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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소다 Sep 09. 2023

비장 동맥류 투병일지(3)

암인가? 벌써 죽긴 싫은데..

 진료실에 들어가서 의사 선생님과 마주 앉았다. 모니터 화면에는 내 CT 결과가 보였으나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다만, 그가 모니터를 바라보는 얼굴에서 심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나에게 공포감을 불러일으켰고 암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의 준비도 했었다. 이러한 생각이 교차하는 사이. 의사 선생님은 말했다. "환자분, 이게 지금 비장이라는 건데요.. 이 옆에 동그란 거 보이시죠?", 그가 운을 떼자 나는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 올 것이 왔구나 이 동그란 것은 TV에서만 보던 그 암 덩어리구나, 난 이제 죽었구나"

딱 보기에도 큰 사이즈의 무언가가 모니터에 표시되어 있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그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동그란 게 이게 혈관이에요. 동맥 아시죠? 그런데, 사이즈를 보면 3cm가 넘어요. 이건 제가 진료 의뢰서 써 드릴 테니까, 바로 대학병원에 가서 예약 잡고 수술하셔야 해요." 암은 아니니까 다행이라고 할까? 나는 그렇게 "동맥류"와 첫 만남을 가졌다.

동맥류의 사전적 의미
동맥벽이 약해지면 동맥의 압력으로
동맥이 팽창하게 되는데, 이 팽창된 부위를 말한다.



의사는 3cm 이상은 매우 높은 위험군의 동맥류라고 설명했다. 그리곤, 비장 동맥 역시 대동맥 인근에 있어서 터질 경우 25%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질병이라고 했다. 나도 처음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이건 생각보다 심각한 수치였다. 예를 들어 위암의 2021년 사망률은 22.2%인데 반해 그보다 더 높은 확률로 사망할 수 있는 수치인 것이다. 결코, 암보다 나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모르고 있었다. 여하튼 나는 의사의 말을 담담히 듣다가, 병원을 나왔다. 그리곤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


가족에게 3cm 이상의 비장 동맥류가 발견된 점을 알렸다. 사실, 그때 당시 나는 "아 이게 심각한 건가?" 하면서도, 암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었다. 하지만, 가족은 병원에서 근무했었기에, 이것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임을 알고 있었다. 이후 자세한 상황을 전하자 가족은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먼저 아산병원, 신촌 세브란스, 삼성병원을 포함하여 메이저 병원들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혈관외과가 있는 메이저 병원들은 대부분 1~몇 개월의 시간이 걸렸고 유일하게 강북삼성병원만이 며칠 뒤 진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게 2022. 7. 21일 진료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진료가 있기 전 7.20일, 처음 CT를 찍었던 지역 거점병원의 혈액 검사지와, CT 결과 자료가 담긴 CD를 발급받았다. 돈을 아끼기 위함도 있고, 시간을 줄이기 위함의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강북삼성 병원으로 출발했다.

어제 혈액검사를 했는데, 또 하란다. 뭐 어쩔 수 없었다.(이때 생각 못했는데 미리 등록하게 CT CD를 가지고 갈 걸 그랬다.) 피를 뽑고 나니 오후 늦은 시간이었고, 진료 하루 전 일정이 이렇게 끝났다. 


사진출처 : 국립암센터 암별 사망률(위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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