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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반짝이는 삶을 살고 있는가

by 범고래


막 태어난 아기는 곤한 잠에서 억지로 깨어난 이유로
주먹을 꽉 쥐고
바들바들 몸을 떨며
울음을 터트린다.

사람들은 아기의 탄생을 기뻐하고 축하하겠지만
사실 그들은 아기의 주어진 역경과 운명을 전혀 알지 못하고
예측도 할 수 없다.

정말 축하할 일인지
축하받을 일인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아기는
험난한 인간의 삶을 미리 예견이라도 한 듯
한 발자국도 세상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으며
모든 것에 저항하고
본래 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
자던 잠이나 계속 자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그 아기는 여기 세상에 던져졌고 좋든 싫든 살아가야 한다.

지구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체
어찌해야 할지 모른 체
얼떨결에 그렇게 태어나고
살아간다.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는 난감한 상황에서
먼저 태어나 뭘 좀 아는 것 같은 사람들을 벤치마킹하며, 옆에서 함께 걷는 사람들을 힐끔거리며 그들 속에 묻혀 얼렁뚱땅 살아간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
슬슬 본연의 색깔이 드러난다.
다양한 외모와 각기 다른 성격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고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부터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정체성을 점점 놓아버리고 세상의 입맛에 맞춰
스스로를 틀에 가두고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꽁꽁 묶고 재단해 버린다.
(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강도인데
지나가는 나그네를 집에 초대해 잘 대접한 후
자신의 침대에 누우라고 했다.
잠자리까지 제공받는구나 하고 기쁘게 생각하는 나그네를 그는 한순간에 제압하고
침대보다 다리가 길면 다리를 자르고
짧으면 다리를 늘려서 죽이곤 했다.)

살다가 좌절의 순간
한번쯤 떠올려 봤을 질문 한 가지.


난 왜 태어났을까...


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

나라를 위해

혹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려고

운명적으로 태어난 거라고

말하지 말자.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체는

그저 태어난 것이다.


장미는 장미로

도라지는 도라지로...


개구리는 개구리로

뱀은 뱀으로...


기린은 기린으로

개미는 개미로...


태어나서

이들은 인간과 다르게

자신의 삶을 하루하루 충실히

꽉꽉 채워서 살아간다.


키가 작다고, 크다고

하찮다고 혹은 추하다고...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도

부러워하지도 않고


그냥 태어난 자신으로

당당히 살아간다.


아주 반짝반짝 빛나게...

왜 우리는 그러지 못할까


진정한 삶은

자기 안에 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보살피고 키워내어

각자의 꽃을 피우는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바라는 진정 반짝이는 삶은

그런 것이 아닐까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안 끝내 이루어야 할

목표이고

그랬을 때 한 줌 남김없이 나의 모든 것을 태워 나의 삶을 완성하는 거라고

아깝게 헛되이 낭비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은 유난히

만물이 반짝반짝

눈이 부신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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