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계절

봄, 여름 그리고..

by 이상한힐러



어린 시절에는 '100 밤'만 자면 많은 것이 해결되었다.

갖고 싶던 장난감을 가질 수 있었고,

반가운 사촌 동생과 다시 놀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대체로 그 시절엔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랐다.

(물론 방학 같은 즐거운 기간은 제외였지만)


어서 떡국을 한 그릇 더 먹고

옆집 형과 동갑이라며 당당히 자랑하고 싶었고,

빨리 10살이 되어

용돈을 천 원 더 받고 싶었다.


마침내 중학생이 되

바라던 나만의 방이 생겼고,

고등학교에 입학서는

휴대전화가 생겼다.


어서 빨리 꽃 피어나길

기다리는 봄 같 시절었다.


/


이후에도 비슷하게

시간이 흘러가길 바라긴 했지만,

뭔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선택의 여지없이 타율적으로 반복된

야간 자율학습과,

12년 교육의 집약체인

입시가 끝나기만 고대했고,


성인의 책임이란 것을 체감하기도 전에

녹슬어 멈춘 것만 같던 국방부의 시계를 넘어

척박한 땅의 한 귀퉁이라도 정착하려

경쟁의 나날을 받아내야 했다.


이전 같은 따사로움은 온데간데없

한 여름 뙤약볕 같은 인고의 시절이

지나기만 바라는 중이었다.


/


여전히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는 것으로 여기

그저 어떻게든 텨내자 생각해 오던 와중에,


문득 낯선 생각이 스쳐갔다.


'이 시기도 끝이 나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아쉽네.'

'그런 거면 조금 천천히 지나가도 괜찮지 않을까..?'


포근한 기대와 인고의 계절을 거쳐

이렇게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것인지 모른다.





keyword
이전 03화내가 젖어든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