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히말라야의 범어(산스크리트어)
성문이 열려 있었다.
아니, 부서져 있었다. 청동 빗장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나무 문짝은 반쯤 타서 재가 되어 있었다.
나는 성 안으로 뛰어들었다.
거리는 아비규환이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렸다. 병사들이 칼을 들고 약탈했다. 어린아이가 울부짖으며 어머니를 찾았다.
"상나라가..." 내 목소리가 떨렸다. "무너지고 있다."
서쪽에서 온 오랑캐들이었다. 주나라 군대. 그들은 무자비했다. 집집마다 불을 질렀고, 창고를 털었고, 사람들을 내쫓았다.
학당은 어디쯤일까.
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동쪽 구역, 왕궁 근처. 거기였다.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온몸이 경전을 짓누르는 무게에 짓눌렸지만 놓을 수 없었다. 이것만은.
달렸다. 골목을 돌고, 무너진 담을 넘고, 타는 건물을 피했다.
"연화!" 나는 소리쳤다. "연화!"
학당은 반쯤 타 있었다.
지붕이 무너졌다. 벽이 무너졌다. 나무판들이 흩어져 있었다. 불에 그을린 글자들. 갈라진 등껍질들.
"안 돼..." 내 무릎이 꺾였다.
하지만 그때 뒤편에서 소리가 들렸다.
"여기... 여기 있어요..."
나는 벌떡 일어났다. 무너진 벽 뒤로 갔다.
거기 연화가 있었다. 살아있었다. 그녀는 여섯 명의 학생들과 함께 웅크리고 있었다. 모두 겁에 질려 있었지만 다친 곳은 없었다.
"연화!" 나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스승님..." 연화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스승님이 정말 오셨어요."
"다쳤나?"
"괜찮아요. 우리는 지하실에 숨어 있었어요. 하지만 학당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우리가 함께 만든 학당. 천 개의 글자가 새겨진 나무판들. 학생들의 꿈이 담긴 곳. 모두 재가 되었다.
"중요한 건..." 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네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글자들이..."
"다시 만들 수 있다." 나는 배낭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것을 가져왔다."
밤이 되었다.
우리는 성 밖 숲 속으로 피신했다. 다른 피난민들도 여럿 있었다. 작은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앉았다.
나는 배낭을 열었다. 나무판들을 꺼냈다. 범어 경전들. 교본들.
"이게 뭐예요?" 한 학생이 물었다.
"히말라야에서 가져온 글자다."
연화가 나무판을 집어 들었다. 횃불빛에 비춰봤다. 범어 문자들이 반짝였다.
"이상해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우리 글자와 완전히 다르네요."
"그렇다. 이것은 소리를 담는 글자다."
"소리를?"
나는 교본을 펼쳤다. 갑골문과 범어가 나란히 적혀 있었다.
"봐라. 이것은 日이다. 해를 뜻한다. 그런데 히말라야 사람들은 이것을 '수리야'라고 부른다."
나는 범어로 수리야를 가리켰다. "이 글자들은 '수', '리', '야'라는 소리를 하나하나 담고 있다."
학생들의 눈이 커졌다.
"대단해요!" 한 학생이 감탄했다. "그럼 모든 소리를 글자로 만들 수 있겠네요!"
"그렇다."
"그런데..." 연화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우리 글자는 뜻을 담고, 저쪽 글자는 소리를 담는다... 어느 것이 더 좋은 거예요?"
나는 미소를 지었다. "둘 다 필요하다."
"왜요?"
"뜻만 있으면 소리를 잃는다. 소리만 있으면 뜻을 잃는다." 나는 두 나무판을 나란히 놓았다. "하지만 둘이 만나면..."
다음 날, 노인 무갑이 찾아왔다.
그는 살아있었다. 수염이 더 희끗해졌고,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패였지만. 그는 우리를 발견하고 울었다.
"복... 네가 돌아왔구나."
"스승님." 나는 그를 부축했다. "많이 상하셨습니까?"
"상나라가 무너졌다." 노인의 목소리가 쉬었다. "주나라가 이겼다. 새로운 왕조가 시작된다."
"점복의 전당은요?"
"불탔다. 거북 등껍질 천 개가 모두 재가 되었다."
모두가 침묵했다.
노인이 내 배낭을 보았다. "그것은 무엇이냐?"
"히말라야에서 가져온 경전입니다."
나는 나무판들을 꺼내 보였다. 노인은 한참을 들여다봤다. 손가락으로 범어 문자들을 조심스럽게 더듬었다.
"이상한 글자로구나..." 그가 중얼거렸다. "우리 것과 다르다."
"소리를 담는 글자입니다."
"소리를?" 노인이 고개를 들었다. "무슨 뜻이냐?"
나는 설명했다. 갑골문과 범어의 차이를. 뜻과 소리의 차이를. 교본의 원리를.
노인은 점점 얼굴이 어두워졌다.
"안 된다."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네?"
"이것은 우리 전통이 아니다." 노인이 일어났다. "우리는 조상 때부터 뜻으로 글자를 만들었다. 소리로 만드는 것은 이단이다."
"하지만 스승님..."
"듣거라, 복." 노인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네가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위험하다."
"무엇이 위험합니까?"
