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겹의 옷을 겹쳐 입은
굴참나무의 수피(樹皮)는 두텁고 거칠다
한 겹은 지난봄 황사를 지나며 입게 되었고,
더 두터운 것은 예기치 않았던 태풍을 만난 후 준비했다
우리는 마음과 몸이 가난할수록 웅크리지만
굴참나무는 꼿꼿이 서 수피(樹皮)로 옷을 만든다
패인 주름은 아픔의 횟수이고 갈라지고 터짐은 아픔의 크기다
시간이 지나면 덤덤해진다는
딱새의 위로도
지나는 바람에 보내려던 지난 기억도
굴참나무 주변을 맴돈다
설해목(雪害木)처럼 꺾이고 싶지 않은데....
상처받더라도 다시 사랑하고 싶은데....
그럴수록 한 겹의 옷을 더 예비한다
아픔보다 커진 두려움을 이기려
골방 같은 검은 외투로 몸을 감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