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by 박노빈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박 노 빈


하늘만한 화선지에 그린 문인화


숨길을 틀어막고 안광의 레이저를 천지연 폭포처럼


빨아들인다


인간사는


학이 나타나기를


겨울마다 기다리는 노인들의 긴 목이


하얗다가 노랗게 불사조가 되어 가는 동안


동으로 동으로 더 동으로


바이칼과 고비사막과 만리장성의 바람이 수만년 쌓였다


단 하나의 일편단심도 아니고


화인을 얼굴에 새긴 분명한


은행알들


쇠기러기 떼들 무리 속


차이코프스키의 호수에서 출발한 발레리나들


무대를 뚫고 나와 참사람인 자 편대로 날다


천상 꿈을 낮게 난다


천상 춤꾼들의 현란한 뒤덮음


스나이퍼 능선부터 토교저수지까지


아, 얼굴을 뒤덮는 커다란 날개들


점점 더 크게 다가오는


토교저수지 새하얀 솜이불 활주로에


우아한 춤을 추는 두루미 가족의 착륙


하루 종일 논밭에서 일하다가 함께 돌아오는 저 단란한 밀레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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