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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한장 Jul 17. 2022

주간 씀 모음 5

무심함


네가 보여준 웃는 얼굴은

스쳐 지나가는 봄바람처럼

무심한 일상을 흔들어

작은 즐거움을 넣어주었어


지나가면 다시 못 볼 사람들이지만

설레는 봄바람을 기대하듯이

다시 한번 와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어



쓸데없이


날씨가 좋아

봄바람을 맞으며

드라이브라도 가고 싶지만


기름값이 너무 올라

차를 탈 용기가 안 나네


그냥 쓸데없이 집 밖으로 나가

동네에 핀 벚꽃이라도 보고 있자니


꽃잎이 비처럼 흩날려

발 밑을 뒤덮고 있네



소리내다


 그는 문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소리 내어 이름을 불렀다.

 간절히 바라고 그리워했던 그 이름을 다시 한번.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는 별 수 없이 문을 힘껏 열어젖혔다.


 방 안은 차분한 어둠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바람에 커튼이 흔들거렸다. 그 그림자 아래 한 사람의 잔해가 얌전히 누워 있었다.

 그는 그것에 다가가 얼굴을 확인했다. 그 얼굴은 틀림없이 매일 거울에서 늘 보던 자기 자신의 얼굴이었다. 그 사실을 확인한 그는 소리 내어 웃었다.


 문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닫혔다. 철컥, 하는 금속음과 함께 자물쇠가 돌아갔다. 방 안에 갇힌 그는 여전히 소리 내어 웃었지만, 이제 그 소리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일기장


쓰다 만 일기장

기다리지 않는 봄

떨어지는 과거를 지나면

눈을 감고 하늘을 올려봐




봄의 열기를 잊은 채

차갑게 식은 몸은 흙을 덮는다


드러누운 땅은 침대처럼 아늑하고

봄바람은 불어와 잠을 부른다


그 위에 피어난 꽃 한 송이

삶을 닮아 아름답다 




시체 위에 피어난 꽃 하나

삶을 닮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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