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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준 호 Apr 24. 2024

사막에서 만난 심리상담소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상담쌤에게 아메리카노 한잔을 건넸다. 오늘은 은평구 응암동 보건소 다독임 심리센터 상담의 마지막 날이었다.      


막바지 임기제 공무원 생활은 나에게는 사막을 만난 기분이었다. 어디를 가도 막막하고 따가운 모래바람만 부는 사막을 거닐고 있는 낙타가 그런 기분이었을까?

보다 못한 아내 썬은 자동차로 아침 출근길을 배웅했다. 아침 8시 30분 구청 입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골

목에 차를 잠시 주차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오늘 출근하기가 정말 싫다.”     


대책 없는 이야기에 썬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엷은 미소를 띠었다. 어떤 위로의 말은 없어도 조용한 자동차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은 우린 행간의 의미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얼굴에서 미세한 눈물이 흐른다. 한 주의 첫 시작인 월요일을 이렇게 시작하고 싶진 않았지만, 현실이 무거웠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운명처럼, 난 마지막 공무원 생활을 버티어냈다.     

그런 사막에서 낙타가 방황하고 있을 때, 찾은 곳이 다독임이다.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공무원 생활의 답답함을 토로하고, 멘탈을 다잡곤 했다. 다독임 심리센터는 은평구청에서 운영하는 심리상담소로 지역민들에게 무료로 운영되는 곳이다. 심리상담소는 임기제 공무원으로 검증된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나를 상담한 심리상담 쌤 F는 임기제 공무원 생활을 막 시작한 분이었다. F는 초반에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 일반적인 무미건조한 반응으로 상담해주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아주 심하게 공감해 주기도 했는데, 이분 역시 임기제 공무원 생활이 흐르면서 시간이 흐르다 보니 나의 이야기에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는 듯 보였다.


처음에는 무슨 특별한 사람만 심리상담을 받는 것으로 생각했다. 조직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특별한 사람만이 상담받는 것이 아닐까? 하는 자신의 선입견이 강했다. 하지만 관료적인 공무원 생활을 이어오면서, 한계를 크게 느꼈고, 스스로 살고자,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상담을 선택하였다.      

상담 쌤은 마음을 보라고 했다. 10회 상담 동안에 나의 마음을 스스로 많이 돌아보았다. 내 마음은 아주 지쳐있고, 분노가 있고 매우 답답해 있었다. 그런 마음을 갖고 더 공무원 생활을 더 하다가는 스스로 돌이킬 수 없게 불행해질 듯싶었다. 그래서 홍보과 과장에게 사표를 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해 보려고 한 것이다. 직장을 그만두려는 순간, 난 또 하나의 사막에 버려진 느낌이었다.      


골목 보물지도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심리상담소를 많이 운용하고 있다. 서울시 내 자치구별로도 있고,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 심리지원센터도 있다. 이곳에서는 무료로 심리상담을 운영 중이다. 심리상담이 더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기관을 연결해 심리상담을 이어가게 도와주기도 한다. 권역별 심리지원센터에서는 심리상담뿐 아니라 특화된 심리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심리 장애 예방, 마음 챙김, 대인관계 갈등 해결 프로그램, 명상 수업 등 마음을 튼튼하게 해줄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관의 마음 돌봄 서비스를 이용해 자신의 마음을 챙겨본다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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