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모 비아토르 Apr 07. 2022

우리들의 겨울방학 이야기

6. 내 시간이 필요하다

본의 아니게 코로나 격리 덕분에 나의 시간이 많아졌다. 하지만 방에서 나올 수 없는 아이들이 수시로 부르는 통에 정신이 없을 때도 있다. 방학 끝 무렵부터 코로나 확진으로 아이들과 같은 공간에서 분리된 생활을 하다 보니 적당한 거리 유지를 했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겪어보고 느껴봐야 아는 일이다. 코로나 격리 전에는 일부러 새벽에 일어나서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나서 아이들과 맞이하는 아침은 공기부터 다르다. 아무래도 마음가짐에서 아이들에게 조금 더 열린 시선과 겸손한 태도를 가지게 된다.      


아무리 분주한 상황에서도 나만의 시간을 가진다. 나만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내가 행복하고, 내가 행복하면 가족들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고요한 시간 나와 마주하고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기도를 하며 오늘 펼쳐질 하루를 보게 된다. 그러면 마음이 낮아지고 더 낮아져서 겸손함으로 무장하게 된다. 세상에 모든 것은 특별하고 소중하며 나보다 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세상에 다 유일무이한 존재들만 있을 뿐임을 알게 된다.      


코로나 격리 시간은 오늘이 내일같고 내일이 오늘같은 반복된 하루의 연속이라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이른 아침 기상을 하지 않게 되었다. 눈을 뜨면 일어난다. 그리고 아이들이 밥을 달라고 하면 밥을 준다. 아이들은 각자 방에서 주로 생활하기에 필요한 요청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 내 시간을 가진다. 그곳은 식탁이다. 식탁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리고 밖에 나가지 못하는 답답함을 달래기 위해 눈을 힐링할 수 있는 ‘자연인이 좋다.’ 혹은 ‘한국기행’이란 프로그램을 유튜브로 시청한다.      


나만의 시간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식탁에 앉으면 내 시간이 된다. 수시로 아이들이 부르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있긴 하지만 그 일들에 너무 매몰되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해야 할 일들조차 의미를 부여하고 어차피 하는 것들에 즐거움을 옵션으로 끼어 넣으려고 의식적인 노력을 한다. 나를 보호하고 지키는 방법은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삶의 공간마다 집어넣는 것이다. 그것이 나도 살고 두 자녀들도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이다.       


이제 코로나 격리는 끝났다. 20일의 코로나 격리를 제한된 공간 속에서도 잘 살 수 있었던 이유는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였다. 그리고 알았다. 자녀들과의 관계는 언제나 유연함과 탄력성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통제할 대상이 아니다. 다만 적정한 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경계선을 만들어줄 뿐이다. 고무줄이 늘어났다 줄어들 듯 우리의 관계는 멀어지기도 하고 가까워질 수 있다. 우리는 가족이지만 다르고 고유한 특성을 가진 존재이다. 그 존재는 존중받아야 함을 깨달았다.     


내가 내 시간이 필요하듯 아이들에게도 아이들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내 시간이 소중하듯 아이들의 시간도 소중하다.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관계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서로에게 자기만의 기준을 내세우고 그 기준을 맞추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개별적인 특성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을 가족 안에서 배워나간다.           


그 해 겨울방학에는 무슨 일이 있었지? 우리는 좋든 싫든 서로 부대끼며 24시간을 함께 보냈다. 코로나 격리가 우리 삶에 들어오긴 했지만 일상의 연속이었다. 아주 작은 사소한 사건과 상황을 통해 서로를 알아갔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너와 나는 다르다는 것을 각인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들의 겨울방학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