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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준 호 May 01. 2024

사표를 내고 불광천을 걷다

드디어 사표를 냈다. 지난 2년 4개월의 임기제 공무원 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홍보과를 나왔다. 구청의 주차장 길을 나오는데 한편으로는 시원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막막하고 답답했다.     


매일 퇴근하며 걸었던 불광천변을, 마지막 퇴근을 하며 들어섰다. 생태하천인 불광천은 은평의 세느강이라 불리울 만큼 서울에서 보기 드문 도심형 수변 공간이다. 불광천 변에는 산책하러 나온 사람들로 붐빈다. 그들 중 상당수는 반려견과 함께 나오는데, 다양한 견종과 치장한 모습, 행태를 감상하는 것도 아주 재미있다.     

개는 사람을 참 좋아한다. 나의 이 쓰디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아지들이 빤히 쳐다본다. 내 기분이 어떠하든 강아지는 참 귀엽고 순수해 보였다.     


2019년 11월, 태어나서 처음 공무원이 되었다. 원래 공무원은 내가 사는 동네 주민센터에서 보던 사람들이었는데, 막상 구청에 들어가 동료로 만나니 신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보니 공무원들은 참 다양한 부서에 근무하며 많은 업무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은평구 홍보과에 들어가서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터졌고 2020년 1월, 드디어 은평구에서도 처음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왔다. 비상체계였고, 덩달아 홍보과도 대부분의 부서에서 진행되는 전염병 관련 사안에 대해서 보도자료나 기고문을 쓰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바쁜 나날이었다.     


외국에 거주하다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입국자의 관리 문제가 대두되었다. 코로나19로 확진 받은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전염병 관리에서 중요한 문제였다. 당시 정부와 방역 당국은 지자체를 통해 출입국자를 관리하였다.     


가령 확진 판정을 받은 은평구 거주민이 있다면 그 확진자를 공항에서부터 구청 버스로 안전하게 운송하고, 이후 공무원들이 일대일로 관리를 지속하였다.      

필자는 인천공항에서부터 구청에 도착할 때까지 관리를 받고, 이후 집으로 들어가는 은평구 거주자의 24시를 취재해 보도자료를 만들기도 했다. 이때 해당 기사가 한 일간지에 실려 포털사이트 메인에 게재되기도 했다. 그만큼 보도자료 등의 업무는 내가 해왔던 분야이고, 잘할 수 있는 분야였다. 자신감을 얻어,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 구를 홍보할 방도를 기획하고 건의했다.      


그런데 그렇게 일을 만들어서 하려는 태도는 다소 조심스러운 공무원 사회에서는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직장은 그 조직에만 있는 체계와 구조가 있다. 직원이 이에 적응하면 롱런하고, 이를 견뎌내지 못하면 나올 수밖에 없다. 공무원 세계에는 오랜 전통으로 단단해진 조직의 문화가 있었다. 그 문화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생각을 요구하는 업종에서 일하던 내게 근무하는 내내 스트레스로 작용하였다.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한계에 다다랐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다면 난 이 조직에 더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불광천을 걷는 내내 주마등처럼 지난 구청생활이 스쳐 지나갔다. 


불광천은 새롭게 조성이 되고 있다. 수변 공원으로써 머무는 공간이 되고자, 한창 정비 중이었다. 이러한 번듯한 불광천도 2000년 초반만 해도 비가 와야 물이 흐르는 건천이었다. 쓰레기와 악취로 가득했다고 하는데 2002년 우수방지 시설을 설치하고 지하수를 끌어올려 물이 흐르게 함으로써 자연 하천으로 거듭났다. 당시가 2002년 월드컵 개최 시기이고, 이러한 서울의 큰 행사 덕분에 서울 곳곳이 개선되었는데, 불광천도 그런 영향으로 생태하천으로 거듭나게 됐다.     


불광천이 이러한 변화를 겪듯 내 인생에도 큰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마음으로 오리와 왜가리를 보며 천을 따라 집으로 향했다.     


골목 보물지도

공무원은 국가직 공무원과 지방직 공무원으로 나뉜다. 지방 공무원 경우에는 각 지방의 시청, 도청, 구청, 각 주민센터 또는 산하기관에 소속되어 근무하게 된다. 우리 주변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는 주민센터에 있는 공무원들은 지방직 공무원이다.

공무원 임용시험이 아닌 사회에서 경력이나 전문 직종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임기제, 특수경력직 등으로 별도의 임용을 통해 들어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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