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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Feb 23. 2022

다사다난한 남미 여행

페루 편 6편

#남미 여행 #페루 여행 #다사다난 

  

 아이 둘을 데리고 다니며 여행하는 것은 원숭이 두 마리를 데리고 다니는 것 같다는 유쾌한 가족, 정년퇴직하시고 부부가 장기로 5-6개월씩 여행하는 팀, 미국에서 유학하다 오는 유학생들도 있고 정말 새로운 류의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그중에 나이 지긋하신 노년 부부가 계셨는 데 마추픽추 투어는 예약을 개인적으로 다 하셨고 마추픽추 가기 전 성스러운 계곡 투어를 예약을 하고 싶다고 하셔서 도와드린 적이 있다. 


 투어가 만족스러우 셨는지 시간 괜찮으면 저녁을 사줄 테니 저녁 식사를 같이하자고 하셨다. 나와 전에 만났던 동행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 친구랑 같이 저녁을 사주신 다고 하셔서 저녁을 먹었다. 아버님께서는 돈 생각하지 말고 내가 사주는 거니까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하셨다. 내일 새벽에 투어도 있고 하셔서 아르마스 광장 근처에 있는 곳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아버님은 사업을 하시는 분이었는데 은퇴를 하셨고 어머니는 몇 년 전부터 몸이 안 좋아지셔서 조금이라도 젊을 때 여행을 다녀 보자고 하셔서 여행을 다니신다고 하셨다. 1년에 3-4개월 정도만 한국에 있고 나머지 날은 여행을 다니신다고 하셨다. 이제는 하도 여행을 다녀서 한국에 돌아가면 어머니는 잠을 잘 못 주무시는 데 여행을 나오면 더 잘 주무신다고 하셨다. 


서로를 위하고 재밌게 사시는 두 분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

처음으로 했다.  서로가 배려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그런 상태가 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2월이 되면서 방학시즌이라 그런 지 11월에 비해서 여행객이 배로 늘기 시작했다. 여행객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사람들이 많아지면 또 그만큼 문제점도 많이 늘어나는 법이다.11월 한 달 동안은 손님이 많이 없어서 한가로이 지냈었는데 12월 한 달은 정말 바쁘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남미의 현지 상황을 간략히 이야기하자면 한국처럼 모든 게 순조롭게 돌아가진 않는다. 산속으로 들어가면 연락도 잘 되지 않고 현지 도로 사정도 좋지 않다. 3시까지 와야 되는 차가 5시까지 오기도 하고 12월부터는 매일 같이 비가 오더니 산사태가 발생해 버스길이 막힌다거나 하는 상황들이다. 


 몇 가지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 말하자면, 보통 남미는 버스를 타고 이동을 많이 한다. 비행기보다 저렴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남미 버스는 잘 돼있다. 한 번은 어떤 커플이었는 데 쿠스코에서 페루 국경에 있는 도시 코파카바나로 가는 버스표를 예약하고 갔다. 그런데 쿠스코에서 코파카바나로 가는 길 중간에 시위가 있어서 버스가 그 길을 지나가지 못했다. 길 이 하나밖에 없던 이유인 건 지 뭐가 문제인 건지 버스는 코파카바나를 지나서 뜬금없이 국경을 넘어 볼리비아의 라파즈라는 도시로 가버렸다. 그 버스는 원래 코파카바나를 들렀다 라파즈로 향하는 버스였는데 코파카바나를 지나치고 볼리비아로 그냥 가버린 것이다. 


여행사에 카톡이 있다. 


한국말로 장문에 카톡이 왔다. 


난 읽지 않았다. 


느낌이 왔기 때문이다. 


한 십 분 정도 할 말을 정리하고 카톡을 봤다. 머 할 말이 없다. 누구의 탓도 할 수 없고 우리의 잘못이 아니기도 한 데 잘 못 이기도 한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이 상황 일단 대략적인 이야기 할 내용을 정리한 후 보이스톡을 걸었다. 굉장히 화가 많이 나 있었다. 당연한 것이다. 본인들의 일정이 망가져 버린 것이기에


 나는 죄송합니다를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달리 할 말도 없고 변명할 말 도 없었다. 다행히도 그분은 스페인어를 굉장히 잘했다. 해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파비앙을 바로 바꿔 줬다. 로시엔또 의 연속이다. 로시엔 또는 스페인어로 "미안합니다" 다. 


 사람을 대면하는 서비스업이라는 게 정말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라파즈까지 갔던 버스비를 물어주는 걸로 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또 다른 일 이 있었다.


그날 아침에도 한국인 무리가 마추픽추 투어를 떠났다. 별일 없었다. 다음날이 돌아오는 날이었는데 그날 저녁에 비가 많이 왔다. 그래서 마추픽추에서 쿠스코로 오는 길 목에 산사태가 나 픽업 가는 차량이 마추픽추로 갈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되었다. 


그렇다 


또 카톡이 왔다. 

차가 오지 않는다고.


난 무슨 이야기인 진 몰랐고 파비앙한테 물어보니 

머 그런 상황이었다. 


그 분들 께서는 다른 차들은 왔는 데 

왜 우리 차는 오지 않는 거냐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나도 잘 모른다. 

다른 차는 어떻게 산사태가 난 길을 뚫고 

들어간 건지 그 차에 날개가 달린 건지 

그렇다면 왜 우리 차는 날개가 없는 건지


머 어쨌든 우리 잘못이다. 

시위가 일어나도 우리 잘못이고 

산사태가 나도 우리 잘못이다.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나도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진 않는다. 


그리고 그분들은 


원래 예상 시간보다 3-4시간은 

늦게 쿠스코에 도착했다.


일단 쿠스코에 도착하면 저녁이니

짐 풀고 쉬시고

내일 방문을 부탁드린다고 

말씀을 드렸으며 어떤 방식 으로든 

보상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날 간 팀은 

두 팀이었는데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학생 두 분.

그리고 한 팀 

5-6명 정도 돼 보이는 

한국인팀 이었다.  

여학생 두 분이 먼저 왔고 

정말 죄송하다고 

할 말 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두학생은 

상황을 이해해 주는 편이었다. 


더군다나 

다른 분들이 엄청 화났다고 

조심하라고 

나까지 걱정 해주었다. 


나보다 훨씬 어린 친구들이었고 

분명 본인들도 기분이 좋지 

않았을 텐데 


참으로 성숙한 친구들이었다.

나이가 다는 아니다. 


그리고 

그들이 왔다. 


매우 화가 나 있었다. 

일단 

이 팀은 스페인어를 

하지 못한다. 


1:5로 싸우기 시작했다. 

싸웠다고 하면 뭐하고 

일방적으로 욕을 먹었다. 


하지만 뭐 

욕만 먹고 있진 않았다. 


최대한 이해 할 수 있게 상황 설명을 했고 

잘못을 인정했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보상 처리를 해드렸다. 


사실 이 두 사건은 

아주 작은 사건에 불과했다.



쿠스코에 있는 

두 달 동안

진짜 별에 별일이 

다 있었다.


 남미 현지 상황에 대해서 여행자들이 조금이라도 이해를 해주면 

좋겠지만 즐겁게 여행을 하러 온 사람들에게 그런 이해를 바라는 건 쉽지가 않다. 


그래도 그들도 내가 한국인이라는 점은 이해해준다. 그리고 알바라는 점 또한 이해를 해준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떤 지 모르겠지만 한국사람들은 정이 참 많다. 

어떨 데는 그런 점이 악용되기도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크게 나쁘지 만은 않았다.




#남미 여행 #페루 여행 #다사다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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