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봄비

by Bellhoon

가느다란 사선의 빗줄기

빗소리는 우산 속에서 더 크게 진동한다

마음은 다른 파동으로 흔들린다

찌르르 찌르르 새가 운다

이제는 비가 그쳤음을 알리는 공기의 떨림


사랑도 미안해질 수 있음을 생각한다

말이 마음을 갖지 못하고 주변을 맴돈다

갇힌 말들이 생기를 잃고 시든다


머무르고 흐르는 비의 흔적들

농도를 엷게 하는 바람과 웃음들

꽃잎처럼 흩어지는 기억들


목련이 떨어진다

삶의 목표를 다 이룬 매미들의 떨어짐처럼

흰새 떼들의 거룩한 비행처럼

지상을 향해 질주한다


만남은 가볍고, 기억은 무겁다

기억이 많을수록 무거울 수밖에 없다



25년 한반도문학 22집 여름호 시부문 신인상 당선작

keyword
이전 09화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