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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다 Oct 01. 2020

짧은 여름

2019년 7월

아이가 여름방학을 하자마자 나는 듯이 한달음에 엄마 곁으로 넘어왔다.

한 달이라는 한정된 시간으로 돌아갈 날이 정해 진채로..

이번이 나에겐 혼자서 귀국한 첫 비행이었다. 12시간 내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먹는 둥 마는 둥 모든 게 비장한 느낌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지 삼일째..

새벽녘이 되면 아직 적응되지 못한 시차를 핑계로 엄마 옆에서  췌장암에 좋다는 정보들을 찾기 시작한다.  

눈은 뻑뻑해지지만 초조한 마음에 검색어가 하나둘 늘어간다..


췌장암 속 메슥거림.. 췌장암 회색 변.. 식욕촉진제...



배를 쓸다 소파에서 잠든 엄마는 바지춤에 손을 끼우고 있다.  

쏘옥 꺼진 배가 얄팍해서 내손으로 덧대어본다.

이리저리 배를 살살 만져주는데 엄마는 잠결에도 내 손을 잡아준다.

나는 숨을 조용히 고르고 엄마손에 잡힌 채로 엄마가 잠들길 기다렸다.

지금도 잘 모르지만 그땐 더 몰랐다. 췌장암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엄마가 얼마나 견디어 낸 건지.

배가 아프다고 하니 배앓이하는 정도의 통증인가만 싶었다.
아무도 모르는 엄마의 고통은 이렇게 뱃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커지고 있었다.


ⓒ h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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