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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한장 Jun 26. 2022

주간 씀 모음 2

시행착오


  “시행착오는 필요한 법이지.”

  CCTV화면을 지켜보던 남자는 무심히 말했다. 두 사람이 무슨 일을 벌이던 신경쓸 필요는 없다고. 여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CCTV로 가득 찬 방을 나갔다. 그리고 화면에서 본 낯익은 복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죄인


  영원한 죄인. 검은 투구를 쓴 그녀는 생각했다. 이제 신은 사라지고 없지만 더 이상 신이 주는 행복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제 그녀는 스스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힘을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이제 세상은 역사를 거쳐간수 많은 악마들의 이름과 함께 그녀의 이름을 경외하리라.




헛돌다


  도서관 계단에 걸터앉았다. 많은 곳을 돌고 돌아 이곳에 다시 왔지만 정말 변한것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래도 나는 그 시절에 보이지 않는 끈으로 매여진 모양이다. 그래서 아무리 다른 곳으로 가보려 한들 끈의 길이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캠퍼스에 끼운 연필처럼 원을 그리며 뱅글뱅글 돌다가 결국엔 끈이 있는 중심점으로 낙담한채 돌아온 것이겠지.




남겨지다


  “기업이 당신을 원하게 만드는 기술!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대한 강의가 오늘 오후6시 중앙아트홀에서 진행됩니다. 신입생부터 졸업예정자까지, 취업에 대해 고민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석 가능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언젠가 학내 방송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무심코 떠올랐다. 같은 내용이 담긴 현수막도 눈에 스치듯 기억이 났다. 그들을 외면한 결과, 나는 남겨졌다. 그리고 그제서야 나는 결심이 섰다. 그녀의 뒤를 따라가기로.




무지


  “무지하군.”

  현자는 이렇게 말하곤 담배를 깊에 들이마셨다. 나는 담배꽁초의 빨간 불빛을 노려보며 그가 하는 말을 이해하려 애썼다.

  “너무 애쓰지 말라고. 모르는 게 당연하니까. 잘 들어. 인간은 정해진대로 사는 측면이 있어. 운명같은 뻔한 소릴 하는게 아냐. 그보다 더 심오한것이지. 어떤 사람은 이를 깨닫지 못하고 일생을 마감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이를 깨닫기도 하지. 또 몇몇 특별한 사람은 이를 바꾸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 뭔지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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