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등산
아침식사를 일찍 한 후에 등산을 가기 위해 출발했다.
오늘은 버스를 타고 원터골까지 갔다. 주일이라 그런지 이른 시간인데도 등산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남편은 등산은 하지 말고 평지에서 왔다갔다하다가 가자고 했다 나는 여기까지 와서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다
조금 올라가다보니까 언니랑 왔을 때 간식을 먹었던 쉼터가 나왔다
이어서 가파른 오르막이 죽 이어졌다. 곧 숨이 가파지고 등에서는 땀이 났다.(나 지금 운동하고 있는 거 맞구나) 등산은 무리라느니 관절이 안 좋아서 못 올라간다느니 별소리를 다하며 앓는 소리는 혼자 내던 남편이 훨씬 앞서 갔다. (인간이 내보다 훨씬 건강하구만)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과 하산하는 길이 갈라지는 곳까지 쉬지 않고 올라갔다. 등산객들이 여기저기 모여서 간식을 먹으며 쉬고 있었다. 남편에게 전에 언니랑 왔을 때 저 사람들처럼 맛있는 것 먹으면서 쉬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하산하는 길을 따라 걸었다.
남편은 오늘도 틈만 나면 큰소리로 떠들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다, 꼭 강남역 같다, 사람들이 떼로 뭉쳐 지껄이는 거 듣기 싫어서 음악을 들어야겠다. 했다. 실제로 남편은 아바의 노래를 틀었다. 산에서 정말이지 어울리지 않았다. 누구의 수다도 아바의 노래보다 귀에 거슬리지는 않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편은 짓다만 까치집을 발견하고는 저 까치집은 분양이 안 되고 버려졌네, 이유인즉슨 너무 낮구나, 저렇게 되면 뱀이 알이나 새끼를 먹을 수 있거든, 청설모가 먹을 수도 있고.
청설모가 육식이가? 하니 잡식이지 했다.(맞다)
조금 내려오니까 피톤치드지역이라는 팻말이 있었다.
남편은 피톤치드가 얼마나 몸에 좋은지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면서 피톤치드 냄새가 느껴진다고 했다.
그리고 어제는 미세먼지 땜에 폐가 졸도할 지경이었는데 오늘은 또 피톤치드 때문에 기절 한다고, 이래서 졸도, 저래서 기절, 졸도했다가 기절했다가...
(저 인간은 하루사이에 졸도를 대체 몇 번이나 하는 건지.) 그러나 이번에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엄청나게 부풀려서 제멋대로 떠들어대는데도 들어줄만했다.
피톤치드 지역을 지나니 내리막길이 가팔라졌다. 남편은 밧줄을 잡고 뒷걸음질로 살금살금 내려왔다. 나도 남편을 따라했다. 그 구간을 한결 편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등산을 하며
판단하고 비판하고 귀를 막으며 치를 떨든 남편의
말과 행동들이 사실은 용납할만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