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히말라야의 범어(산스크리트어)
히말라야가 보였다.
하지만 예전의 평화로운 모습은 없었다. 연기가 피어올랐다. 불탄 천막들. 무너진 돌담들.
나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달렸다. 발이 돌에 걸려 넘어졌다. 손바닥이 찢어졌다. 피가 흘렀다. 하지만 일어나 다시 달렸다.
"소마!" 목이 터져라 외쳤다. "소마!"
수행자들의 거처는 완전히 불타 있었다. 지붕이 무너지고, 벽이 쓰러지고, 나무판들이 재가 되어 있었다.
"안 돼..." 무릎이 꺾였다.
그때 뒤에서 신음 소리가 들렸다.
"으윽..."
나는 벌떡 일어나 소리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무너진 벽 뒤에 한 노인이 쓰러져 있었다.
"노인!" 나는 그를 부축했다.
그의 얼굴을 보고 알아봤다. 1년 전 나를 가르쳐준 그 노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피투성이였다. 옷이 찢어지고, 얼굴에 상처가 가득했다.
"복... 인가?" 노인이 가까스로 눈을 떴다.
"네! 살아계셨군요!"
"북쪽 부족들이... 쳐들어왔다..." 노인의 목소리가 약했다. "우리를 이단이라 했다. 범어를 만드는 것이 신을 모독한다고..."
"소마는 어디 있습니까?"
노인이 고개를 돌렸다. 멀리 동굴을 가리켰다. "저기... 동굴에... 몇 명이 숨어있다..."
"고맙습니다!" 나는 일어섰다.
"복..." 노인이 내 옷자락을 붙잡았다. "조심해라... 아직 그들이 근처에..."
말을 마치기도 전에 노인의 손이 축 늘어졌다. 숨이 끊어졌다.
"노인..." 나는 그의 눈을 감겨주었다. "편히 가십시오."
동굴 입구는 좁았다. 바위로 절반쯤 막혀 있었다.
"누구냐!" 안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복입니다! 동쪽에서 왔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바위가 옆으로 밀렸다. 한 남자가 창을 들고 나타났다. 카일라였다.
"복?!" 그가 놀라 창을 내렸다. "정말 너냐?"
"카일라!" 나는 그를 껴안았다.
"어떻게 여기를... 아니, 들어와. 빨리."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작은 횃불 하나가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수행자들과 마을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구석에 소마가 있었다.
"소마!"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커졌다. "복님?!"
나는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녀도 벌떡 일어나 나를 껴안았다.
"복님... 정말 오셨어요..."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꿈인 줄 알았어요."
"다쳤나?"
"괜찮아요. 카일라가 지켜줬어요."
나는 그녀를 천천히 떼어냈다. 얼굴을 자세히 봤다. 머리가 흐트러지고, 옷이 찢어졌지만 다친 곳은 없었다.
"다행이다..." 내 목소리가 떨렸다.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다른 분들은..." 소마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어요. 노인도..."
"알고 있다. 만났다."
카일라가 다가왔다. "복,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여기서 나가야 한다." 나는 동굴 입구를 바라봤다. "적들이 다시 올 수 있다."
"어디로 가지?"
"동쪽으로."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상나라로. 거기는 안전하다."
밤이 되자 우리는 동굴을 나왔다.
열한 명. 너무 많았다. 움직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버릴 수는 없었다.
"조용히." 내가 앞장섰다. "소리 내지 마라."
산길을 따라 내려갔다. 달빛만이 길을 비췄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한 시간쯤 걸었을까. 갑자기 앞에서 불빛이 보였다.
"멈춰!" 내가 손을 들었다.
모두가 멈췄다.
"북쪽 부족 순찰대다." 카일라가 속삭였다. "돌아가야 한다."
"안 돼. 시간이 없다."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오른쪽에 작은 계곡이 있었다. "저기로."
우리는 계곡으로 내려갔다. 가파랐다. 한 노파가 미끄러졌다. 소마가 재빨리 붙잡았다.
"조심하세요."
계곡 바닥에 도착했을 때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누가 있나?"
순찰대였다. 그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숨어!" 내가 명령했다.
모두가 바위 뒤로 숨었다. 나는 소마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이 차갑고 떨렸다.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탁. 탁. 탁.
내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순찰대 둘이 계곡으로 내려왔다. 횃불을 들고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확인해 봐."
