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히말라야의 범어(산스크리트어)
새벽, 큰 천막에 열다섯 명이 모였다.
가운데 나무 탁자가 놓여 있었다. 왼쪽에는 거북 등껍질들. 갑골문이 빼곡히 새겨진. 오른쪽에는 나무판들. 범어 경전들.
"시작하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수행자들이 긴장한 얼굴로 앉았다. 소마는 내 옆에, 카일라는 맞은편에 자리했다.
"이것부터 해봅시다." 나는 거북 등껍질 하나를 들었다. "천 년 전, 황하에서 무로와 메이가 이별하던 날의 기록입니다."
갑골문 글자들이 횃불빛에 반짝였다. 日, 月, 別, 淚...
"이 글자는 해입니다. 日." 나는 첫 글자를 가리켰다. "둥근 원 안에 점. 해의 모습을 본뜬 것이죠."
"아..." 수행자들이 감탄했다.
"범어로는 어떻게 말합니까?" 한 수행자가 물었다.
"수리야." 소마가 대답했다. "태양을 뜻하는 소리입니다."
"그럼 이 글자 옆에 범어 소리를 적으면 되는 겁니까?"
"해보죠."
소마가 나무판을 가져왔다. 日 옆에 범어 기호로 '수리야'를 적었다.
우리는 그것을 바라봤다.
이상했다. 갑골문의 간결함이 사라졌다. 범어 소리가 길고 복잡하게 붙어 있었다. 균형이 맞지 않았다.
"안 되는 것 같은데요..." 소마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럼 반대로 해봅시다." 카일라가 말했다. "범어 경전을 갑골문으로."
나무판을 하나 꺼냈다. 범어로 빼곡히 적혀 있었다. 옴 마니 파드메 훔... 신성한 진언.
"이것을 갑골문으로 옮기면..." 내가 송곳을 들었다.
하지만 손이 멈췄다.
"무엇이 문제입니까?" 노인이 물었다.
"이 진언은... 소리 자체가 신성합니다. 뜻도 중요하지만, 소리의 울림이 더 중요하죠. 그런데 갑골문으로 옮기면..."
"소리가 사라지는군요."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뜻만 남습니다. '연꽃 속의 보석'이라는 뜻. 하지만 '옴 마니 파드메 훔'이라는 소리의 주문은 사라집니다."
천막 안이 조용해졌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한 젊은 수행자가 답답하게 물었다. "둘을 합칠 수 없다는 겁니까?"
"합치는 게 아니라..." 내가 말했다. "연결해야 합니다."
"무슨 차이죠?"
"합치면 둘 다 망가집니다. 하지만 연결하면..." 나는 잠시 생각했다. "각자의 장점을 살리면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요?"
나는 새 나무판을 꺼냈다. 가운데 선을 그었다. 왼쪽에는 갑골문, 오른쪽에는 범어.
"갑골문으로 뜻을 쓰고, 그 옆에 범어로 소리를 적는 겁니다. 번역이 아니라 대조."
소마의 눈이 반짝였다. "양쪽을 함께 봐야 완전한 의미를 알 수 있게?"
"그렇습니다."
"하지만..." 카일라가 반대했다. "그럼 두 문자를 다 알아야 하지 않습니까? 의미가 없습니다."
"왜 의미가 없습니까?"
"우리 목표는 하나의 문자로 만드는 것 아닙니까?" 카일라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동쪽과 서쪽의 지혜를 하나로! 그런데 둘을 나란히 놓기만 하면 그게 무슨 통합입니까?"
다른 수행자들도 웅성거렸다. 찬성하는 자, 반대하는 자.
"카일라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한 노수행자가 말했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갑골문도 아니고 범어도 아닌."
"불가능합니다!"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천막이 조용해졌다.
"왜 불가능합니까?" 카일라가 물었다.
"갑골문과 범어는 근본이 다릅니다. 하나는 눈으로 보는 것, 하나는 귀로 듣는 것. 이것을 억지로 합치면..." 나는 실패한 나무판들을 가리켰다. "괴물이 됩니다."
"그럼 방법이 없다는 겁니까?"
"지금은 없습니다."
"지금은?" 소마가 내 말을 잡았다.
"네.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나는 천천히 말했다. "언젠가 누군가 이 문제를 풀 것입니다. 수백 년, 천 년 후에."
카일라가 벌떡 일어났다. "그럼 우리는 왜 이 일을 합니까? 불가능한 걸 알면서!"
"불가능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노인이 조용히 말했다. "어떻게 안 되는지 아는 것. 그것이 후손들에게 남기는 지혜입니다."
"하지만..."
"앉아라, 카일라." 노인의 목소리가 무거웠다. "복의 말이 맞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씨앗을 심는 것뿐이다."
오후, 모두가 지쳐 쉬고 있을 때, 소마가 나를 불렀다.
"복님, 제 생각이 있어요."
"말해보세요."
"우리가 완전히 새로운 문자를 만들 수는 없어도..."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은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무슨 뜻입니까?"
"교본이요. 갑골문을 배우는 사람을 위한 범어 설명서. 범어를 배우는 사람을 위한 갑골문 해설서."
나는 눈이 번쩍 뜨였다.
"그렇게 하면..." 소마가 계속 말했다. "동쪽 사람들이 범어를 배울 수 있고, 서쪽 사람들이 갑골문을 배울 수 있어요. 통합은 아니어도 소통은 가능하죠."
