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히말라야의 범어(산스크리트어)
하얀 숨이 입에서 피어올랐다.
새벽 공기는 칼날처럼 차갑고 날카로웠다. 눈 덮인 산 위, 열다섯 명의 수행자들이 일렬로 서 있었다. 맨발이었다. 하얀 눈 위에 붉은 발자국이 찍혔다.
"호흡!" 노인의 목소리가 고요를 깼다.
수행자들이 일제히 숨을 들이마셨다. 깊고 느리게. 배가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천천히 내쉬었다. 입에서 나온 하얀 김이 하나로 뭉쳐 하늘로 올라갔다.
나도 함께했다. 차가운 공기가 코로, 목으로, 폐로 들어왔다. 처음엔 따가웠다. 하지만 점점 익숙해졌다. 추위가 사라졌다. 아니, 추위와 하나가 되었다.
"옴..."
노인이 소리를 냈다. 낮고 깊은 울림.
"옴..." 수행자들이 따라 했다.
열다섯 목소리가 하나가 되었다. 산이 울렸다. 눈이 미세하게 떨렸다. 공기 전체가 진동했다.
나도 소리를 냈다. "옴..."
내 목소리가 다른 이들과 섞였다. 구분이 안 됐다. 우리는 하나였다.
해가 떠올랐다. 붉은빛이 눈을 물들였다. 황금빛으로, 핑크빛으로, 눈부시게.
"좋다." 노인이 웃었다. "오늘도 우주가 우리를 맞이하는구나."
수행자들이 천막으로 돌아갔다. 발자국이 눈 위에 점점이 찍혔다. 내 발도 차가웠지만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살아있음이 느껴졌다.
아침 식사 후, 노인이 발표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복이 깊은 동굴 수행을 할 것이다."
수행자들이 웅성거렸다. 깊은 동굴. 산 정상 근처에 있는, 가장 위험한 수행 장소.
"할아버지." 소마가 놀라 일어났다. "아직 너무 이르지 않습니까? 복님은 온 지 보름밖에..."
"괜찮다." 노인이 손을 들었다. "복은 준비되었다. 어제 꿈에서 실마 족장님을 봤다. 이제 때가 되었다고 하셨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랬다. 어젯밤 꿈에서 실마가 나타나 말했다. '깊은 동굴로 가라. 거기서 진짜 비밀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한 젊은 수행자가 말했다. "깊은 동굴은 위험합니다. 작년에 수행자 하나가..."
"알고 있다." 노인이 엄숙하게 말했다. "하지만 복은 다르다. 그는 선택받은 자다."
그때 멀리서 인기척이 들렸다. 누군가 마을로 오고 있었다.
카일라였다.
한 달 만이었다. 그의 얼굴은 여위었고, 수염이 자라 있었다. 하지만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돌아왔구나." 노인이 말했다.
"네." 카일라가 무릎을 꿇었다. "한 달간 반성했습니다."
"복에게 사과했느냐?"
카일라가 나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미안함, 자존심, 그리고... 여전한 경계심.
"죄송합니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받아들입니다." 나는 대답했다.
"좋다." 노인이 웃었다. "그럼 카일라, 너도 오늘 복의 수행을 도와라. 깊은 동굴까지 안내해 주거라."
카일라의 얼굴이 굳었다. "제가... 저자를?"
"그렇다. 이것이 너의 속죄다."
정오, 우리는 출발했다.
카일라가 앞장섰다. 나는 그의 뒤를 따랐다. 소마도 함께 왔다. "걱정돼서요." 그녀가 말했다.
산은 가팔랐다. 눈이 무릎까지 쌓여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힘겨웠다. 숨이 찼다. 공기가 희박했다.
카일라는 말이 없었다. 그저 묵묵히 앞서 걸었다. 그의 등은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한 시간쯤 걸었을까. 카일라가 멈췄다.
"여기서부터 위험합니다." 그가 앞을 가리켰다.
좁은 능선이 보였다. 양쪽은 깊은 절벽. 바람이 세게 불었다. 휘잉...
"조심하세요." 소마가 내 손을 잡았다. 떨리는 손이었다.
카일라가 먼저 건넜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내 차례였다.
한 발 내디뎠다. 눈이 무너졌다. 우두둑... 몸이 기울었다.
"복님!" 소마가 소리쳤다.
