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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준 호 May 15. 2024

골목길에 창의방정식을 적용해
볼까?

내숲길에 합류한 이동조 작가

‘커피를 읽고 책을 마신다’라는 카피를 2층 유리창에 붙이고 1인 1책 사무실을 꾸몄다. 원래 온라인쇼핑몰 업체가 창고로 활용하였던 공간이라 답답한 칸막이 구조를 없애고 내부를 시원하게 꾸몄다. 에르네스토 로스터 기계가 놓아진 카페 로스터 실과 1인 1책 사무실 공간으로 나눠진 것이다.      


2022년 2월 내숲길이란 이름의 골목길에 1인 출판사가 시작되었다. 막상 출판사를 차렸지만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뚜렷한 비전을 만들지는 않았으니 막막했다.     


다만 에르네스토 카페와 인연을 맺었던 ‘연결’이란 키워드가 내 뇌리에 계속 맴돌았다. ‘맞아 연결이 가장 중요한 명제였지.’     


연결이 떠오르자, 난 이동조 작가에게 연락하였다. 나랑 연결될 수 있는 첫 번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1997년 대학문화신문에서 선임기자를 할 때, 이동조 작가는 기자로 들어왔던 후배였다.      

20여 년 동안 교류해 오면서 이 작가와 같이 책을 기획해 왔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창의방정식>이다. 창의방정식(창방)은 인문학적인 사고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프로젝트를 할 때나 책을 만들 때나 창방적 사고를 하면 단숨에 설계도가 그려지는 생각 공식이었다.     


2015년 3월 <창의방정식의 비밀>을 기획했을 때 당시에는 창방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10여 년 동안 이 작가의 창방을 바로 옆에서 접하면서 그 원리를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작가우리 신사2동 내숲 도서관 근처에 사무실을 얻었는데한쪽에 자리를 잡으면 어때?”     


약 3초 후     


네 선배 좋아요내일 갈게요     


창방이 하루아침에 나온 것은 아니다. 이 작가는 1997년 대학문학신문 입사 후 사내에서 <공모전 포털사이트>의 책임 매니저로 활동하면서 대학문화신문의 위기를 새로운 공모전 사이트로 기회를 만든 장본인이다. 그러한 공모전의 성공비결을 취재해 오면서 공모전 대상작들의 숨겨진 성공 비밀의 열쇠가 창의성이고, 이는 단순한 반짝 아이디어의 산물이 아니라 창조 프로세스에 의한 전략이라고 정리하였다.   

    

이 작가는 2000년 초부터 <감칠맛 전략> <히든카드> 등 자기계발서와 전략서를 저술하면서 이 창의성이란 구조를 더 깊게 연구해왔다. 그러다가 크래뷰라는 창의 설계도 모형까지 계발했고, 단 5초 만에 사람들이 통찰에 다다를 수 있는 창방이란 생각 도구를 정립한 것이다.      

나 역시 창방 생각 도구를 활용해서, 책을 기획하거나 프로젝트 기획할 때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놀라운 생각의 확장과 정리에 이용하면서 창방이야말로 아주 강력한 인문학적 도구임을 새삼 느끼고 있다. 각종 프로젝트를 만나는 나에게 유용한 보검 같은 존재가 창방이다.        


사람은 학교에서 만나든, 사회에서 만나든 평생 같이 갈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이 바로 이동조 작가이다. 이 작가는 창의성은 두근두근 연결로 이뤄진다는 것을 평소에 늘 강조하였다.    

 

두근이란 값이 또 하나의 무엇과 연결된다는 것. 1인 출판사를 차린 나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연결 값이었다. 그것이 무엇일까?     


이 작가의 창방 이론을 대입해보니, 그것은 바로 내숲길이란 골목길이었다. 1인 출판사와 골목길과의 만남. 거기서 시너지를 모색해 보자는 것이 1인1책 출판사의 기본 방향이 되었다.


골목 보물지도

창방에서 말하는 창의성은 단순히 목표설정이나 계획, 노력과 실천, 상상력이나 차별적인 생각의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 창조 프로세스의 전체를 세팅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로 더 거슬러 올라간다. 무대→두근두근→목표→계획→실천의 전체 창조 프로세스를 반드시 거쳐야 원하는 결과에 도달한다. 두근두근 연결 값이 분명할 때, 창조는 만들어진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는 그의 존재를 세상에 강렬하게 각인시킨 ‘매킨토시(Mac)’를 만들기 위해 구체적인 희망을 품고 계획을 세워 실천했던 게 아니다. 당시 잡스는 나름으로 성공을 거둔 애플2 컴퓨터의 후속 모델로 리사컴퓨터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었다. 제록스 연구센터에 볼거리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제록스 팔로알토연구센터에 견학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한 전자제품에 적용된 그래픽유저 인터페이스를 보게 되고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이미 잡스는 “그걸 컴퓨터에다 활용하면 죽이겠는데!”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때부터 이후 세상을 놀라게 할 인터페이스를 장착한 ‘매킨토시’의 구체적인 비전이 만들어진다. 매킨토시에 그래픽유저 인터페이스를 연결하니, 아주 강력한 입체적인 PC가 탄생한 것이다.   아이폰도 마찬가지다. 이미 매킨토시란 PC 기반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고 있던 스티브 잡스는 모바일 폰을 매킨토시와 연결했다. 그 연결은 ‘손바닥 PC’라는 아이폰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스티브 잡스의 놀라운 창조물은 결국 ‘연결’이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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