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이었나.”
“응?”
서윤은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 눈동자 안에 담긴 의미를 파악했다.
“맞아. 작년 이맘때쯤.”
“그렇군.”
그는 웃었다. 서윤은 그 자조적인 웃음이 싫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웃음을 만들어내는 둘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바닷바람을 가만히 맞고 있자니 몸이 차게 식어갔다. 발코니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닷가 풍경은 객실의 가격만큼이나 값진 것이었지만, 거니는 사람 하나 없이 황량한 모습이었다.
“이제 들어갈까.”
“그래. 춥다.”
방 안의 따듯한 공기를 맞으며 서윤은 내년 이맘때쯤에도 그와 함께 있을지 헤아려 보았다. 어쩐지 먹먹하면서도 허무함 감정이 그녀를 즐겁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