"소마..."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천재적입니다."
그녀가 수줍게 웃었다. "제가요?"
"네. 우리가 찾던 답이 이것입니다. 하나로 만드는 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것."
저녁 모임에서 소마의 제안을 발표했다.
"교본..." 카일라가 되뇌었다. "서로를 가르치는 책."
"그렇습니다. 갑골문의 日이 범어로 수리야라고. 범어의 옴이 무슨 뜻인지 갑골문으로 설명하고."
수행자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럼 우리도 동쪽 글자를 읽을 수 있겠네요!"
"동쪽 사람들도 우리 경전을 읽을 수 있고요!"
"시작합시다!" 카일라가 일어났다. "당장 오늘 밤부터!"
밤새 작업했다.
나는 갑골문을 하나씩 설명했다. 日, 月, 山, 水... 각각의 뜻을,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소마가 범어로 받아 적었다. 그녀의 손놀림은 빠르고 정확했다.
카일라는 반대로 했다. 범어 소리들을 갑골문으로 설명했다. 옴, 아, 훔... 각 소리의 의미를, 어떻게 발음하는지를.
다른 수행자들도 도왔다. 누군가는 나무판을 준비하고, 누군가는 송곳을 갈고, 누군가는 예시를 만들었다.
똑. 똑. 똑.
송곳 소리가 밤을 채웠다. 열다섯 개의 송곳이 동시에 나무를 파는 소리.
하나의 오케스트라 같았다.
해가 뜰 무렵, 첫 번째 교본이 완성되었다.
"다 됐습니다!" 소마가 환호했다.
나무판 열 개. 양면에 빼곡히 적혀 있었다. 한쪽은 갑골문과 범어 설명, 다른 한쪽은 범어와 갑골문 설명.
"아름답습니다..." 노인이 감탄하며 만졌다. "이것이 진짜 번역이로구나. 하나로 만드는 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것."
카일라가 나를 바라봤다. "복, 제가 틀렸습니다. 당신 말이 맞았어요."
"아닙니다. 당신의 질문이 없었다면 이 답을 찾지 못했을 겁니다."
우리는 서로를 껴안았다.
며칠 후, 교본으로 공부하던 한 수행자가 소리쳤다.
"이거 보세요!"
모두가 모였다.
"갑골문의 日과 범어의 수리야를 비교하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어요."
"뭐가요?"
"발음이요. 日은 '리'라고 발음하죠?"
"네."
"수리야도 '리' 소리가 들어가요. 수-리-야."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우연일까요?" 소마가 물었다.
"아닐 겁니다." 내가 대답했다. "천 년 전, 우리가 헤어질 때 이미 원시 언어가 있었습니다. 그 흔적이 남은 거죠."
"그럼..." 카일라가 흥분하며 말했다. "더 찾아봅시다! 비슷한 소리들을!"
그날부터 새로운 작업이 시작되었다. 단순히 번역하는 게 아니라, 공통점을 찾는 것.
月(월)과 찬드라... 둘 다 'ㄴ' 소리. 水(수)와 잘라... 흐르는 느낌. 火(화)와 아그니... 타오르는 울림.
하나하나 발견할 때마다 환호성이 터졌다.
"우리는 정말 형제였구나..." 한 노수행자가 눈물을 흘렸다. "말 속에 증거가 있었어."
노인이 나를 바라봤다. "복, 이것이 씨앗이다."
"네?"
"지금 우리가 발견하는 것들. 갑골문과 범어의 공통 뿌리. 이것이 언젠가 새로운 문자를 만드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나는 전율했다. 노인의 말이 맞았다. 이 발견들이 수백 년, 천 년을 거쳐 누군가에게 전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이것을 바탕으로 완벽한 문자를 만들 것이다.
한 달이 지났다.
교본은 스무 개가 넘었다. 갑골문-범어 대조표, 공통 소리 목록, 문법 비교...
수행자들은 이제 갑골문을 조금씩 읽을 수 있었다. 나도 범어 경전을 더욱 깊이 이해했다.
어느 날 저녁, 소마가 슬픈 얼굴로 나를 찾아왔다.
"복님."
"왜 그래요?"
"곧... 곧 떠나시는 거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이 곧 답이었다.
"알았어요." 소마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복님은 여기만 계실 분이 아니니까요. 동쪽으로 돌아가셔야죠. 우리가 만든 교본을 가지고."
"소마..."
"괜찮아요." 그녀가 억지로 웃었다. "알고 있었어요. 처음부터. 복님은 시간을 넘어 떠도는 분이라는 거."
"하지만..."
"약속해 주세요." 그녀가 내 손을 꽉 잡았다. "우리가 만든 이 교본들. 잘 전해주세요. 그리고 언젠가, 정말로 완벽한 문자를 만들어주세요."
"약속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망설이더니 말했다. "다음 생에서 다시 만나요. 제가 복님을 알아볼 수 있을까요?"
"알아볼 겁니다." 나는 확신했다. "분명히."
그날 밤, 꿈을 꾸었다.
상나라가 보였다. 연화가 학당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불안했다. 성벽 밖에 검은 그림자들이 모이고 있었다.
깨어났을 때 가슴이 두근거렸다.
동쪽에서 무언가 일어나고 있었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