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느다란 사선의 빗줄기
빗소리는 우산 속에서 더 크게 진동한다
마음은 다른 파동으로 흔들린다
찌르르 찌르르 새가 운다
이제는 비가 그쳤음을 알리는 공기의 떨림
사랑도 미안해질 수 있음을 생각한다
말이 마음을 갖지 못하고 주변을 맴돈다
갇힌 말들이 생기를 잃고 시든다
머무르고 흐르는 비의 흔적들
농도를 엷게 하는 바람과 웃음들
꽃잎처럼 흩어지는 기억들
목련이 떨어진다
삶의 목표를 다 이룬 매미들의 떨어짐처럼
흰새 떼들의 거룩한 비행처럼
지상을 향해 질주한다
만남은 가볍고, 기억은 무겁다
기억이 많을수록 무거울 수밖에 없다
25년 한반도문학 22집 여름호 시부문 신인상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