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이라 엄마와 아빠가 다니는 교회에 따라나섰다.
한국 오기 전부터 이번에 들어가면 엄마 교회를 같이 가서 옆을 지켜야겠다 싶어서 작정하고 간 곳.
이 동네에 이사온지 이십칠 년, 그동안 엄마의 일상이 가장 많이 할애되던 작은 동네 교회에 '송 권사님 딸'이 등장하니 시선이 주목될 수밖에..
호기심 어린 눈빛과 반갑게 인사해 주시는 분들 속에서 엄마, 아빠 사이에 앉아 예배를 드리고 더불어 식사까지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판기에서 밀크커피를 한잔 베어 물었지만 졸음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엄마가 아픈 뒤로 집안에 요리를 할 사람이 없어 이웃이 나눠준 성기게 익은 열무김치 한 그릇으로 식사를 하시니 두 분 모두 말라서 보기 안 되겠다 했더니 저녁나절 집에 온 오빠가 집살림을 봐줄 도우미를 알아보자 한다. 야쿠르트아줌마에게 하루야채를 배달시키겠다고도 한다..
전에 살던 동네 시장 골목에 가서 야채랑 찬거릴 사다 뚝딱 뚝딱 먹거릴 준비해본다.
멸치다시육수를 내고 된장을 풀고 꽃다발처럼 묶여온 호박잎을 풀어 호박잎 된장국을 끓여냈다.
엄마와 아빠가 연신 "어허~시원하다~" 하시며 맛있게 수저를 드신다.
호박잎 된장국은 입맛 없을 때도 좋지만 속이 안 좋을 때도 효과가 만점이다.
호박잎도 부드러워 어르신들 드시기에도 좋고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온 내 입맛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이후에 병원에서도 엄마가 두고두고 이날 먹었던 호박잎 된장국이 참 맛있었단 얘길 거푸 하셨다.
아마도 내 손맛이 좋아서라기 보다 마음 담긴 밥상이 고팠던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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