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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다 Oct 05. 2020

가족사진 그리고 영정사진

이번에 한국에 들어가면 가족사진을 다시 찍어야겠다 맘 먹고 있었다.  

사위,며느리 손자 손녀가 모두 모인 대 가족 사진이 아니라  우리끼리만 찍는 가족사진.


"엄마

우리, 가족사진 한번 찍자

애들이랑 다 빼고 우리 넷이서만 한번찍어~

가격도 얼마안한대.."

비싸다면 안찍는다 하실까봐 괜히 가격얘기도 덧붙인다.


엄마가 순순히 그러자 한다.

그길로 가족사진스튜디오중에서 꽤 잘한다는 사진관을 찾아 예약을하고 날짜를 빠듯이 잡았다.


내 딴엔 엄마가  더 병색이 짙어지기전에 제대로 가족사진을 남겨놓고 싶었고 한편으론 영정사진도 쓸만하게 엄마 몰래 준비할 참이었다.

그간 다녀본 장례식장에선 영정사진을 맞보며 인사할때마다 엄숙한 분위기속에 사진속 망자의 모습이 더더욱 굳은 표정의 증명사진처럼 보였기에 우리 엄마사진은 예쁘게 찍어놓고 싶기도 했다. 


아마 엄마도 그런 생각을 알았던거 같다.


촬영일 아침.

엄마에게 원피스를 골라주고, 어울리는 은귀걸이를 내어주며 이것도 해보라하니

"귀걸이를 오래 안해서 구멍이 막혔을텐데 .." 하시면서도 마다하지 않으신다.



사진을 찍기전 전문가에게 메이크업도 예약을 했다. 창백한 안색을 화사하게 물들이니 얼마나 예쁘던지 여름날 한송이 모란꽃처럼 우아하고 기품이 넘친다. 

엄마의 변신을 보고있는 내내 너무 기분이 좋았다. 

아빠도 "네 엄마 오늘 참 예쁘다" 하시며 엄마의 고왔던 젊은날을 얘기하시며 들뜬 모습이시다.

생전 높아서 못신는다던 하이힐을 골라신으신다.걷는게 불편해도 옷매무새가 더 잘살아난다.


 


엄마가 주인공이되어 우리 셋엄마를  둘러싸고 사진을 찍었다.


"자 여기보세요.  하나 둘 셋!"


준비에 기쁨이 넘쳤고 사진을 찍는내내 웃음이 넘쳤다.

누구도 얘기하지 않았지만 다시 오지않을 행복하고 소중한 찰나임을 우리 네식구 모두 알고있었다.


이날의 백여장의 사진들중에 좋은걸로 골라 앨범으로 만들고 커다랗게 액자도 하나 맞췄다.

가족사진속 중년의 나이를 훌쩍 지나는 아들은 이제 아버지의 눈매를 닮아있었고 딸의 얼굴속엔 엄마의 주름선을 따라 지어지는 미소가 똑 닮아 있다.

각자 결혼앨범, 아이 돌사진 앨범...여행앨범은 있어도 엄마 아빠와 함께 찍은 사진으로 가족 앨범이 생기니 

이게 참 특별하다. 

엄마에겐 49년 결혼생활의 첫 앨범이다.


이렇게 우린 너무 늦지 않게 마지막 가족사진과

그리고..

엄마의 영정 사진을 갖게 되었다.



ⓒ h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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