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이네..
실내조명을 켜고, 팝송은 흐르고. 리듬에 몸을 맡기며 문을 활짝 열었다. 오픈을 알리는 우드 입간판을 세우고, 나는 카페 앞을 청소했다. 화분들은 밖으로 꺼내 손님맞이할 준비를 대신하고, 곧장 내가 마실 커피 한 잔을 위해 원두부터 갈았다.
“투둑투둑, 지이잉.”
차 소리는 아닌데, 픽업 창을 통해 고개를 내밀었다. 투박하지만 앙증맞은 크기의 전동차가 다가오고 있었다. 익숙하지만 왠지 모르게 거리 두기가 하고 싶은 색깔, 15년 회사 생활을 하며 절친보다 더 자주 만났었다.
“어머머, 드디어 오픈했구나~ 오며 가며 봤는데~ 음악 소리에 쫓아왔네~”
“아, 안녕하세요~ 방금 오픈했어요~!”
“아이스커피 연하게 한 잔 줘봐요~”
테이크아웃 잔에 얼음을 한가득, 물 잔뜩.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반쯤 담아 뚜껑을 덮고 빨대와 함께 건네기까지. 아주머니의 목소리는 스피커를 통해 쩌렁쩌렁 울리는 듯했다.
분위기가 흘러넘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는데, 요구르트 아주머니의 목소리는 밝다 못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얼마예요~?”
“사천 원입니다!”
“헤에~~~? 왜 이리 비싸?!” 커피보다 놀람을 먼저 마신 아주머니의 표정은 나를 더 놀라게 했다. 사천 원이 비싸다니.
“네~? 원두가 좋아서요. 일반 프랜차이즈 카페와 달라요~!”
“이러면 안 와~~ 손님 없어~~”첫 손님부터 만만치 않은 간섭은 반갑지 않았다. 바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꺼내는 지폐 몇 장, 사천 원을 내기 싫어서 건네지는 않고 만지작거리기만 하는 손은 주름이 자글자글, 지폐도 자글자글 주름졌다.
“여기 주변이 다 공사하고 있어서~ 커피값이 비싸면 안 와~~ 여기 신축 아파트 엄마들 있지? 귀찮아서 정문 밖으로 나오는 것도 힘들어해요~~”못 이기는 척 건네는 사천 원이 왜 이렇게 달갑지 않은 건지, 그래도 웃으며 참고하겠다고 말을 건넸다.
그때였다. 받아 든 커피는 마시지 않고 캐노피부터 열어젖히는 아주머니다. 불안 불안한 마음은 또다시 현실이 되어 무언의 압박을 감당해야만 했다.
“자, 이제 바빠지면 끼니도 거르고 일해야 하니까~ 이거 하나 마셔봐요~”
“아, 저는 괜찮습니다. 커피 마시려고 했어요.” 웃으며 양손을 흔들어 보였으나, 이미 내 손에 쥐어주셨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하.”
“자, 그건 비타민이고~ 이건 또 장 건강을 위한 거야~ 유산균~”
“아, 아니요. 괜찮아요. 저는 이거면 돼.. 요..”
어느새 또 들려있는 내 손가락을 혼내야 하나 싶었다.
요구르트 종류가 다양해도 참 다양했다. 비타민에 유산균, 콜라겐에 멘털 케어까지. 당장 사겠다는 말을 안 하면 매일 찾아올 것이 눈에 선히 그려졌다.
“사장님네 우유는 뭐 써요~~? 우리 우유가 고소하고 맛있는데~~”
“저희 가게에서 쓰는 건 유통 업체에 맡기고 있어요. 거기 요거트도 있나요?”
카페도 마실 거리가 널렸으니까, 사천 원짜리 커피 한 잔도 비싸다고 해놓고 한 달 영업을 하려는 아주머니와의 기싸움은 문을 다시 닫고 싶었다. 그러나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마시는 건 저희 제조 음료로도 충분해서요~! 가볍게 요거트나 먹어볼까 봐요~!”
“커피랑은 다르지~~ 프로바이오틱스 들어간 걸 마셔~~ 장 건강 생각해야지~~”
철벽 방어가 간절한 나에게 마침 손님이 찾아왔다.
“손님이요. 요거트만 주세요.” 나도 만만치 않다는 듯 웃으며 여유 있게 받아쳤다. 아니, 만만치 않은 건 요구르트 아주머니일까, 아침마다 가져다주시겠다고 하시고는 한 달을 권하셨다.
사천 원짜리 커피 한 잔 사주고, 나에게는 다섯 배를 건네다니. 눈 뜨고 코 베였다고 해야 할까, 마음 어딘가 잔뜩 뜯긴 기분이다. 그래, 뭐. 음.. 매일 찾아오시며 동네 소식도 듣고 뭐, 그러면 된다 싶었다. 그러나, 한 달이 한 달로 끝날까 어디. 찝찝한 기분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텃세, 혹은 신고식이라고 생각하려 했다. 다만, 영업성이 눈에 띄게 공격적으로 다가오면 어쩌나, 어떻게 거절해야 하나를 미리 고민하는 내 모습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참에, 나도 매일 아침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건네볼까? 얼음보다 더 반짝이고 살벌하게? 얼려버려? 퍽이나, 내가 굳겠지. 요구르트 아주머니를 누가 이겨. 아무도 못 이겨.
아주머니는 한 건 했다는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캐노피를 닫고 이제야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짧은 다리로 계단에 오르듯 올라타셨다. 내일 만나자는 말씀을 하시고는 손을 흔드는 모습이 왜 이리 얄미운 건지.
“비싼 원두라 그런가~ 커피 맛나네~ 대박 나요, 사장님~~!”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나는 바로 다음 손님을 응대하며 어색한 웃음 한 잔 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