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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건축가 Jan 24. 2022

뜰집 이야기

건축을 한다는 것 02

   건축을 하는 사람들은 꽤 자부심이 있다. 심지어 자긍심이 충만하여 다양한 허세를 장착하는 경우도 많을 정도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진심이다. 건축이라는 행위를 존경하고 삶의 목표로 삼으며 그 노예가 되기로 결심한 많은 사람들이 꽤 있다. 나도 그런 사람들 덕분에 뜻밖에... 건축을 하게 된 경우이다.

   나는 어쩌다 보니 건축과에 들어간 경우이어서... 처음 몇 년은 적응을 잘 못했다. 어쩌다 보니.. 에는 많은 사연들이 숨어있지만 그 얘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겠다. 당시, 나는 문과 사람들 중에서도 문과 성향이 강한 편이었기에 갑자기 건축을 하는 집단에 들어가서 모든 것이 낯설어서 경계인 마냥 겉돌면서 수업만 겨우 메울 정도로 배회하며 학교를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선배가 부르니까 시내의 건축 사무실로 오라고 전달받았다. '나를 아는 선배가 있을까'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하늘 같은 선배의 학번에 눌려서 사무실로 찾아갔더니 뜻밖의 오해가 있었다. 공모전을 준비하는 선배의 건축사무실에 헬퍼(Helper)를 신청한 다른 학생이 있었고 그 학생의 인상착의에 뜻밖의 내가 연결되어서 나를 부른 것이었다. 

   대학교 2학년 말, 처음 본 건축설계사무소는 참 매력적이었다. 종이와 스티로폼으로 만든 작은 축척의 건축 모형이 신기했고 트레싱지에 연필로 그려진 도면들이 어떤 명화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어서 멋져 보였다. 고뇌와 노동에 찌든 듯한 선배들은 대수롭지 않게 바로 작업지시를 했고 개인적 연락은 안 되던 때, 공모전 마감시간이 급박한 상황이라.. 그대로 그날부터 밤늦도록 헬퍼를 하게 되었다. 

   그 사무실에서 만난 선배님들은 건축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어린 내 눈에, 열심히 일하고 고민하면서 피곤할 텐데 행복해하는 선배들이 처음엔 신기했고 다음은 궁금해졌다. 건축이 무엇인지... 그래서 스터디에도 참여하고 학교 수업도 좀 더 적극적으로 들었으며 학교 행사에도 가보면서 차차 적응해갔다. 점점 건축하는 행위에 대하여 흥미를 느끼고 친숙해져 갔다. 그러다 나는 건축을 해보기로 했다. @@을 잠시(?) 내려놓고.

   물론, 참 쉽지 않다. 다양한 조건의 건축 공간을 기획 구성하고 종합적 개발을 이루어낸다는 것이. 정해진 정답은 없고 마감이 곧 결정이며 누구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가까운 정답이 있으며 가까워짐을 느낄 때 충분한 희열이 있다. 그래서 또 다음 도전을 생각할 수 있으며 그 여정을 각자 함께하는 사람들이 건축하는 사람들이며 그래서 이유 없이 멀리서 서로 고맙다. 산티아고로 향하는 순례객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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