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태도.
4월, 아이의 하교를 도와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집 앞에 닭강정 트럭이 서 있는 것이 아이 눈에 띄었다.
“어! 엄마 닭강정이 뭐예요?”
“치킨에 매콤한 소스로 버무린 거야~”
“먹어볼래요!”
“진짜? 웬일로?”
평소 한식만 고집하는 아이가 사달라고 하니 안 사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직 준비 중이라고,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다. 이른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밥을 먹이려는 순간이었다. 아이가 또 한 번 창문 밖으로 닭강정 트럭을 가리켰다. 내 눈을 보며 반짝이는 눈빛으로 간절함을 드러냈다.
“그러면 아들, 엄마 혼자 빨리 다녀올 테니 여기서 보고 있어.”
“네~!!”
1층으로 내려가 밖으로 향했다. 닭강정을 주문하며 7층에서 내려다볼 아이를 위해 고개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아직 해가 길어 통창으로 밝은 햇살만 반사하고 있을 뿐, 아이의 실루엣조차 보이지 않았다. 생각보다 늦게 받았다. 20분 내내 기름 냄새가 느끼했던 나는 마트에 들러 콜라 한 병 사 들고 올라왔다.
“맛있겠다!”
“맛있게 먹어~!”
벨소리가 들려왔다. 남편에게 걸려 온 영상 통화였다.
“나 지금 퇴근해~!”
“아빠!!! 지금 닭강정 먹고 있어요!!!”
맛있다고 한창 쫑알거리더니 급하게 화장실로 간 아이, 전화는 다시 내가 이어받았다.
“닭강정 어때?”
“아는 맛이지 뭐~ 와서 먹어요. 오빠 것도 덜어놨어. 난 기다리면서 냄새 맡았더니 좀 느끼해.”
“응~ 트럭 앞에 사람 좀 있어?”
“지금?”
아직은 동네가 군데군데 공사 현장으로 휑할 뿐이었다. 들어오는 푸드트럭은 오래 못 있고 사라졌다. 닭강정 트럭 앞에 대기 손님이 있는지 물어보는 남편, 거실 통창을 통해 내려다본 순간이었다. 나는 못 볼 꼴이라도 본 듯이 눈동자를 빠르게 거두었다. 너무 놀라 잘못 본 줄 알고 다시 통창 가까이 다가갔다. 그때였다. 팔짱을 끼며 올려다보는 801호 그녀, 한동안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녀는 나를 향하는 듯 쏘아보며 기다렸다는 듯이 팔을 들어 올렸다. 검지를 치켜세우기 시작했다.
“허, 오빠.. 나 지금 너무 소름 돋아.”
내가 밖을 향해 내려다보고 있음을 실시간으로 들려주니 남편은 더 이상 보지 말라고, 절대 내려다보지 말라고 했다.
내가 밖에서 올려다본 시간은 여섯 시 십 분쯤, 801호 그녀가 올려다본 시간은 여섯 시 사십 분쯤, 그새 해는 빠지고 있었고 나는 거실에 불을 켰었다. 내 실루엣이 통창 밖으로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설마, 아까 내가 올려다볼 때도 내려다보고 있었을까? 어후, 소름.’
내가 닭강정을 받을 때쯤 801호 그녀는 작정하고 내려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마트를 들렸다가 다른 통로로 나오며 정문이 아닌 상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했기에 마주치지 않았던 것, 만약 나를 향한 태도였다면? 801호 그녀는 확실히 정상적인 사고가 아닌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날은 유독 보복 소음이 더 심하게 느껴졌다.
다음날, 학교 정문 앞에서 영희 언니를 다시 마주했다.
“언니! 내가 어제 뭘 봤는지 알아요?”
“아니야 아니야. 민시야 나 진짜 말 안 했는데?”
켕기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나는 추궁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어제 본 사실을 그대로 전했다. 세수조차 하지 않은 듯 영희 언니의 푸석푸석했던 얼굴엔 활기를 얻은 듯 윤이 나고, 눈빛은 신이 났다.
