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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 편백숲 지킴이의 사연

책익는 내숲길

by 김 준 호

은평구 봉산은 과거 쓰러진 나무와 정돈되지 못한 환경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곳이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봉산을 지켜온 한 사람의 헌신 덕분에 이제는 아름다운 편백나무 숲으로 탈바꿈했다. 이 숲을 조성한 사람은 은평구 신사동 주민 김수일 씨다. 그의 이야기는 봉사정신이 어떻게 한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감동적인 일화다.

KakaoTalk_20240423_101353941_01.jpg 사진 안영옥


1987년부터 2023년까지 봉산 지킴이로 활동하며 다양한 나무를 심어온 김수일 씨는 서울 아시안게임 자원봉사를 계기로 봉사의 기쁨을 알게 되었다. 그는 조경 업무를 담당하던 직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무 심기에 전념했다. 그의 봉사정신은 아내가 담낭암 수술을 받고 건강이 악화되자 더욱 강해졌다. 몸에 좋은 편백나무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전국을 돌며 편백나무에 대해 공부하고, 전남 장성의 축령산을 찾아가면서 편백나무와의 인연을 시작했다.


김수일 씨는 은평구에도 편백나무를 심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봉산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변의 반대와 환경적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3년간 편백나무 10주를 정성스럽게 길러내며 은평구에서도 편백나무가 잘 자랄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의 끈질긴 노력은 김미경 은평구청장의 지지와 서울시의 예산 지원으로 이어져, 본격적으로 편백나무 숲 조성 사업이 시작되었다.


KakaoTalk_20240423_101353941_02.jpg 사진 안영옥


그의 헌신 덕분에 은평구는 지난 세월 봉산에 1만여 주의 편백나무를 심고, 숲 아래에는 꽃잔디와 다양한 관목, 화초류를 심어 아름다운 꽃동산을 조성했다. 편백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는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은평 편백숲은 은평구민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이 마음의 위안을 얻는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김수일 씨의 헌신과 봉사정신은 자연과 사람이 서로에게 어떤 선물을 줄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KakaoTalk_20240423_101353941_07.jpg 사진 안영옥

2024년 초, 신사2동 주민센터에서는 새해 업무 발표회를 가졌다. 그때 김수일 씨는 편백숲 지킴이로, 췌장암 진단을 받았지만 봉산 편백숲을 오르며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신사2동 주민 양명희 씨는 편백숲 누림이로, 필자는 편백숲 알림이로 임명되며 구청장님과 함께 약식 토론회를 가졌다.

김수일.jpg 편백슾 지킴이 김수일씨

한 명의 자원봉사자가 지역의 산에 편백숲 조성이라는 큰 결과물을 만든 것이다. 앞으로도 이 편백숲이 잘 관리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평화와 치유의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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