아이가 들고 있던 물건의 정체는 무전기였다. 어딘지 모를 건너편 신축 아파트를 올려다보며, 아이는 엄마에게 보이냐고 뿌듯해했다. 귀여운 자식. 나는 커피와 아이스티를 쏟지 않도록 꼼꼼하게 포장해서 아이를 배웅했다. 아이에게 두 잔은 꽤 무거워 보이는 뒷모습이 기특하고, 밖을 내려다보고 있을 엄마의 모습은 따듯하게 그려졌다. 뜬금없이 결혼이란 게 하고 싶어졌다. 아이를 보면 엄마가 보이고, 엄마를 보면 아이가 보였다.
그녀는 아이가 등원하면 늘 우리 카페를 찾아주었다. 오전 세 시간 삼십 분의 자유라고 했다. 그녀만의 지정석엔 하얀 노트북과 함께 오른편엔 마우스가 놓이고, 왼편엔 커피 한 잔이 놓였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엄마들과 다르게 커피 한 잔만으로 주야장천 앉아있지 않아서였다. 커피도 차도 샌드위치도 손님까지도, 나름 계산한 듯 센스 있게 주문해 왔다. 그런 그녀가 이어폰을 꽂는 순간은 나도 방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머무는 순간은 괜스레 안정감이 느껴졌달까.
한동안 산책하며 꼬박꼬박 들려주는 이 가족에게 고마움과 부러움이 공존했다. 그래서인지 시선도 마음도 오래 머물게 되며 이상적인 가정을 꿈꾸게 되었다. 나는 우드 보관함에 있는 정민시라는 이름이 적힌 쿠폰을 찾아 도장을 남발하기도 했다. 그냥, 좋았다. 이 가족만 보면 하루가 잘 풀리는 것만 같았다. 주고 또 주고 싶었다. 수아의 힐끗거리는 눈만 봐도, 정민시 그녀는 어딘가 모르게 매력 있었다. 배가 제법 나와 옷 태가 안 난다며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절친 수아였기에, 욕심도 질투도 으레 하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