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름이 지나고 나는 다시 가족이 있는 프라하로 돌아갔었다.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 가장 바쁜 시절에 자릴 비워 회사일을 못 도와주고 집을 비운 터라 한편으로는 엄마가 잘 버텨주시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엄마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다시 한국으로 들어가야 하는 조바심에 마음이 동동거릴 때, 남편이 한국에서 있는 콘퍼런스에 나보고 대신 가서 발표하고 엄마도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했다.
여러 파트너들 앞에서 회사를 소개하는 첫 자리였고, 국내 네트워킹도 쌓아야 하는 중요한 콘퍼런스였다.
회사를 위해 누가 가는 게 좋을지 잠시 고민을 했지만 부담은 감내하고라도 한 명만 갈 수 있다면 내가 가야 할 자리였다.
마음이 불편하면 좀 더 일찍 들어가라는 남편의 배려로 콘퍼런스에 맞춰 예약된 비행기표를 열흘 정도 앞당겨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엄마와의 짧은 여름을 보내고 난 뒤 프라하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나는 한 달여 억눌렀던 평정심을 잃고 12시간을 내쳐 울었었다. 안대를 하고 잠이라도 잘라치면 엄마와의 마지막 인사가 생각이 나서 잠은커녕 줄줄 흐르는 눈물이 안대를 적셨다.
아픈 엄마를 남겨두고 떠나는 마음속에 혹여 이게 살아생전 엄마와의 마지막 이별이 될까 싶어 불안했고..
제대로 드시지도 못하는 엄마를 요양관리사에게 맡기고 가야 하는 심정이 끔찍하게 힘들었기에..
다시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서도 떠나는 날의 고통이 벌써부터 걱정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만나러 가는 길"이니까..
난 이번에 엄마 옆으로 가면.. 엄마 가는 길을 끝까지 함께 해주고 오겠다는 마음이 이미 한편 서있었다.
그랬기에 프라하 식구들에겐 언제 돌아오겠다는 얘길 못하고 옷가지를 주섬 주섬 추렸다.
한국으로 떠나기 얼마 전 강아지 구충제가 암에 효과가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미 한국에서는 품절이고 해외배송까지 난리라고 했다.
프라하 시내 동물병원이며 약국을 수소문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유럽에서는 한국에서 얘기하는 특정업체 제품은 구하기 어려웠다. 남편이 체코 직원에게 부탁하여 성분이 비슷한 약까지 사서 챙겨준다.
복약지도까지 포스트잇에 붙어있다.
항암에 좋다는 아가리쿠스버섯도 알게 되고 엉겅퀴 뿌리에서 난다는 밀크씨슬도 한 움큼 받아 챙겼다.
엄마가 먹고 효과만 있다면.. 통증만 잡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텐데, 큰 여행가방을 채울게 많지 않다.
그렇게 빈 가방 속에 무거운 마음을 잔뜩 싣고 다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떨어져 있던 두어달새 엄마는 이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집 근처 병원으로 입원하신 지 일주일.. 배가 불러왔고 뱃속 가스를 빼는 관을 삽입해야 하는 상태까지 갑자기 치달았다.
마침 미리 예약대기했던 호스피스에서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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