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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담는 자(소설)

3장 히말라야의 범어(산스크리트어)

by 한시을

13화: 경전의 동진(東進)


결정의 순간


새벽, 노인이 나를 불렀다.

"복." 그의 목소리가 무거웠다. "꿈을 꾸었느냐?"

"네. 상나라가 보였습니다. 불안했습니다."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같은 꿈을 꾸었다. 동쪽에서 너를 부르고 있다."


우리는 창밖을 바라봤다.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설산 너머 동쪽에서.

"돌아가야 합니다." 내가 말했다.

"알고 있다." 노인이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혼자 가서는 안 된다. 무언가를 가지고 가야 한다."

"무엇을요?"

"경전이다." 노인의 눈빛이 강렬해졌다. "우리가 만든 교본들. 그리고 범어 경전 사본들. 동쪽 사람들이 이것을 읽고 배워야 한다."


나는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그것은..."

"금기를 어기는 일이다. 알고 있다." 노인이 일어났다. "하지만 때가 되었다. 지혜는 숨겨두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다."


소집된 회의


정오, 모든 수행자들이 큰 천막에 모였다.

노인이 가운데 서서 말했다. "복이 동쪽으로 돌아간다."

웅성거림이 일었다.

"그리고 경전을 가지고 간다."


순간 천막이 조용해졌다. 모두가 충격받은 표정이었다.

"안 됩니다!" 한 노수행자가 벌떡 일어났다. "경전은 신성한 것입니다. 밖으로 내보낼 수 없습니다!"

"왜 안 되는가?" 노인이 차분하게 물었다.

"조상들의 가르침입니다. 경전은 이곳에서 지켜져야 합니다!"

"조상들의 가르침은 지혜를 독점하라는 것이 아니다." 노인의 목소리가 단호해졌다. "지혜를 전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동쪽 사람들은 우리 글자를 읽지 못합니다!"

"그래서 교본을 만들지 않았는가." 소마가 일어났다. "갑골문과 범어를 함께 써놓은."

"소마, 너도 이것을 찬성하는가?" 노수행자가 놀라 물었다.

"네." 소마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단호했다. "복님이 떠나시는 게 슬프지만... 이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카일라도 일어났다. "저도 찬성합니다. 우리가 만든 교본이 바로 이것을 위한 것 아닙니까? 서로 다른 문자를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

찬성과 반대가 맞섰다. 목소리가 높아졌다. 긴장이 고조되었다.

노인이 손을 들었다. "투표하겠다. 복이 경전을 가지고 가는 것에 찬성하는 자는 오른쪽으로, 반대하는 자는 왼쪽으로."


수행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최종 결과: 열 명이 오른쪽, 다섯 명이 왼쪽.

"결정되었다." 노인이 선언했다. "복은 경전을 가지고 동쪽으로 간다."


준비


사흘 동안 준비했다.

소마가 경전 사본을 만들었다. 나무판 스무 개에 범어 핵심 경전들을 빼곡히 적었다. 옴 마니 파드메 훔, 반야심경, 초기 베다 찬가들...

카일라가 교본을 정리했다. 갑골문-범어 대조표, 공통 소리 목록, 문법 비교서... 열 개의 나무판.

다른 수행자들은 여행 물품을 준비했다. 마른 식량, 물통, 담요, 밧줄...


나는 모든 것을 가죽 배낭에 넣었다. 무거웠다. 하지만 그 무게가 좋았다. 천 년의 지혜가 담긴 무게였다.

마지막 밤, 소마가 나를 찾아왔다.

"복님."

"왔구나."

우리는 함께 밖으로 나갔다. 별들이 쏟아질 듯 빛나고 있었다. 히말라야의 밤하늘은 언제나 이렇게 아름다웠다.

"진짜 가시는 거죠?" 소마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래야 한다."

"언제 돌아오세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우리 둘 다 알고 있었다. 이번 생에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소마..."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고마웠다. 네가 없었다면 교본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저야말로..."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복님이 없었다면 글자를 배우지 못했을 거예요."


우리는 한참을 말없이 서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만 춥지 않았다.

"복님." 소마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음 생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만날 것이다." 나는 확신했다. "분명히."

"제가 복님을 알아볼 수 있을까요?"

"영혼은 기억한다." 나는 그녀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얼굴이 바뀌어도, 이름이 바뀌어도."

소마가 품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이거... 받으세요."

"이게 뭐냐?"

"씨앗이에요. 히말라야에만 있는 꽃 씨앗. 동쪽에 심으세요. 그러면..."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그 꽃이 필 때마다 저를 생각하실 거예요."


나는 조심스럽게 주머니를 받았다. "꼭 심겠다."

"약속하세요."

"약속한다."


이별


새벽, 모든 수행자들이 나를 배웅하러 나왔다.

노인이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복아, 이 길은 험할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라면 해낼 것이다." 그가 미소를 지었다. "너는 특별한 자니까."

카일라가 다가와 포옹했다. "형제여, 안전하게."

"너도 건강하게."