순간적으로 중심을 잡았다. 호흡을 가다듬었다. 옴... 속으로 소리를 냈다. 마음이 안정되었다.
다시 걸었다. 이번엔 더 신중하게. 중심을 낮게. 호흡에 집중하며.
능선을 건넜다.
"잘하셨어요!" 소마가 안도하며 뒤따라왔다.
카일라가 나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 뭔가 변화가 있었다. 놀람? 존경? 아니면...
"가시죠." 그가 말했다.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해가 기울 무렵, 우리는 도착했다.
동굴 입구는 좁고 어두웠다. 차가운 바람이 안에서 불어 나왔다. 섬뜩한 느낌이었다.
"여기입니다." 카일라가 말했다. "깊은 동굴. 실마 족장님께서 마지막 수행을 하신 곳."
"마지막?"
"네.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에 여기서 7일 동안 명상하셨다고 합니다."
나는 입구를 들여다봤다. 완전한 어둠이었다.
"들어가시겠습니까?" 카일라가 물었다.
"그래야죠."
"하지만..." 소마가 내 팔을 잡았다. "너무 위험해요. 공기도 부족하고, 길도 복잡하고..."
"괜찮습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실마 형님이 부르고 있습니다."
카일라가 횃불을 건넸다. "이것을 가져가세요. 하지만..." 그가 망설이더니 말했다. "안에서 길을 잃으면 이 소리를 내세요. 옴... 우리가 응답할 겁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횃불빛이 벽을 비췄다.
좁은 통로였다. 천장이 낮아 허리를 굽혀야 했다. 발밑은 미끄러웠다. 얼음이 얼어 있었다.
더 깊이 들어갔다. 통로가 넓어졌다. 그리고 갑자기 거대한 공간이 나타났다.
둥근 홀 같았다. 천장이 높았다. 벽면에는 이상한 무늬들이 있었다. 자연적으로 생긴 건지, 누가 새긴 건지 알 수 없었다.
횃불을 바닥에 꽂았다. 앉았다. 눈을 감았다.
호흡을 가다듬었다. 들숨, 날숨. 들숨, 날숨.
그리고 문득, 소리가 들렸다.
웅...웅...웅...
동굴의 울림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메아리가 아니었다. 그 속에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말소리 같기도 하고, 노래 같기도 했다.
눈을 떴다.
실마가 서 있었다.
아니, 실마의 환영이. 투명하고 흐릿했지만, 분명 그였다.
"형님..."
'무진아.' 실마가 웃었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느껴졌다. '잘 왔다.'
"형님, 저는..."
'알고 있다. 네가 왜 여기 왔는지. 무엇을 찾고 있는지.'
실마가 벽을 가리켰다.
거기에 무늬들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글자였다. 원시적인 기호들. 천 년 전 동이족이 쓰던 것들.
'이것을 봐라. 우리의 시작이다.'
나는 벽에 다가갔다. 손으로 무늬를 더듬었다.
점, 선, 곡선... 매우 단순했다. 하지만 그 안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갑골문도 여기서 나왔다.' 실마가 말했다. '범어도 여기서 나왔다. 그리고...'
"그리고?"
'언젠가 태어날 완벽한 문자도 여기서 나올 것이다.'
벽의 무늬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아니, 내 눈이 그것을 다르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각 기호마다 의미가 있었다. 소리도 있었고, 뜻도 있었다. 둘이 분리되지 않았다. 하나였다.
'보거라, 무진아. 이것이 씨앗이다. 소리와 뜻이 아직 하나였던 시절의.'
"그럼 갑골문과 범어는..."
'갈라진 것이다. 동쪽은 뜻만 취했고, 서쪽은 소리만 취했다. 하지만 원래는 하나였다.'
나는 전율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하나가 될 것이다. 네가 품고 있는 씨앗에서.'
실마의 환영이 흐려졌다.
'이제 가거라. 그리고 기억하거라. 문자는 갈라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환영이 사라졌다.
동굴 밖으로 나왔을 때, 달이 떠 있었다.
카일라와 소마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잠들지 않고 지켰던 것이다.
"복님!" 소마가 달려왔다. "괜찮으세요?"
"네. 괜찮습니다."
카일라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안에서... 무엇을 보셨습니까?"
"실마 족장님을 뵈었습니다."
카일라의 눈이 커졌다. "정말입니까?"
"네. 그분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라고. 동쪽도, 서쪽도, 모두 같은 뿌리라고."