"전통을 버리면 우리 정체성도 사라진다." 노인이 나무판을 밀어냈다. "이 이상한 글자들을 받아들이면 우리 글자가 망가진다."
연화가 일어났다. "스승님, 그렇지 않습니다."
"연화, 너까지..."
"복 스승님은 전통을 버리자는 게 아니에요. 새로운 것을 배우자는 거예요." 연화가 교본을 들었다. "보세요. 여기 우리 글자도 있고 저쪽 글자도 있어요. 둘이 함께 있어요."
"그게 문제다!" 노인이 소리쳤다. "섞으면 안 된다! 순수해야 한다!"
침묵이 흘렀다.
연화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스승님, 여쭙겠습니다."
"말해보거라."
"글자는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노인이 당황했다. "그야... 신과 대화하기 위한 것이고..."
"아닙니다." 연화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글자는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기억하고, 전하고, 소통하기 위한 것입니다."
"연화..."
"제가 글자를 배우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연화가 계속 말했다. "글자는 살아있는 것이에요. 시대에 따라 변해요.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한다고?" 노인이 코웃음을 쳤다. "글자는 신성한 것이다. 함부로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스승님도 바꾸셨잖아요." 연화가 반박했다. "예전 글자보다 더 간단하게, 더 정확하게. 복 스승님이 도와드렸고요."
노인이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연화가 범어 나무판을 들었다. "이 글자들이 우리를 위협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우리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요."
"어떻게?"
"소리를 담는 방법을 배우면, 우리도 더 정확하게 발음을 기록할 수 있어요. 지금은 日이라고 쓰면 '리'라고 읽는지 '일'이라고 읽는지 헷갈리잖아요."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범어처럼 소리를 글자로 만들 수 있다면..." 연화의 눈이 반짝였다. "우리도 언젠가 뜻과 소리를 모두 담는 완벽한 글자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노인이 주저앉았다.
한참을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연화... 네가 옳다."
"네?"
"나는 늙었다." 노인이 쓴웃음을 지었다. "변화가 두려웠다. 새로운 것이 무서웠다."
그가 범어 나무판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네 말을 듣고 보니... 이것도 글자구나. 다른 방식의 글자."
"스승님..."
"복." 노인이 나를 바라봤다. "미안하다. 네가 먼 길을 와서 가져온 지혜를 거부하려 했구나."
"괜찮습니다."
"가르쳐다오." 노인이 나무판을 내밀었다. "이 글자를. 소리를 담는 방법을."
나는 감격에 겨워 무릎을 꿇었다. "가르치겠습니다."
그날 밤, 우리는 모닥불 앞에 둘러앉았다. 나는 범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옴..." 나는 첫 소리를 냈다. "이것이 가장 신성한 소리다."
"옴..." 학생들이 따라 했다.
"이 소리는 우주의 시작을 담고 있다. 모든 것의 근원."
연화가 나무판에 범어로 옴을 새기기 시작했다. 송곳 소리가 밤을 채웠다.
똑. 똑. 똑.
갑골문을 새기던 그 소리와 똑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글자를 새기고 있었다. 새로운 세계를 여는 글자를.
일주일이 지났다.
주나라가 완전히 상나라를 점령했다. 새로운 왕이 즉위했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가르치고 배웠다.
어느 날 저녁, 노인이 나를 불렀다.
"복, 네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
"무엇입니까?"
"서쪽에서 온 소식이다." 노인의 얼굴이 심각했다. "히말라야에 큰 전쟁이 일어났다고 한다."
내 가슴이 철렁했다. "전쟁이요?"
"북쪽 부족들이 쳐들어왔다고 한다. 수행자들의 거처가 불탔다고."
"소마!" 나는 벌떡 일어났다.
"누가 소마냐?"
"제... 제 친구입니다. 히말라야에 있는."
노인이 내 손을 잡았다. "복아,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
"하지만 여기는..."
"여기는 연화가 있다." 노인이 미소를 지었다. "그 아이가 나보다 더 잘할 것이다."
나는 연화를 바라봤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세요, 스승님. 친구를 구하세요."
"하지만..."
"괜찮아요." 연화가 범어 나무판을 들었다. "이제 저도 이 글자를 가르칠 수 있어요. 그리고..." 그녀가 활짝 웃었다. "언젠가 스승님처럼 두 글자를 하나로 만드는 방법을 찾을 거예요."
그날 밤, 나는 다시 짐을 쌌다. 이번에는 갑골문 나무판들도 함께. 동쪽의 지혜를 서쪽으로 가져가기 위해.
떠나기 전, 연화가 내게 작은 주머니를 건넸다.
"이게 뭐냐?"
"씨앗이에요. 히말라야 꽃 씨앗. 소마님이 주신 거 기억하시죠?"
나는 깜짝 놀랐다. "네가 어떻게..."
"심었어요. 학당 뒤뜰에. 이번 봄에 꽃이 폈고, 씨앗을 받았어요." 연화가 미소를 지었다. "돌아가서 소마님께 드려요. 당신의 선물이 동쪽에서 꽃 피웠다고."
나는 주머니를 꽉 쥐었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고맙다, 연화."
"빨리 가세요. 그리고..."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꼭 살아서 돌아오세요. 완벽한 글자를 만드셨다는 소식을 들려주세요."
나는 서쪽을 향해 걸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히말라야 방향으로.
소마, 기다려라. 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