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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준 호 May 21. 2024

첫 번째로 시작한 ‘동네 배움터’  프로젝트

1인1책 출판사가 위치한 골목은 ‘내를 건너서 숲으로 가는 길’, 줄여서 내숲길이라는 이름이다. 사무실과 가까운 곳에 내숲 도서관도 있다. 이 도서관은 윤동주 시인을 기리는 기념도서관이다.     

민족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도서관이 1분 거리에 있어 좋았다. 내숲 도서관이란 네이밍도 윤동주 시인의 시 ‘새로운 길’에 나오는 한 대목에서 나왔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중략)

윤동주 시인, 1948<하늘과 바람과 시> 발표     


도서관에 이어 골목길 이름도 ‘내숲길’이라고 명명되었다. 특히 윤동주 시인이 평양 숭실중학교를 다녔는데, 이 학교가 남한에 내려와 이전한 중고교가 바로 신사2동 숭실 중고교이다. 그런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보니 은평구청은 내숲길을 문화의 거리로 지정하였다. 1인1책 출판사가 그런 문화의 거리에 있는 것도 행운이었다.     


우리 동네 배움터부터 신청하자   

  

나는 썬에게 동네 배움터를 제안했다. 은평평생학습관에서 운영되는 동네 배움터는 다양한 시민교육을 하며 은평 지역의 공간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난 이 동네 배움터를 하는 것이야말로 내숲길 골목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볼 만한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골목길에 배움터가 있으면 가까운 곳에서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동네 배움터는 북유럽에서 꽤 활성화된 프로그램이다. 스웨덴의 총리를 지낸 올로프 팔메는 “스웨덴의 민주주의는 스터디서클 민주주의(Study Circle Democracy)다”라고 말했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의 ‘스터디서클’은 소규모 공부 모임으로 출발해 노동자들이 누구나 학습모임에 참여해 저렴한 비용으로 평생학습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스웨덴의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스터디서클이 있다면 은평에는 주민들이 꿈과 비전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네 배움터가 있는 것이다.      


은평평생학습관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페, 공방, 자치회관, 도서관 등을 ‘우리 동네 배움터’로 지정해 근거리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집에서 5분 안에 갈 수 있는 다양한 마을 공간에서 지식을 얻고 기술을 익히며 취미를 즐기면서 주민들 각자의 역량이 자라면서 콘텐츠도 쌓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이 동네 배움터야말로 1인1책이 기지개를 켜며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첫 번째 프로젝트였다. 동네 배움터 신청서를 작성하고, 심사를 기다렸다. 전부터 강연 프로그램 기획 경험이 있는 나로선 배움터의 커리큘럼을 짜는 것이 그리 어렵진 않았다. 1층 에르네스토 카페 사장님이 참여할 수 있는 1인 핸드드 커피 과정과 1인1책 전자책 과정, 1인 동네 가게 활성화 과정 등 우리가 잘할 수 있고 도움이 될 수 있는 3개의 프로그램을 신청하였다.      



동네 배움터를 신청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꽤 전문적인 과정을 떠올리며 주저하곤 하는데, 동네에서 배우는 과정은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수 포진돼 있다. 출발부터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면 누구든지 도전해 볼 수 있는 과정이 동네 배움터이다.      


1인1책 동네배움터/출처 은평 평생학습관

한 달 후쯤 흘렀을까? 은평평생학습관 관계자들이 1인1책 사무실을 방문해 실사했다. 이미 교육 장소 준비도 돼 있고, 프로그램도 탄탄해 보였는지, 관계자들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며칠 후 은평평생학습관에서는 동네 배움터를 승인해 주었다. 내숲길 첫 번째 프로젝트의 성공이었다.     


골목 보물지도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평생학습관이나 교육센터 등이 있다. 이러한 곳에서 동네 배움터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골목에서 작은 공간을 두고 활용하고 싶은 조직이나 개인이 활용해 프로그램을 운용하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동네에서 대중들과 밀접한 접촉이 필요한 가게나 조직 등은 더 많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동네 배움터부터 시작해 자신의 경력을 쌓은 사람들도 많다. 그렇게 강사가 된 경력단절녀, 경력단절남도 있다. 동네 배움터가 기회의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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