카일라가 무릎을 꿇었다. "용서하십시오. 제가... 제가 형제를 의심했습니다."
"일어나세요." 나는 그의 어깨를 잡았다. "당신의 경계심은 잘못이 아닙니다. 전통을 지키려는 마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우리는 진짜 형제입니다."
카일라가 나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감사합니다, 형제여."
그가 나를 껴안았다. 처음으로.
소마도 우리를 껴안았다. 세 사람이 하나가 되었다.
달빛 아래, 눈 덮인 산 위에서.
마을로 돌아오는 길, 카일라가 말했다.
"복, 제가 물어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당신은... 정말 누구십니까?"
나는 잠시 생각했다. 솔직하게 말해야 할까?
"저는..." 천천히 말했다. "저는 기록자입니다. 시간을 넘어 문자를 기록하고 전하는 자입니다."
"환생자?" 소마가 물었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죠."
"그럼..." 카일라가 놀라며 말했다. "전설 속의 그분이신 겁니까? 문자의 수호자?"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할 일은 압니다. 씨앗을 지키고, 전하고, 언젠가 완벽한 문자로 싹 틔우는 것."
카일라와 소마가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
"스승님." 그들이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스승이 아닙니다."
"아닙니다." 카일라가 고개를 들었다. "당신은 우리의 스승입니다. 실마 족장님께서 보내신 스승."
"저도 배우러 온 사람입니다."
"그래도 가르쳐주십시오." 소마가 간청했다. "갑골문을. 동쪽의 지혜를. 그리고 언젠가 태어날 완벽한 문자의 꿈을."
나는 두 사람을 일으켰다.
"좋습니다. 함께 배웁시다. 서로에게서."
밤하늘의 별들이 빛났다. 천 년 전에도 저 별들은 저기 있었다. 천 년 후에도 저기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심는 씨앗도 그렇게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마을로 돌아왔을 때, 다른 수행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복님!" 한 수행자가 달려왔다.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동쪽에서 온 당신의 기록들... 거북 등껍질에 새겨진 글자들... 우리가 읽으려 했는데..." 수행자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갑골문은 뜻을 담았으니까요."
"하지만 우리의 범어 경전을 복님께 보여드렸을 때..." 또 다른 수행자가 말했다. "복님은 바로 읽으셨잖아요. 우리도 놀랐습니다. 처음 보시는데 어떻게..."
카일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복님은 범어도, 갑골문도 모두 아십니다. 하지만 우리는 갑골문을 전혀 모릅니다."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수행자가 계속 말했다. "두 문자를 서로 번역해야 한다고. 동쪽의 지혜를 우리 문자로, 우리의 지혜를 동쪽 문자로."
소마가 나를 바라봤다. "복님, 가능할까요? 복님은 둘 다 아시니까... 우리에게 가르쳐주실 수 있지 않을까요?"
나는 품속의 거북 등껍질을 만졌다. 천 년의 기록들. 갑골문으로 새겨진.
그리고 노인이 준 범어 경전들. 나무판에 새겨진 신성한 소리들.
"문제는..." 내가 천천히 말했다. "제가 둘 다 안다고 해서, 둘을 연결하는 것이 쉬운 건 아닙니다."
"왜죠?" 카일라가 물었다.
"갑골문은 뜻 중심입니다. 해를 보면 日. 직관적이죠. 하지만 범어는 소리 중심입니다. 같은 해를 '수리야'라는 소리로 표현합니다."
"그럼 日을 수리야라고 번역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뜻과 소리는 다른 체계입니다. 범어로 번역하면 갑골문의 직관성이 사라지고, 갑골문으로 번역하면 범어의 음성적 아름다움이 사라집니다."
노인이 천막에서 나왔다. "그렇다, 복." 그의 목소리가 무겁게 울렸다.
"이제 진짜 시험이 시작된다. 번역의 고뇌. 두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고통. 네가 둘 다 안다고 해서 쉬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둘 다 알기 때문에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왜입니까?"
"둘의 차이를 너무나 명확히 보기 때문이지. 번역하면서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것을. 그 상실의 고통을 네가 가장 잘 알 것이다."
밤하늘의 별들이 차갑게 빛났다.
내일부터 시작이다. 진짜 싸움이.
갑골문과 범어 사이의, 뜻과 소리 사이의, 동쪽과 서쪽 사이의.
그 불가능한 다리를 놓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