한 명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점점 가까워졌다. 5미터, 4미터, 3미터...
그때 위에서 소리가 들렸다.
"야! 뭐하냐! 빨리 와!"
"가자."
순찰대가 돌아갔다. 발소리가 멀어졌다.
나는 숨을 내쉬었다. 옆을 보니 소마가 여전히 내 손을 꽉 쥐고 있었다.
"이제 괜찮다." 내가 말했다.
"복님..." 소마가 나를 바라봤다. "정말 무서웠어요."
"나도 그랬다."
우리는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달빛 아래, 그녀의 얼굴이 창백하게 빛났다. 눈물 자국이 볼을 타고 흘렀다.
"가자." 나는 그녀의 손을 놓지 않고 일어났다. "아직 멀었다."
사흘째 되는 날, 우리는 작은 동굴을 찾아 쉬었다.
모두가 지쳐 있었다. 식량도 떨어졌다. 물도 부족했다.
"이렇게 가다간..." 한 수행자가 말했다. "모두 죽는다."
"포기하지 마라." 카일라가 말했다. "복이 길을 안다."
하지만 나도 자신이 없었다. 길은 험했고, 추격자들은 끈질겼다. 멀리서 횃불이 보였다. 그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밤이 되자 소마가 나를 불렀다.
"복님, 잠깐 나와주세요."
우리는 동굴 밖으로 나갔다. 별들이 쏟아질 듯 빛나고 있었다.
"복님." 소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말씀드릴 게 있어요."
"무엇이냐?"
"제가... 제가 복님을..." 그녀가 말을 잇지 못했다.
"소마."
"복님을 사랑합니다." 그녀가 마침내 말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요. 복님이 저에게 글자를 가르쳐주셨을 때부터."
내 가슴이 뛰었다. "소마..."
"알아요. 안 된다는 거."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복님은 초월적 존재시고, 저는 평범한 인간이고. 하지만..." 그녀가 나를 바라봤다. "말하지 않고는 못 견디겠어요.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
침묵이 흘렀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마, 나도..."
"아니에요." 그녀가 손을 저었다. "대답하지 마세요. 복님이 뭐라고 하시든 제 마음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소마."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나도 너를 사랑한다."
그녀가 놀라 나를 바라봤다. "정말요?"
"그렇다. 처음부터." 나는 그녀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네가 교본을 만들자고 했을 때, 네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네가 웃을 때. 나는 네가 좋았다."
"하지만... 복님은..."
"초월적 존재라도 사랑할 수 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 인간과 다른 점이다. 우리는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
소마가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그녀를 안았다. 그녀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따뜻했다. 떨렸다. 살아있었다.
"소마." 나는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살아서 나가자. 함께."
"네..." 그녀가 대답했다. "꼭 살아서."
우리는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별빛 아래에서.
나흘째, 추격자들이 따라잡았다.
"저기다!" 소리가 들렸다. "도망자들이다!"
우리는 달렸다. 하지만 노파가 쓰러졌다. 다리를 다쳤다.
"일어나세요!" 소마가 그녀를 부축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추격자들이 에워쌌다. 열다섯 명. 창과 칼을 들고.
"끝났다." 카일라가 창을 들었다. "하지만 싸우고 죽자."
"기다려." 나는 앞으로 나섰다.
"뭐 하나?"
"내가 말하겠다."
나는 추격자들을 바라봤다. 그들의 우두머리가 앞으로 나왔다. 큰 키에 험상궂은 얼굴. 흉터가 가득했다.
"너희가 이단들이냐?" 그가 물었다.
"우리는 이단이 아니다." 내가 대답했다. "우리는 그저 글자를 만들었을 뿐이다."
"글자?" 그가 비웃었다. "신을 모독하는 글자를."
"신을 모독한 것이 아니다. 신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나는 배낭을 열었다. 범어 나무판을 꺼냈다. "이것을 봐라. 신성한 소리를 담은 글자다. 옴. 마니. 파드메. 훔."
우두머리가 나무판을 집어 들었다. 한참을 들여다봤다.
"이것이... 신의 말씀을 담은 것이냐?"
"그렇다. 소리로 담았다. 뜻으로 담는 동쪽 글자와는 다르다."
"흠..." 그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신기하군."
"우리를 죽이면 이 지혜가 사라진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우리를 살려주면, 너희에게도 가르쳐줄 수 있다."
