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날, 거리가 휑한 계절, 그 거리에서 사랑을 꽃 피웠다. 눈이 소복하게 내려 앉은 그 거리는
서로의 온기가 가득메워 추움 보다는 따뜻함을 느꼈다. 그러다가 그와 내가 자주 만났던 하얀 나무 앞에 서서 나무를 올려다 본다. 3년이 가득 지나고도 변함없는 모습에 마음이 믕클해진다. 우리의 사랑과 이별, 우정 모두 사작된 곳이 여기 이 나무 이기 때문에 그랬을까.
한참을 걷다가 따뜻한 카페 안에 들어가서 그와 함께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추억에 잠긴다.
그와 나의 아름다웠던 학창시절을.
때는 바야흐로 2년전 고등학교 입학식 날. 그 날이 첫만남이었다. 사실 그와 나는 어렸을적 함께 놀던 친구사이 였지만
증학교를 헤어지고 서로 살길이 바쁘다 보니 연락이 자연스레 끊기게 되었고 고등학교 와서도 서로 아는척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나도 처음 내 기억이 희미해서 말을 걸기로 한것이 꺼려지게 되었고 그는 내가 기억이 나질 않는 건지
아니면 모른척 하는건지 알길이 통 없었다.
그렇게 한달후 그렇게 나와 그가 말을 트기 시작한건 학생회장과 부회장으로 임명을 받고 회의실에서 만났을 무렵이었을거다.
그는 한없이 차갑고 밀투도 낯설었다. 그는 나에게 먼저 악수를 건넸다. 흡사 공식적인 자리처럼.
숨막히는 회의실 공간이 그로 인해 더 꽉막히게 느껴졌다.
" 잘 부탁드립니다."
말과 함께 나를 바라보는 그 탁한 눈동자가 왜인지 모르게 딴 사람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나는 인사를 똑같이 한후 그의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그에게 눈빛을 보냈다.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그와 나의 첫마디 첫인사는 그렇게 마쳤다. 별 다를거 없이.
그래도 알아봐주길 내심 기대했던건지 그가 냉철하게 굴때 마음이 쓰라림을 느꼈다.
그와 나는 처음보단 분위기가 많이 풀렸고 말을 놓게 되었는데, 아마 그때가 학교에서 입학 후 처음 말을 놓은 날이었던 것이다.
서로 성격이 많이 바뀌고 유해졌지만 과거는 과거가 아니기에 말괄량이 같은 모습은 줄었지만 성숙한 행동과 말투가 오히려 더 편하게 다가왔다.
어느새 2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3학년이 되었다. 여유로운 시기가 아니기에 학생회일도 병행해서 해야 하다보니
그와 나는 항상 골머리를 앓을 수 밖에 없었다.
쉴새없이 깨지고 굴렀더니 결국엔 추운 겨울날 감기로 내게 돌아왔다. 평소에 목이 자주 쉬는 터라 목소리도 많이 나간 상태.
나는 학생회실 의자에 잠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다. 열 기운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나에게 차가운 온기가 다가왔다. 얼음주머니 였고 위로 올려다 보니 그가 건네준거였다.
몸의 온도가 내려가는 느낌이 들어 기분은 좋았지만 그가 무심하게 건네주던 행동이 가슴을 두근 거림과 동시에 간지럽혔다.
이때 나는 부정했다. 내가 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나는 이때 그의 귀가 붉어져 있었다는 사실 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서로의 마음은 주체 할 수 없이 커지고 해소할 데가 없어서 답답하기도 했던 날들이 이어져 오고 그에 따라 두려움도 커졌다.
고백 하고 사이가 어색 하거나 틀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그런 생각과 두려움이 말이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첫눈이 내리는 졸업식을 맞이하게 된 우리는 울고 싶었지만 덤덤하게 전교생 앞에서 인사를 했다.
모두의 박수소리와 함께 졸업장 수여식을 마쳤다.
나는 학교를 한번 바라보곤 한숨을 내쉬며 학교를 빠져나가려고 교문 앞으로 걸어나갈 무렵,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그에게 문자 한통이 왔다.
[할말이 있어.. 우리가 보던 공원 가장 가운데 큰 벗꽃나무 아래에서 만나자]
가야 될까 고민이 들었지만 설레는 마음이 컸기에 결국 공원으로 갔다.
이미 그가 도착해 있는것 같았다. 나무뒤의 실루엣이 멀리서 봐도 그였기에
나는 좀더 달렸다. 가까워 지기 위해서.
그리고 그는 나의 손을 꼭 잡고 핫팩을 두손 가득 쥐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 겨울아, 윤겨울, 이름처럼 달콤하고 소복한 나의 겨울아,
좋아해.. 내가 많이 좋아해.."
"....어..?"
" 겨울이지만 춥지 않고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해줘도 될까?
나랑 사귀자 겨울아."
그렇게 첫눈이 내리는 졸업식날 우리의 인연은 우정에서 사랑으로, 연인으로 바뀌었다.
어쩌면 혼자가 아니라 둘이기에 1월도 춥지만은 않았단것 아니었을까.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일은 우리의 깊은 추억속 한 장면처럼 남아있다.
그리고 지금 내 곁엔 너무나도 사랑하는 그가 있고.
지금, 2년전 우리가 연인이 되었던 그 나무 아래에 서 있다.
그는 조심스레 무릎을 꿇고 반지를 끼워주면서 나에게 청혼했다.
"나와 결혼해줄래요?"
겨울 나무가 축복해 주듯 나무에 쌓인 눈이 아름답게 휘날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