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를 통해 뱃속 가스를 제거하고 나니 기계장치를 뺄 수 있었고, 여전히 콧줄로 수액만을 공급받고 있지만 엄마는 직접 양치질도 하시고 휠체어 타고 산책도 나갈 수 있었다.
"반짝"회복되던 시기.
엄마가 화장실에서 혼자 양치질하시는 걸 보던 병실 분들이 놀라워하며 퇴원해도 되겠다고 며칠 전까지 누워서 배가 뽈록 했던 분이 경과가 너무 좋다고 하시며 한껏 칭찬해 주셨다.
엄마도 나도 기분이 좋다.
그 시절 첫 기억은 휠체어에 있다.
장에 다시 가스가 안차려면 걷기 운동이라도 해야 하는데, 이게 이미 쉽지 않은 상태니 기분전환이라도 하실 수 있도록 엄마를 휠체어에 태워 병원 이곳저곳을 데리고 돌아다닐 참이었다.
의기양양하게 엄마에게 산책을 나가자고 해놓고는 의료용품 보관창고에서 제일 좋아 보이는 걸 가져왔는데,
바로 문제에 맞닥뜨렸다. 펴는 법을 몰랐던 것이다.
한 번도 휠체어를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펼쳐본 적도. 접는 것도.. 바퀴를 고정시키는 것도 몰랐다.
침상 옆에 가져와서 뒤뚱거리고 있으니 주변 보호자 분들이 거들어 주신다.
"이렇게 의자 가운데를 누르면 펴져요. 그리고 바퀴 고정을 하시고요.."
"링거줄 조심하세요. 링거 먼저 옮겨야죠... 아.. 이 건 링거줄 거는 게 없는 휠체어네요. 다른 걸로..."
"어머니 몸을 안아서 돌려야 하는데 이건 엉덩이 쪽 바지춤을 꽉 움켜잡고 안아 들듯이 침대에서..."
"아유... 간호사 선생님께 해달라고 하세요."
어설픈 내 모습에 병실의 시선이 나에게 모두 고정되었다.
생각보다 어렵고 힘이 많이 들었다. 살이 다 말라 버린 엄마지만 그래도 힘을 못쓰고 늘어지시니 그 무게를 내가 거뜬히 이겨내지 못한 것도 있다. 간병하시는 선생님들이 덩치가 좋으신 분들이 하는 게 이래서 그런가 보다 싶다.
두 번째 문제는 엄마를 들어 휠체어에서 다시 침대에 눕히는 게 생각보다 큰 일이다.
일단 전동침대를 휠체어 높이만큼 낮추고, 고정된 휠체어에 엄마를 안아 충격 없이 내려놔야 하고 혹시라도 링거줄이 꼬일까. 콧줄에 연결된 배액 주머니가 흐를까 엄마 팔뚝에 심겨 있는 고정 바늘이라도 건드릴까..
나의 신경과 근육은 잔뜩 긴장한다. 엄마 앞에서 허둥거리는 모습 속에 엄마한테 빈말이라도 계속 건넨다.
"엄마 이쪽으로 이렇게... 옳지 우리 엄마 잘하네.."
초보 보호자는 휠체어 산책 한 번에 금세 진이 빠지곤 했다. 처음이라 그땐 그랬다.
휠체어를 타고 산책이라도 하던 시간 - 이런 호시절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수액만으로 허한 기력이 채워질 리 없고 빠진 근력은 채워지지가 않는다.
먹는 게 없으니 장에서는 먹을걸 달라고 아우성이다. 엄마의 장은 그 허기를 못 이기고 곧 장폐색이라는 결과를 내어놨다. 위에서 내려보내는 게 없는데 장 운동이 될 리가 없고.. 헛한 운동에 곧 장속에선 나쁜 가스들만이 가득 차서 엄마의 뱃골을 수시로 괴롭혀 댔다.
뱃속에 가스가 다시 차오르면 콧줄에 감압기를 연결하여 콧줄을 통해 위에 고이는 체액과 장에 가스를 조금이라도 빼줘야 한다. 감압기가 연결되면 꼼짝없이 다시 침대에 붙어 있어야 했다.
그날도 그렇게 감압기에 의지해서 엄마의 부푼 배를 만지던 때였다.
10월 16일 새벽 네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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