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vs정훈

아이들의 사회생활

by 민시

카페 앞 거리는 차가 다니지 않아 아이들의 뛰어노는 장소가 되었다. 덩달아 여자아이고 남자아이고 할 것 없이 우리 카페 아이스크림은 인기가 좋았다. 엄마들도 카페 안에서 수다를 즐기며 자신들의 아이를 기다렸다.


여전히도 물과 기름을 만난 듯 만나기만 하면 섞이지 못해 싸우는 녀석들도 있었다. 하성이와 정훈이다. 누군가 혼자 놀고 있는 아이가 있을 때, 둘의 성향도 확연히 드러났다. 하성이의 경우는 조용히 다가가 물었다.

“안녕, 너 혹시 몇 학년이야? 왜 혼자 있어? 우리랑 같이 놀래? 가자~!”

그러나 정훈이는 조금 특이했다.

“야! 너 누구야? 너 나랑 놀고 싶어? 나랑 놀래?! 야, 나 따라와!”

서로가 세력 싸움이라도 하려는 듯 한 명이라도 더 모아가며 우르르 몰려다녔다.


어느 날은 화들짝 놀라 픽업 창에 고개를 내밀고 바라봤다. 누가 먼저 다가갔다고 해야 할까, 하성이가 다정하게 다가가며 인사했다. 그러나 정훈이는 저 뒤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많은 걸 묻고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야!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김하성 너희 집 돈 없다며?! 야, 야! 쟤 전세 산댔어. 우리랑 놀 거면 이리 와!” 정훈이가 하성이에게 소리치더니, 동조하라는 듯 주변에 있던 친구들에게도 눈을 맞추며 소리쳤다.


하성이는 개의치 않으려 했지만, 어딘가 쳐진 듯했다.

“야, 전세 살면 안 돼? 우리 아빠는 돈 없는 사람 무시하지 말라고 가르쳤어.”

하성이 주위 친구들은 모두가 “오~!!” 외치며 바라보고, 정훈이 주위 친구들은 모두가 “싸워라~!!” 외쳐댔다.

“거기 너희들~! 이모 카페 앞에서 또 싸울 거야?” 조용히, 빠르게 흩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외쳤다.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정훈이가 욕을 뱉었다. 하성이는 외쳤다.

“야, 최정훈! 너 돈 많으면 여기 애들 아이스크림 사줄 수 있겠네?”

‘오~~~!!’

“오~~~!! 정훈이가 아이스크림 사준다~!!”친구들은 순식간에 하성이 옆으로 다가가 정훈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훈이는 당황했고, 친구들은 기대했다.

“나는 돈 없으니까 내 것만 살게. 넌 돈 많으니까 얘네들 것까지 네가 다 사.”

‘한 방 먹였네.’


하성이가 건넨 오백 원을 받았다. 나는 평소보다 아이스크림을 잔뜩 얹으며 보란 듯이 건넸다. 아이나 어른이나, 무례한 건 뜨끔하게 해 줄 필요가 있지. 아이들은 몰려왔고, 정훈이는 석상이 된 듯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야! 나 사줘!” 정훈이와 친하게 다니던 쌍둥이들이 말했다.

“나도!”

“나도 먹을래!”

아이들 모두의 시선이 정훈이에게 쏠렸다. 정훈이는 불안한 듯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그러고는 곧장 집에 가야 한다며 뛰어갔다. 나는 아이들을 불렀다. 차례로 하나씩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이건 하성이가 사는 거야. 친구라면 돈이 있든 없든 상관없어야 해. 알았지?”

“네~! 감사합니다~! 하성아 고마워~ 잘 먹을게!”


며칠이 지났다. 정훈이 옆에는 쌍둥이 친구들이 지키고, 하성이 옆에는 친구 다섯 명이 지키고 서 있었다. 정훈이는 작정한 듯 지갑을 열며 말했다.

“야! 너네도 아이스크림 먹을 거야? 내가 살게!”

“괜찮아, 우린 우리가 사 먹을게.” 하성이가 대답했다.

정훈이는 하성이의 대답을 무시했다. 다른 친구들에게 말을 건넸다.

“야! 내가 살 테니까 우리 저기 가서 놀자.”

“우리 자전거 탈 거야.” 친구가 대답하니 정훈이 뒤에 있던 쌍둥이마저 자전거 타겠다고 따라나섰다. 순식간에 흩어지고, 정훈이는 짧게 외쳐댈 뿐이었다.

“야! 야! 아이씨..”

자성처럼 강하다고 해야 할까, 친구들을 모두 끌어당기는 하성이었다.


어느 날, 하교 시간에 맞춰 아이들은 모두 카페 앞으로 모였다. 흥미로운 움직임이 보였다. 정훈이가 친구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말을 해도,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어느 무리에도 끼지 못한 채 정훈이 특유의 억양과 목소리만이 카페 안으로 조용히 새어 들어왔다. 그때였다. 파란 렌즈 그녀가 나타났다. 입은 열지 않았다. 정훈이의 팔을 강제로 들어 올리며 밖으로 밀어냈다. 마침 돌아본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미소를 보이며 까딱이는 고개로 인사했다.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어울렸다. 파란 렌즈 그녀가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정훈이를 보면 그녀가 보이고, 그녀를 보면 정훈이가 보였다.

‘누구한테든, 주제넘게 선 넘지 마라. 인성도 대물림이다.’

정훈이는 그날 이후 보이지 않았다. 탄성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