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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

이별보다 더 아픈

by Bellhoon

분분히 떨어지며

봄의 기억을 지운다

멀어지는 것은 아픈 일이다

잊히는 것은 지워지는 것이다


바라다보아지길 기대했던

기억되길 바랐던 마음은

처연하게 허공에 손짓하며 떠나려 한다


마음을 기대하는 것은

사랑을 갈구하는 것은

그 크기만큼 나를 작게 한다


초대받지 못한 것들은 허한 메아리 되고

부질없는 나의 저항은

허공 속에 작은 흔적도 남기지 못한다


이제는 웃음과 울음 모두 거두어야 한다

기억이 추억이 되기 위해서는

화장을 고치듯 감정도 거울 앞에 서야 한다


봄은 잔인하게 나를 지우고

그 자리에 웃음 같은 초록을 준비한다




25년 한반도문학 22집 여름호 시부문 신인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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