“겨냥했네, 겨냥했어. 보통 친하거나 하면 손을 흔들지 손가락질은 하지 않지~”
“나한테 보인 행동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진짜 기가 막힌 타이밍이죠?”
“그러니까. 아무리 가족한테 했다고 해도 굳이 그 밖에서까지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지~~”
새로운 가십거리를 얻은 영희 언니, 그 가벼운 입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정훈 엄마의 뒷이야기를 전하고 아무리 불만이 많아도, 늘 함께할 수밖에 없는 영희 언니다. 여왕개미한테 충성하듯 먹잇감을 갖다 바칠 것이 당연했다. 나는 더 이상 801호의 쏘아보는 눈빛에서 해방되길 바랐다. 또한, 그동안 알고 지내던 801호 그녀의 상반된 모습을 802호 정훈 엄마는 제대로 알기를 바랐다.
누군가의 흠을 잡기 위한 그녀들에게서 더 이상의 구설은 내가 아니기를 바랐다. 누군가 타깃이 되어야 한다면 나만 아니길 바라는 심리였다. 너무 구차한가? 어쩌면 내가 제일 비열할지도 모른다. 어리석음을 인지하면서도 흘리는 소문이니까. 나야말로 살겠다고 그들과 같아짐을 자처했으니 부끄러운 마음, 그래서인지 양심이라는 게 쿡쿡 찌르며 쉽게 잊지 못하는 걸 수도.
내 이야기는 잠시, 자리를 옮겨 다시 시작되는 영희 언니의 이웃 뒷이야기는 대가처럼 따라왔다.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괴한 배경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 괜히 카페 안 스피커와 사장님을 번갈아 바라봤다. 영희 언니의 몸은 괴물처럼 커지는 듯했다. 내 몸은 굳고 눈동자만이 영희 언니에게 홀린 듯 집중했다. 단순히 소문이 문제가 아니었다. 전달하는 영희 언니의 입, 자신도 모르게 지어지는 표정과 태도에 시선이 붙잡히는 강렬한 중독이었다.
‘인수인계라도 받는 것 같다.’
사실 무슨 이야기를 듣던 그들의 소문은 관심도 없었다.
“언니, 그동안 쌓인 게 많았네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잘만 살잖아요.”
“나는 진짜 잘했어~ 피해 준 건 여태 한 번도 없다고 생각해. 걔네한테 배려하고 다 퍼주고~ 그런데 돌아오는 건 늘 무시라니까~? 그래서 허무한 거야.”
“그 마음 알아요. 당연히 서운하지. 나는 이해해요.”
내가 영희 언니와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802호 정훈 엄마는 움찔할 거다. 본인의 이야기도 나에게 흘러올 것을 잘 알 테니까. 자신이 보였던 행위들에 있어 부끄러움을 느끼길 바랐다. 그러나 이 허무한 마음은 뭘까? 이미 영희 언니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수도 없이 봐왔던 사람일 테니.
802호 정훈 엄마는 여전했다. 그녀는 일부러 그런 듯 갑작스럽게 돌아 바람을 일으켰다. 언제 어디서나 그랬듯이, 그 부부만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흠칫 놀라는 것도 이젠 통하지 않는다. 훤히 그려지는 그녀의 태도, 거울을 보며 외모 체크를 하는 듯했다. 그것 또한 의도가 느껴졌다. 나 역시도 표정 하나 허용할 생각이 없다는 듯 뒤통수만 보여줄 뿐이었다. 내 까만 머리카락에 하얀 새치나 찾아보란 듯.
나는 그들의 바닥을 확인하며 내 바닥도 보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행위는 이를 악물며 얼굴에 미세한 경련을 감당해야 했다. 억울했다. 그러나 그들도 현재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후련했다. 그날 새벽도 딸깍, 이면 켜질 불을 가지고 애꿎은 9층까지 피해를 줬다. 눈이 번쩍, 정신 번뜩. 고약함은 여전했다. 뒤척이며 자세를 틀어보니 통창 밖으로 선명하게 뜬 보름달만이 나를 위로하듯 밝게 켜졌다.
* 처음 써보는 소설입니다. 허술한 점이 있더라도 많은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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