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에서의 진단, 그리고 입원 전날
진료가 있는 당일날 아침, 다소 긴장되는 마음으로 강북삼성병원으로 향했다. 예약시간이 오후라서 그런지 서울의 내부순환도로는 생각보다 한적했다. 진료시간보다 1시간 일찍 병원에 도착했다. 이후 CT 결과가 담긴 CD를 로비에서 등록했다. 다행히 직원분이 친절히 응대해 줘서 빠르게 마칠 수 있었다. 당시 혈관 외과는 C관 2층에 있었다.(현재는 없어짐) 진료 도착 체크인을 마치고, 혈압을 쟀다. 이후 20분가량 기다린 뒤 진료실에 들어갔다.
진료실에는 나이가 지긋하신 남자 교수님 1분, 여의사 2분, 간호사 1분이 있었다. 아마 여의사 1분은 전문의과정 중인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여하튼, 교수님은 내 CT 결과 화면을 보며 상태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나는 비장 동맥류가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특이한 점은 내가 진단받은 동맥류는 비장과 아주 가까운 동맥이었다.
코일 색전술
동맥혈이 동맥류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재료(백금코일)를
동맥류에 채워 흐르지 못하게 하는 술 혹은 수술.
교수님은 내게 이렇게 설명했다. 동맥류가 비장과 가깝고, 가장 큰 혈관에 동맥류가 생겼다고 했다. 다만, 이렇게 될 경우 코일 색전술을 시행했을 시, 비장에 혈액 공급이 안 되는 "비장 경색"이 발병될 거라고 하셨다. 특히 나의 경우에는 비장이 크고, 주 동맥 혈관 외에 다른 혈관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했다. 심각한 상황이 되면 개복하여 절제하는 개복술을 진행해야 한다고 하셨다. 절제라니, 당시 내 심정은 "절제"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에 매몰되어 있었다. 그렇게 첫 진료가 끝나고 입원일자를 비롯해 날짜를 잡았다. 입원~퇴원까지 3일이 걸릴 거라고 했었다. 22. 8. 15일, 대망의 날짜가 결정되었다. 이때까지도 나와 가족은 내가 생각보다 오래 병원에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진료 이후 직장에 해당 사실을 알렸다. 다행히 중요한 일정은 없었던 점은 불행 중 다행일까? 약 한 달이 안 되는 시점에 부랴부랴 밀린 업무를 모두 처리해 냈다. 내 몸이 우선이었기에 야근 같은 것은 필요 없었다. 한 달 동안 워라밸이 보장된 삶을 스스로 실행해 보니, 생각보다 할만했다. 왜 이렇게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입원 날짜는 다가오고 있었다.
22. 8. 3일 시술 전 10여만 원이 드는 혈액검사를 위해 병원을 다시 방문했다. 혈액검사 시 필요한 5~6통의 피를 뽑고 난 뒤 강북삼성병원 앞 돈가스 집을 찾았다. 역시 피 뽑고 먹는 밥은 아주아주 맛있다.(굶어서 그런가..?) 정식 2개로 간단히 배를 채운 후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 간 자리를 비우게 되니, 내가 꼭 필요했던 업무에 대해 인수인계를 했다. 그리고 22. 8. 15. 입원 전 코로나 검사를 위해 병원을 다시 찾았다. 가족도 며칠간은 같이 지낼 수 있다기에 같이 동행해서 검사를 진행했다. 수술을 위해 평상시에도 마스크를 2개나 끼고 다니는 노력덕인지 크게 걱정은 안 했다. 걱정됐던 건 아이 육아문제였는데, 나의 어머니께서 아침 일찍 등하원, 육아를 대신 책임져 주시기로 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입원 날이 만 하루가 안 남았다. 입원에 필요한 짐을 최종 정리 한 뒤, 잠에 들었다.