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엽토처럼-
갈잎 부서지고 흙에 섞여
제 모습 흩어지고 희박해졌을 때
비로소 수선화는 고개를 든다
꽃이 되기 피우기 위해선
한겨울을 함께 한
꽃눈과 인편(鱗片)도 이별해야 한다
이별 후 잘린 머리칼보다 한 뼘 더 자라난
깨달음을 성숙이라 말할 수 있는
봄을 닮고 싶다
차오르는 사랑이 너무 커
조르고 보챈 적이 있다
하늘도 내 마음을 담지 못한다 생각했다
나만이 너를 사랑하고, 너를 있게 하는 거라 믿었다
종달새의 웃음도
너를 때리는 바람도
결국엔 너를 있게 하는 것이었는데
사랑한 것은 오직 나뿐이라고
고집부리고 싶었다
나를 버려 꽃을 피우고
나를 잃어 너에게 양분이 되는
봄을 닮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