우두머리가 주위 부하들을 돌아봤다. 그들도 나무판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좋다." 우두머리가 결정을 내렸다. "가거라. 하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마라."
"고맙다."
우리는 서둘러 지나갔다. 추격자들이 길을 열어주었다.
보름 후, 우리는 마침내 평야에 도착했다.
안전했다. 추격자들도 없었다. 모두가 기뻐했다.
하지만 나는 무언가 불완전하다고 느꼈다. 범어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뭔가 빠진 것 같았다.
"복님." 소마가 다가왔다. "무슨 고민이세요?"
"범어가..." 나는 나무판을 바라봤다. "아직 부족하다."
"무엇이요?"
"소리를 담았지만, 체계가 명확하지 않다. 자음과 모음의 구분이 흐릿하다."
소마가 나무판을 집어 들었다. 한참을 들여다봤다.
"복님." 그녀가 말했다. "제 생각이 있어요."
"말해봐."
"갑골문은 뜻을 담죠. 그래서 그림처럼 생겼어요. 하지만 범어는 소리를 담아요. 그럼 입의 모양을 본따면 어떨까요?"
내 눈이 번쩍 떴다. "입의 모양?"
"네. 'ㅏ' 소리를 낼 때 입이 벌어지잖아요. 'ㅣ' 소리를 낼 때는 입이 좁아지고. 그 모양을 글자로 만드는 거예요."
"천재적이다!" 나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소마, 네가 답을 찾았다!"
그날부터 우리는 범어를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자음: 입술, 혀, 목구멍의 위치에 따라 모음: 입의 벌림에 따라
하나하나 정리했다. 체계가 잡혔다. 명확해졌다.
한 달 후, 완성되었다.
완전한 범어. 모든 소리를 담을 수 있는 문자.
"해냈어요!" 소마가 환호했다.
카일라도 기뻐했다. 다른 수행자들도 춤을 췄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범어는 동쪽으로 가야 한다. 갑골문과 만나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 둘이 합쳐져야 한다.
"소마." 나는 그녀를 불렀다.
"네?"
"이제 동쪽으로 가야 한다. 이 범어를 전해야 한다."
소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복님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죠."
"같이 가겠나?"
그녀가 놀랐다. "저를요?"
"그렇다. 네가 없으면 범어를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
소마가 웃었다. 눈물이 흘렀다. "물론이죠. 어디든 따라갈게요."
다음 날 새벽, 우리는 떠날 준비를 했다.
카일라가 작별 인사를 했다. "복, 소마, 잘 가게."
"너는?"
"나는 여기 남는다." 카일라가 나머지 수행자들을 가리켰다. "이들을 돌봐야 한다. 새로운 거처를 만들어야지."
"고맙다, 형제여."
"아니, 내가 고맙지." 카일라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네가 범어를 완성시켰다. 우리 꿈을."
우리는 포옹했다.
소마는 다른 수행자들에게 범어 교본을 나눠줬다. "잘 간직하세요. 그리고 가르치세요."
"그러마." 그들이 대답했다.
해가 떠올랐다. 동쪽에서.
나와 소마는 걸었다. 새로운 배낭에는 완성된 범어 나무판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갑골문 교본들도.
"복님." 소마가 물었다. "동쪽에 도착하면 뭘 할 거예요?"
"범어를 가르친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너와 함께 새로운 문자를 연구한다."
"새로운 문자요?"
"그렇다. 갑골문의 뜻과 범어의 소리를 합친 문자. 언젠가 만들어질 완벽한 문자."
"그게 가능할까요?"
"가능하다." 나는 확신했다. "천 년이 걸려도, 이천 년이 걸려도. 언젠가 누군가 만들 것이다."
소마가 미소를 지었다. "그 누군가가 복님이면 좋겠어요."
"아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 누군가는 우리 둘이 만나서 낳을 후손일 것이다."
소마가 얼굴이 빨개졌다. "복님!"
"왜? 싫으냐?"
"아니요..." 그녀가 수줍게 웃었다. "좋아요. 정말 좋아요."
우리는 동쪽을 향해 걸었다. 해가 밝게 빛났다. 따뜻했다.
천 년의 여정이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옆에 소마가 있었다. 그리고 등에는 두 문자가 있었다.
뜻과 소리. 동쪽과 서쪽. 과거와 미래.
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