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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다 Oct 17. 2020

엄마가 내 딸이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에게 투여되는 진통제가 많아지고 잦아지니..

침상에서 내려와 화장실을 간다는 게 곧 힘들어지게 되었다. 

한 달이 지나지 않아서 우리도 곧 기저귀를 쓰기 시작했다.

매점에 가서 기저귀를 찾으니 일자형부터 골드.. 프리미엄.. 특대형..

성인용 기저귀도 다양하다. 바닥에 대는 매트까지~


기저귀를 챙기는 순간부터 엄마가 내 아기로 내 품에 맡겨졌다.

누워있는 엄마의 헐벗은 아랫도리를 들어 기저귀를 갈고 물티슈로 정성껏 닦아주고..

아기에게 하듯 한숨 바람 불어 엉덩이가 무르지 않도록 토닥였다.

쉬야를 많이 하면  "아이구 이렇게 시원하게 잘 쌌어~ 엄마 잘했네" 칭찬하며 함박 웃어주고..

새 기저귀로 갈아주려고 잠시 벗겨놓고 고개를 돌리는 찰나 그냥 담요를 적시는 엄마 덕분에 

이불부터 시트까지 싹.. 갈아야 할 때는 엄청난 일거리에 한숨이 절로 쉬어지기도 하는..

아기를 키우는던 때의 일상이 고스란히 반복이 되었다.

아기를 처음 키우기 시작한 산모가 손목 보호대를 하는 것처럼 나도 얼마 지나지 않아 손목 보호대와 파스를 찾아 몸에 붙이기 시작했다. 몸을 돌려세워 젖은 기저귀를 벗겨내고 닦고 새로 기저귀를 가는 일이 하루에도 열두어 번 계속되었다.  기저귀를 갈며 엄마의 마른 엉덩이와 등거리를 쓱쓱 쓰다듬어 마사지도 빼놓을 수 없다. 

원래 허리디스크도 있으셔서 똑바로 누워 자는 게 더 불편했던 엄마 생각에 허리춤이라도 만져준다. 


엄마, 이 순간 내 딸로 있어줘서 고마워..


학교도 안 가고, 회사도 안 가고.. 엄마 옆에 24시간 붙어 있으면서 갓난아기를 돌보듯 엄마를 돌보는 시간이 정말 특별했다. 마흔이 훌쩍 넘어서야 엄마 옆을 이렇게 지킨다.


공부를 핑계로 일을 핑계로.. 나는 엄마 옆에 없었다.

결혼을 하고 회사일로 엄마에게 딸내미를 맡겨 놓고도 난 엄마에게 효도하기보다 내 일이 우선이었다.

내가 회사에서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지, 딸이 얼마나 능력이 좋은지 괜히 구구절절 표현해 대며 내심 이게 그 어떤 직접적인 말보다 엄마한테 효도를 대신한다고 생각했다. 

흔하게 듣는 많은 사람들의 변명에 토씨 하나 안 빠뜨리고 그대로 나도 읊는다..


부끄러워서... 말로 표현하지 않아서 그렇지..



어쩜. 이리 못난 딸인지..

기력이 다 빠져가는 엄마 옆에 붙어서 이제야 엄마에게 표현을 한다.



엄마, 사랑해..

고마워.

엄마는 참 대단한 사람이야..

엄마는 피부가 너무 좋아, 엄마 너무 예뻐.

엄마 덕분에 이렇게 우리가 잘 살았어.

잘 키워줘서 고마워

엄마는 머릿결도 반짝반짝하네 

엄마를 만지면 보드랍고 너무 기분이 좋아.


엄마는 모든 얘기에 피식 헛웃음을 지어주시기도 하고 잠잠히 듣기도 하신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틈이 없이 우리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

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감사했다. 

내가 회사를 그만뒀기에 엄마 옆을 지킬 수 있어 감사했고..

식구들이 멀리 프라하에 떨어져 있어서 엄마 외에 다른 신경 쓸 일이 없어 감사했다.

몇 달간 엄마 수발에 힘들었을 오빠와 아빠에게도 잠시 쉴 틈을 준거 같아 감사했고,

차분히 엄마와 같은 공간 안에서 같이 숨 쉬고 있는 것도 감사했다.

이렇게 아기가 된 엄마를 내가 보살필수 있어서.. 내 딸이 되어줘서 감사했다.


ⓒh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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