다른 수행자들도 하나씩 작별 인사를 했다. 심지어 반대했던 노수행자도 다가와 말했다. "조심하게. 비록 내가 반대했지만... 자네가 무사하기를 바라네."


마지막으로 소마가 다가왔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말이 필요 없었다. 모든 것이 눈빛에 담겨 있었다.

"가세요." 소마가 억지로 웃었다. "해가 뜨기 전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등을 돌렸다.

한 걸음, 두 걸음.

뒤를 돌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참았다. 돌아보면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동쪽을 향해 걸었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설산 너머로.


위험한 여정


사흘째 되는 날, 좁은 산길을 지나고 있었다.

왼쪽은 절벽, 오른쪽은 깊은 계곡. 한 발 잘못 디디면 떨어지는 길이었다.

갑자기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멈춰라!"


나는 돌아봤다. 세 명의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거친 옷차림, 손에는 곤봉. 산적들이었다.

"배낭을 내려놓아." 선두의 남자가 위협했다.

"이것은 내줄 수 없다."

"그럼 죽어라."


그들이 달려들었다. 나는 배낭을 꽉 안고 뒤로 물러섰다. 발이 절벽 끝에 걸렸다.

"경전을..." 나는 배낭을 끌어안았다. "이것만은..."

선두의 남자가 곤봉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옆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쉬익!


산적의 어깨에 박혔다. "으악!" 그가 비틀거렸다.

"누구냐!" 다른 산적들이 주위를 둘러봤다.

바위 뒤에서 사람이 나타났다. 활을 든 여자였다. 그녀의 얼굴은 익숙했다.

"소마?!"

아니었다. 소마가 아니었다. 하지만 묘하게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빨리 가!" 그녀가 소리쳤다. "내가 막을게!"


나는 망설였다.

"빨리!"

나는 달렸다. 뒤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 비명,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조용해졌다.


나는 뒤를 돌아봤다. 그녀가 서 있었다. 산적들은 도망가고 있었다.

"당신은..." 내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누구입니까?"

"그냥 지나가던 사람." 그녀가 활을 내렸다. "경전을 지키는 자는 도와야 한다는 걸 배웠거든."

"어떻게 알았습니까?"

"소마가 보냈어."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당신을 따라가서 지켜달라고."

내 가슴이 뜨거워졌다. 소마...

"고맙습니다."

"천리길이 남았어." 그녀가 앞을 가리켰다. "같이 가지. 혼자는 위험해."


새로운 동행


그녀의 이름은 아리아였다. 서쪽에서 온 떠돌이 전사였다.

"왜 여기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떠도는 거지 뭐." 그녀가 대답했다. "정착은 내 성격에 안 맞아."

"소마를 어떻게 아십니까?"

"한 달 전에 만났어. 부상당한 나를 치료해 줬지." 아리아가 웃었다. "착한 아이더라. 그래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어."


우리는 함께 걸었다. 아리아는 길을 잘 알았다. 위험한 곳을 피하고, 안전한 쉼터를 찾았다.

"복." 어느 날 저녁, 그녀가 물었다. "그 경전이 뭐가 그렇게 중요해?"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천 년의 지혜가."

"지혜?" 아리아가 코웃음을 쳤다. "지혜로 배가 부르던가?"

"배는 부르지 않지만..." 나는 천천히 말했다. "영혼은 부릅니다."

"영혼..." 그녀가 되뇌었다. "그런 게 있나?"

"있습니다. 당신에게도."


아리아가 웃었다. "난 영혼 따위는 모르겠고, 그냥 싸우면서 사는 게 좋아."

하지만 그날 밤, 나는 그녀가 경전 나무판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걸 봤다. 범어 글자들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더듬으며.


황하가 보이다


보름이 지났다. 히말라야를 완전히 벗어났다. 평야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저기." 아리아가 멀리를 가리켰다. "황하야."


내 가슴이 뛰었다. 천 년 만에 보는 황하. 무로와 메이가 이별했던 그 강.

"여기까지만 가면 돼." 아리아가 말했다. "이제 안전해."

"당신은?"

"나는 돌아가." 그녀가 활을 메었다. "히말라야가 내 집이니까."

"고맙습니다, 아리아."

"소마한테 잘 전해."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잘 있으라고."


그녀가 돌아섰다.

"아리아!" 내가 불렀다. "언젠가 다시 만납시다!"

"글쎄." 그녀가 손을 흔들었다. "다음 생에서나?"

그녀가 사라졌다. 나는 혼자 남았다.


황하를 바라봤다. 강물이 유유히 흘렀다. 천 년 전과 똑같이.

하지만 이제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등에 경전이 있었다. 히말라야의 지혜가. 범어가. 소마의 마음이.

상나라를 향해 걸었다. 해가 중천에 떴다.


그때 멀리서 검은 연기가 보였다. 성벽 너머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전쟁이었다.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연화가 위험하다. 학당이 위험하다.

경전을 꽉 안고 달렸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기다려, 연화. 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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