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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숲길과 함께하는 골목 변호사

책익는 내숲길

by 김 준 호


동네에도 변호사가 산다. 사무실에 출근하는 날이었다. 평소 저작권 관련해서 궁금하던 차에 골목길을 따라가다보면 나오는 집에서 마당을 정리하던 동네 변호사를 만났다.


“변호사님! 제가 조선시대 한 여인을 주인공으로 책을 기획했는데요. 역사속에서 실존하는 이 인물이 책에 등장하는 것을 문중에서 반대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뜬금없는 질문에도 동네 변호사는 30년간의 변호사 경력의 내공으로 조언해 주었다.


“일단 문중에 책을 진행한다는 것을 알리세요. 나중에 법적 문제가 발생할 시에 이렇게 먼저 고지하고 노력했다는 행위는 인정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만일 정식적인 절차를 밟아 법적 조언을 받으면 시간당 변호사 상담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동네에서 만나는 변호사는 일상에서 무료로 법률 자문이 이뤄질 수 있다. 물론 나 역시 출판과 브랜드 관련한 지식 정보를 무료로 자주 드린다. 지식 통찰의 상호 품앗이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변호사와 지인이 되다 보니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동북아 매니징] 책을 함께 기획한 것이다.

신사2동 1인1책 사무실 맞은편에는 한 단독주택이 멋지게 자리를 잡고 있다. 사무실 앞에 비단산 자락에 자리를 잡은 골목 변호사님의 단독주택은 그 자체로 내숲길 랜드마크였다.


‘저 집에는 누가 살까?’


부럽기도 하고 궁금하던 차에 은평지역에서 30년 동안 무료 법률 상담도 하는 변호사란 사실을 알게 됐고, 오고가다 만나다 보니 책을 한 권 기획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탄생한 책이 <동북아 매니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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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국통인 김신호 변호사가 중국을 좋아해서, 중국어도 배우고, 중국과 교류하다가 얻어진 통찰을 담은 책이다. 중국과 한국의 교류를 비롯해, 일본, 북한,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 국가들의 경쟁 구도에서 한국이 운전대를 갖고, 각 나라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등 이른바 동북아 매니지먼트를 할 수 있다는 이론을 담은 책이다.


동네에서 오고 가다가 만난 한 변호사와 소소하게 전개된 이야기가 동북아를 비롯한 세계정세를 조망해 보는 책으로 발전했으니, 동네에서 벌어지는 작은 이야기도 어쩌면 세계로 뻗어갈 콘텐츠가 될 수도 있음을 반증해 주는 책이 아닐까?


김신호 변호사는 30여년을 은평에서 살고 있다. 무료 법률 활동도 많이 한 분으로 법의 문턱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골목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 사람들과 연결되면 어쩌면 세상은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많이 얻을 수 있지 않을까? AI 시대 초연결 시대에 아주 작은 동네 골목은 인간이 인간과 연결해서 얻을 수 있는 숨은 보고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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