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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비아토르 Apr 05. 2022

우리들의 겨울방학 이야기

4. 매일 리듬에 맞춰 살자

인생에도 생애주기가 있고 계절에도 사계절이 있듯이 매일의 일상에도 리듬이 있다. 아침, 점심, 저녁에 나누어 그 리듬은 일정하게 하루가 펼쳐진다. 집집마다 하루의 리듬이 다르다. 그 리듬은 부모의 생활습관에 의해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나의 생활습관은 어떨까? 해가 길어지는 4월부터 11월 말까지 보통 새벽 5시에 일어나 산 둘레 길을 걷는다. 해가 짧은 12월부터 3월까지 새벽이 칠흑 같은 밤이라 5시 50분 정도 늦은 기상을 한다. 이른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취침시간은  9시에서 9시 30분 사이다. 아이들과 남편도 동일하게 전원소등하고 전원 수면모드로 들어간다.

 동절기엔 새벽 산 둘레 길은 하지 않고 성경 읽고, 기도를 한다. 그 사이 남편의 아침식사를 간단히 차리고 나면 아이들이 스스로 일어난다. 우리 집은 각자 알아서 일어나 자기 할 일을 한다.        


매일 우리 집의 리듬은 어떨까? 학교를 다닐 때는 등교를 하기 전과 등교 후로 나뉜다. 그러나 방학은 온전히 함께하는 시간이다. 틈틈이 방학과 수업과 학원을 가지만 대부분 함께하는 시간이다. 동절기인 겨울방학은 해가 짧다. 아이들은 7시 30분 기상을 한다. 일어나자마자 아침밥을 먹고 1시간 정도 자유 시간을 갖는다.

     

나와 두 아이들은 모여 성경 한 장을 돌아가며 읽는다. 그리고 성경암송 노트를 펼쳐 암송은 하지 않고 말씀을 다 같이 큰 목소리로 읽는다. 이전에는 암송을 했지만 아이들이 힘들어해서 방법을 바꾸었다. 아이들이 하루씩 번갈아가며 읽고 싶은 그림동화책을 가져온다. 셋이 앉아서 한 바닥씩 돌아가며 읽는다. 그리고 아이들은 흩어진다. 또 제각각 논다. 아이들이 집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수학 익힘 책 두 문제, 센 수학 한 바닥을 푸는 것이다. 각자 문제를 다 면 나에게 가져온다. 나는 답을 기고 틀리면 아이를 불러 다시 풀어보라고 한다. 아이가 모르겠다고 하면 옆에 앉혀놓고 같이 푼다. 자기 전 전미영 도서관을 열고 각자 읽고 싶은 그림동화책을 읽어주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중간중간 오전에 방과 후 수업에 가기도 하고 오후에는 큰 아이는 주 3일 영어 학원, 작은 아이는 매일 태권도 학원을 간다. 평소 30분의 TV 시청을 늘려 방학 때는 하루에 2시간의 TV 시청을 한다. 그러면 두 아이들은 TV를 몇 시에 볼지 정한다. 우리 집은 남편과 내가 TV를 보지 않는다. TV도 유선을 달지 않아 4개 방송(공영방송)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남편이 가입한 디즈니 플러스로 영화를 본다. 아이들은 이 시간을 제일 기다리고 좋아한다. 아직 손에 핸드폰을 쥐어주지 않았기에 더 미디어 시청을 목말라한다는 느낌도 든다.

    

일주일에 2~3번은 동네 인근 산을 함께 오른다. 오를 때마다 힘들어한다. 이 산이 제일 쉬운 산이라는 것을 이미 다른 여러 산을 오르면서 경험했지만 그래도 산 오르는 것을 늘 힘들어한다. 숨을 헐떡거리며 묵묵히 오른다. 15분 정도의 오르막 길 이후 산 둘레 길은 아이들이 식은 죽 먹기라며 거의 뛰다시피 한다. 두 녀석은 나무작대기를 한 개씩 챙기고 낙엽을 휘젓는다. 어쩌다 소나무 솔잎 가지가 떨어져 있으면 그것을 가지고 손으로 역할극을 하면서 걷는다. 솔잎 가지 중 한 개는 나쁜 놈, 다른 한 개는 착한 놈이다. 그 두 개가 서로 맞대결을 한다. 아이들 양손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참 재미있다. 나무작대기와 솔잎 나뭇가지로 새로운 창조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상상력이 어른이 되면서 깎이고 재단되어 희미해진다는 게 슬프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들의 세계를 꼭 지켜주고 싶고 오랫동안 간직하기를 꿈꾸게 된다.   

   

산에 오르면 또 다른 재미는 고여있는 물이 있는데 거기서의 얼음 깨기이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한다. 들고 있던 나무작대기를 들고 30분 정도 얼음을 친다. 얼음 밑에 있는 낙엽과 깨진 얼음 치우는 작업에 집중해서 몰두한다. 마치 오늘 하루 일과를 하는 사람처럼 두 아이들은 역할을 나눠 분업을 한다. 깬 얼음 한 조각을 점퍼 주머니에 넣고 내려오다 결국 점퍼 주머니가 다 젖는 일도 허다하다. 아이들이 좋으면 그냥 모른 척 지나친다.  


우리 집 풍경은 매일 반복된다. 아침 식사 후 오늘 하루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아이들에게 묻는다. 대략적인 스케줄을 정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부터 먼저 하고 나중에 하고 싶은 일 혹은 놀도록 규칙을 정했다. 이것 역시 엄마인 나의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 리듬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중요하고 해야 할 일부터 하려고 한다. 이것을 나중으로 미룰수록 스트레스가 쌓이고 게을러지기 때문이다. 자동적으로 같이 해야 할 일과 개별적으로 해야 할 일을 먼저 한다. 그 이후는 자유이다. 나도 자유이고 아이들도 자유이다.      


“할 일은 하고 놀 때는 각자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하자.”는 게 하루 리듬의 철학이다. 인생은 예기치 않은 혼돈의 바다가 우리를 기다린다. 그 혼돈 속에 정신 못 차리고 허우적거릴 필요는 없다. 처음에는 당연히 당황스럽고 고통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매일 고정된 루틴을 만들어 삶을 든든하고 견고하게 만들어갈 때 어떤 혼돈이 우리 앞에 닥쳐도 쉽게 좌절하거나 넘어지지 않는 강력한 버팀목이 될 것을 믿는다. 누군가는 그것은 고정 루틴이라고 하고, 나는 우리 아이들의 하루 리듬이라고 부른다. 스스로 하루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리듬을 만들어가고 수정해 나가며 자기만의 하루 리듬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이 되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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