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타고 온 물 두 병

- 러시아 시편 1

by 박노빈


비행기 타고 온 물 두 병


-러시아 시편 1


박 노 빈


큰 맘 먹고 들린 중고가 식당 계산서 속에


물 값이 일만 원이다


호텔에서는 첫날만 물을 주었다


버스 안에서 파는 물도 비쌌다


우리들은 근처 가게에서 대량으로 물을 사와야 했다


우리는 흡사 엠티 중인 대학생들처럼 들떠서


즐겁게 쇼핑 카트를 밀며 가격을 탐색하여 이것저것 고르고 골라서 사와도


광천수처럼 탄산이 섞인 물인 줄도 모르고 싼 가격에 감격해 하며


둘이 들어도 엄청 무거운 쇼핑백을 전리품으로 챙겨서


줄지어 기념 사진도 찍어가면서 돌아온다


돌아오면서 본 산마가목에 다닥다닥 붉은 열매가 한창이다


빨치산을 따라다니던 닥터 지바고가


산마가목에서 떨어지는 눈덩이를 맞고


영영 잊히지 않는 산마가목 여인 라라를 찾아서


빨치산 무리를 탈출하는 용기를 냈던가


라라와 꾸린 이 주일도 못 되는 시베리아 한겨울의 행복한 동거


홀몸이 아닌 라라와의 생이별……


사십 년을 되돌려 대학 시절로 돌아간 우리들의 신나는 모습을


내 딸에게 보냈다


파란 뚜껑이 맹물인줄 알았더니 하늘색이 맹물이라나


그것도 회사에서 정하기 나름이란다


석유 값보다 비싼 물


나중엔 호텔에서 남기면서 챙겨도


휴대하지도 못하고


액체류 일 리터의 상한선을 지켜야 하는 비행기 수하물에 넣어


이젠 필요도 없는 물 두 병을 집에 까지 고이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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